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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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잊고, 용서해다오. 나는 어리석은 늙은이니까.

권력을 잃고 광기에 휩싸인 사람이 자기를 ‘어리석은 늙은이라 되풀이해서 말한다. 분명 리어는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을 때나 영락한 지금이나 어리석다면 어리석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은 리어라는 인간이 보잘것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다오. 나는 어리석은 늙은이다”라고 딸 앞에서 고분고분 머리를 숙이는 아버지가 보잘것없는 인간일 리 없다. 예전의 권력자 리어도 큰 사람이었지만 제 어리석음을 자각한 늙어빠지고 광기에 휩싸인 리어는 그보다 더욱 큰 사람이다. -어리석음의 매력 중에서

인문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은 헤겔의 저작에 대한 획기적인 번역으로 이름높은 일본의 철학자 하세가와 히로시가 쓴 독서에세이입니다. 안정된 사고의 리듬, 격조 있는 문

장, 잔잔한 통찰로 엮은 철학고전 읽기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작가는 15권의 고전을 인간, 사색, 사회, 신앙, 아름다움의 5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읽어나가면서 느낀 바를 기존 번역본을 인용하며 소개합니다.

여행은 여기에서 ‘씁쓸한’ 것,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도-그리고 보들레르도-쓸쓸함과 절망에 겁먹지 않는다. 떠나는 것이 좋은지 머무르는 게 좋은지, 그것은 아주 모호하지만 상황의 모호함이 결단을 늦추게 만드는 일은 없다. 겁먹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여행의 쓸쓸함과 절망이 동시에 여행자의 쓸쓸함과 절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오<죽은>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왔다! 닻을 올리자!

심연은 바닥을 알 수 없다. 심연을 들여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꿈틀대고 있다. 시선을 집중하면 보이는 것은 문자 그대로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서 보들레르는 새로운 것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아름다움을 언어로 정착시키려 한다. 그런 시도의 흔적이 곧 [악의 꽃]이다.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한 상태에서 서로 사랑한다. 그것은 인간사회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유토피아가 실현되리라 믿고 현실에 맞서 조용히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알랭이 말하는 ‘행복에 대한 의지’라고 합니다. 고전 철학을 눈으로 읽고 무엇으로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세상 황량한 마음이 조금 더 깊어지기를 바라며 오랜만에 사색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았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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