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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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p.309) 소설 속 배경은 인질극은 커녕 자전거 도둑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다. 새해를 이틀 앞둔 날,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침입해 65백 크로나(한화로 약 88만 원)를 요구한다. 그런데 이 은행 강도, 하는 짓이 영 어설프다. 은행원이 이곳은 현금 없는 은행이라고 하자 당황해서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다가 경찰이 오는 소리에 옆 아파트 매매 현장인 오픈하우스로 달아나지만 경찰관 짐(아버지), 야크 (아들) 현장에서 범인을 놓치고 목격자들을 하나하나 불러서 진술을 듣는데... 어쩌다 보니 은행강도는 제역할을 다하지도 못하고 인생은 원치 않은 길로 빠져드는 일촉즉발의 상황

 

 

 

<불안한 사람들> 속 주인공들은 몸만 커버린 채 미처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나이를 먹어가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마다 써야 하는 가면의 종류는 늘어간다. 이것저것 알고 있는 척, 처음 겪는 일투성이지만 겁나지 않는 척,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척……. 거기에 지켜야 할 아이나 식구가 있다면? 절대로 실체를 들키지 말아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다. “권총이랑 뭐 그런 걸로 살짝 난장판을 만들긴 했지만 세상에 난장판 한번 안 만들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재밌는 사람들은 전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씩은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고요!” --- p.435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 p.462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라는 것

 

 

<베어타운>,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세 번째 읽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듯 독자에게 정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며 세월의 흔적에 닳고 굳은 마음에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작품입니다. 사람이 오래 살아가면서 때론 오해와 약간의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그 거짓말이 때론 더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는 것을, [불안한 사람들]에서 보여준 은행강도의 실수가 인생을 아름다운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 우리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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