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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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금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주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대부분 거의 실제 인물이고 즐겁게 살았던 사람은 좋게. 즐겁게 살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나쁘게 썼다고 합니다. 1969년에 독자는 세 살이었으니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충분히 되고 기분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급성장의 궤도를 달리던 전후 일본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열일곱 살 청춘들의 축제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1969년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작가가 당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쓴 『69 sixty nine』은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각계각층 명사들의 추천 도서로 꾸준히 언급되는 등 무라카미 류의 대표작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작품입니다.

방에는 꽃향기가 가득했다. 타이거스의 <꽃목걸이>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꽃 피는 여자애들이 꽃 핀 들판에서 영어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꽃말이 어려웠다. 아, 저, 안녕, 사실은, 따위의 말은 처음부터 패배를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풀이 날 만한 말을 열심히 찾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차라리 영어로 인사를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영어연극부 고문 요시오카 선생이 나를 보고 걸어왔다. 영국제 양복을 입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포마드를 물처럼 덮어쓴 중년의 기분 나쁜 사나이였다. ---레이디 제인 중에서

삶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열혈 문제아, 겐.

국립대학을 지망하는 수재이지만 탄광촌의 거친 은어를 사용하는 괴짜 아다마,

혁명을 일으키기로 경의하게 한 학교에서 가장 예쁜 소녀 레이디 제인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와 히피문화가 세상을 휩쓸고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불온했던 69년의 이야기.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문구도 마구 구겨져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헬리콥터가 춤을 추는 하늘 위로 7월의 기분 좋은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바리케이드는 반나절도 연명하지 못했지만, 밝디밝은 여름 하늘과 구름이 우리들을 지지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불행이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곳에서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는 중요한 사실 말이다. 행복은 그 반대다. 행복은 베란다에 있는 작고 예쁜 곳이다. 또는 한 쌍의 카나리아다. 눈앞에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집필 당시 32세였던 작가는 이 자전소설을 쓰면서 1969년을 “인생에서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해”라고 말했습니다. 작품 제목인 ‘69’의 1969년은, 파리학생운동의 여파로 도쿄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드골은 권좌에서 물러나고, 인간이 달에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 해였으며, 한편에선 베트남전쟁의 총성이 들려오던 격동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반미를 외치면서도 그들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고, 반전을 외치면서도 예쁜 여학생에게 열광했던 솔직하고 대담한 고교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대는 어둡고 힘들었고 류의 인생에도 큰 변화를 맞는다. 부모의 이혼, 동생의 갑작스러운 자살, 니체에 대한 지나친 경도, 불치병에 걸린 할머니. 이런 상황에도 책은 “정말 즐거운 소설로 이어집니다. 작가도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마치 싸움을 하듯 ‘축제’처럼 살아갈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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