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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1909년 가을, 오스트리아 빈의 한 저택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퇴역 장교 요슈 남작이 비쇼프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수수께끼 같은 정황 속에서, 손님으로 방문한 요슈 이 믿기지 않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사건은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를 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벌어졌습니다. 모험과 같은 추적 과정, 보이지 않는 적을 쫓은 여정이 닷새간 지속된 것이다.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많은 이들에게서 관찰되는 이 자학적 충동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정황 증거를 억지로 다르게 해석하고, 운명이 상황을 달리 이끌었더라면 자신에게 죄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에게 자꾸만 제시하려 한다.
이미 일어난 일, 더는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거부! 그런데 이것은 ─ 보다 높은 견지에서 보면 ─ 예로부터 모든 예술의 원천이 아니던가? 모든 영원한 행위는 수치와 굴욕과 짓밟힌 자존심으로부터, 나락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던가? 생각 없는 대중들은 어떤 예술 작품 앞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내며 열광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예술 작품은 그 창조자의 파괴된 영혼을 드러낸다.
소리와 색체와 사상의 위대한 교향곡들..... 이것들 모두에서 나는 기이한 나팔 빨강의 희미한 빛을 본다. 혼란스러운 죄와 고통을 넘어 잠시 그 거장을 고양시킨 저 위대한 환영에 대한 아득한 예감을 본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1번째 책으로 레오 페루츠의 장편소설 『심판의 날의 거장』이 독문학 번역가 신동화 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 레오 페루츠는 관념적 주제를 속도감 있게 그려 내는 환상 소설의 대가로, 프라하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입니다.
적(敵)은 육신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수 세기에 걸친 과거의 무시무시한 망령이었다. 우리는 핏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뒤따라갔다. 말없이 시간의 문이 열렸다. 우리 중 누구도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감하지 못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다. 인생은 환상이 아닌 추리소설의 연속이라는 생각이드는 최고의 소설입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