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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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해전 경주에 가족 여행을 갔다가 삼릉숲을 방문한 생각이 났습니다. 노천 박물관으로 유명한 경주의 남산은 보물과 문화재가 많이 있는 신라문화의 유적지가 많이 있는데 남산 초입에 들어선 삼릉숲엔 구불구불 굽어진 소나무숲으로 유명합니다. 소나무향 내음이 도시빌딩 숲에 살면서 맑은 하늘을 보기는 참 어려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좋은 냄새란 이런거구나하고 느껴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숲은 우리에게 그런 곳이죠. 장수정 숲 해설가님의 [안드로메다의 나무들]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비내리는 곰배령과 밤나무산누에나방 고치등 숲에 있는 나무, 풀, 벌레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힐링이 되는 글입니다.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터널을 지나고 강을 건너 북쪽의 내게로 왔다. 제가 품은 나무며 풀, 긴꼬리와 방울벌레, 여치와 뱀들을 데리고 왔다. 텅 빈 새벽의 지하철에 올망졸망 모두를 태우고, 내가 누운 방안으로 풀벌레가 들어오고 풀숲이 들어오고 별의 노래가 들어왔다. 나는 별과 노래와 풀로 지은 얇은 지지미 이불을 턱까지 끌어 당겼다. 곧 밤이 들어왔다 산이 들어왔다. 어쩌면 저의 근심도 함께 데려 왔을까. 밤벌레 소리를 듣다가 잠깐 나도 저처럼, 입시를 앞두고 태평인 아이 걱정을 조금 했다.---p.109 청계산 통신 8월

 

 

제일 가까운 곳의 별과 제일 오래인 종소리에 대한 기억은 그런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힘의 바탕인지도 모르겠다.

옳지 못한 길을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힘,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줄 아는 힘, 정당하지 못한 것을 끝까지 미워할 줄 아는 힘은 실은 제일 가까운 곳의 별과 제일 오래인 종소리, 베란다 너머 소소한 풀벌레 소리, 도시의 4차선 도로 중앙분리대 가장자리에 얇게 피어난 강아지풀로부터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p194 뿌레쉬한 그녀 중에서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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