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69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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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기사단 관련 원고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 사람 틀림없이 이상한 사람이야.” 아르덴티 대령이라는 사람이 성전 기사단에 관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왔다.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카소봉은 편집자 벨보의 권유로 아르덴티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아르덴티는 〈수백 년 동안 모두가 해결하려고 했으나 끝내 풀지 못한〉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마침내 자기가 풀어냈다고 자랑한다. 편집자들은 그에게 자비 출판을 권유하지만, 다음날 대령은 실종되고 만다.

 

수년 뒤, 카소봉은 출판사 편집진에 합류해 있다. 세상에는 여전히 성전 기사단에 대한 저만의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가득하다. 농담을 좋아하는 그와 편집자 동료들은 생각한다. 성전 기사단의 진정한 〈계획〉을 (파헤칠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만들어 보는 건 어때? 어차피 그게 그거잖아? 이때 막 보급되기 시작한 PC는 이 놀이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낸다. 아무렇게나 입력해 둔 평범한 역사적 사실들을 무작위로 두 개씩 출력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두 개씩 출력된 사실들은 놀랍게도 이제껏 아무도 알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연관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벌어진 모든 일 중 성전 기사단 없이 된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편집자들은 이게 장난이라는 걸 알지만 때때로 어떤 계시의 느낌에 사로잡힌다.

 

뭔가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앞에서 장난은 조심해야 하는 것. 그게 광신자들 앞에서라면, 목숨이 걸린 것. 난데없이 파리에 간 벨보가 카소봉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그 〈계획〉 말이야, 〈계획〉은 사실이었어.” 카소봉은 파리로 향한다. 실종된 벨보를 찾기 위해. 장난과 광신이 한 점에 모이는 곳, 푸코의 진자가 있는 파리 국립 공예원으로.

 

 

진자운동이 줄의 길이에만 영향을 받을 뿐, 일정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1583년 피사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피사 성당에 걸린 램프가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1851년에는 프랑스의 과학자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진자를 사용하기도 했다. 카소봉이 회고하면서 깨닫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자기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었으며 평생 그 한순간의 경험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순간을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자신을 파멸시킨 것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현실 공간에서 수 많은 변수들이 발생하고 그 변수 사이에서 나약하기만한 인간은 작은 자극에도 이성을 잃고 사이비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작가 에코는 [푸코의 진자]에서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인간에게 경고하고 싶었을 것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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