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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독서, 글쓰기로 시작해 사랑의 시로 마무리되는 아홉편의 에세이 [작은 파티 드레스]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의 산문집입니다. 저는 보뱅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한줄 한줄 써 내려간 글에 빠져 깊은 사색이 되는 책입니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작가에 대해 많은 정보는 없었습니다. 프랑스 중동부 부르고뉴 지방의 동부를 흐르는 론강유역에 자리한 지역에서 태어났고 그곳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시인이며 작가이고 철학을 공부했고 생태박물관에서 일하고 잡지 기자이기도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 정도입니다.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하듯 책을 읽는다. 보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에 빠지듯 책 속으로 들어간다. 희망을 품고.
”사랑한다는 것은 정체를 알수도 없고, 결코 채워줄 수도 없는 상대의 고독을 어루만지는 것이다.“-Christian Bobin
돈이 있는 사람들의 흰 손이 있고, 몽상하는 사람들의 섬세한 손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는 손이라고는 아예 없는 사람들. 황금도 잉크도 박탈당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오직 그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요컨대 타자를 지향하는 글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글일 수 없다. 글쓰기는 분열된 세상과 끝장을 보기 위한 것이며, 계급체제에 등을 돌림으로써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결코 읽지 않을 한 권의 책을 바로 그들에게 바치기 위해서이다.
'위대한 시인'이란 대체 뭘까.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다. 정말이지 무의미한 말이다. 자신의 글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의 위대함은 오로지 날 것인 삶에 대한 온전한 복종에서 오기 때문이다. 적확한 말을 찾느라 수많은 밤을 송두리째 바치는 사람은 연인들이 서로에게 쏟고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쏟는 조심스러운 염려를 내면에 키워갈 따름이다. 예술은, 예술의 진수는, 사랑하는 삶의 찌꺼기에 불과하며, 사랑하는 삶만이 유일한 삶이다. 위대하다든지 시인이라든지 문학이라는 것도 무의미한 말이다.
"내가 책을 읽는 건, 고통이 제자리를 찾게 하려는 거예요, 라는 진정한 답변을 이해할 사람이 누굴까.“
크리스티앙 보뱅은 말한다. 독서란 고통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 위해서, 잉크의 장막 밑에 놓인 유랑의 시간과 어떤 문장으로부터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기 위해서, 자신에게서 물러나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삶의 저변 즉 근원에 닿는 한 문장에 영혼이 물들기 위해서라고. 사랑이 그렇고 놀이가 그렇고 기도가 그렇듯이, 독서 역시 효율만을 추구하는 가시적인 세계에서 보면 무용한 일이지만 우리가 읽은 책은 우리가 결코 가지 않았던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영혼에 물이 들며 비가시적인 것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당신의 목소리와 눈빛이 걸음걸이와 행동거지가 달라’지게 되는 일이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