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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평점 :

일본은 지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니 일본의 반인륜적 도발에 또 화가납니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 북서부에 있는 도시로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폭발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퍼지면서 사상 최악의 발전사고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을 망쳐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그런데 내가 남자를 죽인 것 같아요.”‘바바 두냐’는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인 ‘체르노보’로 귀향한 여성입니다. 원전 사고 이후 나머지 세상에 사는 이들은 삑삑대며 방사능 수치를 나타내는 가이거(Geiger) 계수기와 방사능에 오염된 숲속 열매를 두려워합니다. 원전사고의 비극을 묵시적으로 증언하는 망자들의 목소리는 체르노보가 산 자들의 땅이 아니라 죽은 자들의 땅임을 보여주지만, 간호조무사였던 바바 두냐는 그곳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새 삶을 일굽니다.
내 의향을 묻는다면 나는 절대로 말리치에 묻히지 않을 것이다. 불행한 원전 사고가 있은 후 거의 모든 사람들처럼 나도 마을을 떠났다. 때는 1986년이었고, 우리는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망자들은 우리들 사이에 있는데. 그들은 자신이 죽어 육신이 이미 흙 속에서 다 썩어버렸다는 것조차 모를 때가 많다. 체르노보는 크지 않은 마을인데도 자체 묘지가 있다. 왜냐하면 말리치 도시에서 우리 시신을 더 이상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 있지 않아도 시신에서 방사능이 계속 방출되는 까닭에 체르노보 사람들을 말리치에 매장하려면 납으로 만든 관을 써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현대 도시 행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때는 1986년이었고, 우리는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책속에서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내가 종교가 있다면 신이 지켜보고 있다고 하리라. 그러나 신은 내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거되었고, 나는 신을 다시 믿는 것에 실패했다. 부모님 집에는 성화상이 없었고 기도를 하지 않았다. 199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 큰 어른이 커다란 물통에 들어가서 향료의 연기를 코로 들이마시는 것이 멍청해 보였기 때문
이다.- 책속에서
책은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공포로부터 삶을 지켜 나가는 바바 두냐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작고 나약하지만 바바 두냐와 같은 사람들이 폐허가 된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반원전, 탈핵등이 하루속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없는 그런 세상을 꿈꿔 봅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