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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해이수 지음 / 뮤진트리 / 2021년 3월
평점 :

<탑의시간> ,<엔드바 텐드>, <낯설고 정겨운 그림자 놀이> ,<십번기> 모두 해이수 작가의 작품들이다. 2000년 [현대문학] 중편부문으로 등단하여 심훈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등을 수상한 작가의 에세이 [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책을 처음 만났다.
천년 고탑에 쌓인 시간을 배경으로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 『탑의 시간』의 작가 해이수의 첫 에세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에서 본격 기록문학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는 시인이나 가수가 구전되는 이야기를 암송하여 청중에게 들려주었다. 기원전 700년경 지중해를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이 작가가 서술한 이후 우리는 인생을 가리키는 두개의 선명한 메타포를 얻게 되었다. ‘여행’과 ‘바다’가 그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개의 현자와 영웅은 집 밖으로 쫓겨난다. 자의든 타의든 안락한 마을과 익숙한 관계를 떠나 길 위로 내몰린다. 큰 인물이 된다는 건 지금의 작은 나를 버려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등단 20년이 넘은 작가는 그동안 만났던 바다를 여러 얼굴로 이야기한다. 나는 이 바다에서 흘러가는 걸까? 아니면 표류하는 걸까? 그리고 미얀마 바간으로 떠난 여행은 도착과 함께 환상은 깨지고 보이는 건 허공뿐이었다. 부족한 무언가를 자꾸만 채우려는 노력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높고 넓고 깊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산중의 곰파(사원)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마니차를 돌리면서도 마음을 모았습니다.
“제 문학이 더욱 높고 넓고 깊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에 봄을 선사하는 에세이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입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