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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80이 넘어 내가 깨달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4월
평점 :

“그럼 몰래 해야지.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번이드라 두번은 아니야. 내가 아홉살때 아버님이 반대 하셨구 지금 집사람이 싫어 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건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건 하고 싶은데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거지.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구 할 수 있을 때 끝까지 해 보려구.” 나빌레라 명대사 넌 뭘 할때 가장 행복해에서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어릴 때 꿈이고 소원이었던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조금만 더 일찍 용기를 냈으면 하는 아쉬움과 모든일에 늦은 때라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의 나는 아주 달랐다. 융통성 있는 성격이었던 나는 모든 상황에 최대한 기꺼이 적응하고자 했다. 대화 테이블의 상대자가 수다쟁이라도, 그 사람이 영화 이야기를 30분 동안 쉬지 않고 한다 해도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상대방에게 더 이상 그런 독백을 참을 수 없으며 그 영화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아마 상대방은 나를 매너 없는 대화 상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 상관하지 않는다. --- p.155
내가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순간을 즐기기보다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미리 걱정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그걸 ‘가정법적 사고’라고 부른다. 저녁 시간에 친구들과의 대화나 한 잔의 와인으로 흥이 오른 나의 기분을 즐기기보다는 그 다음날 얼마나 피곤할지 혹은 늦은 귀갓길이 얼마나 성가실지를 먼저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미리 생각해봤자 도움이 되는 건 없었다. 오히려 순간의 아름다움을 증발시키고 시간이 덧없이 지나가도록 할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이 같은 가정법 사고에 맞서 아름다운 순간들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삶도 점점 나아졌다. 지난 해 북해를 여행하면서 나는 이것이 북해를 마지막으로 보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해변에 서는 순간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나는 내 발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거친 모래알의 감촉에 집중했다. 파도의 일렁거림을 보았고 이따금씩 꽥꽥거리는 갈매기의 소리를 들었다. 북해를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 p.264-265
모닝커피와 저녁의 와인 한잔, 나를 돋보이게 해줄 자줏빛 코트. 가끔은 근사한 파트너와 음악회에 가는 것도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뭐든 해보는 거야. 80이 넘으면 살 만큼 살았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아직 100세가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말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메흐틸트 할머니의 소소한 행복찾기는 누구나 태어나 한번은 꼭 거쳐가는 노년을 그냥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느린 걸음걸이가 당신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순간 속에서 살도록 만든다. 나이는 등록할 필요가 없는 명상 코스이다.
도서는 미래의창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