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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지음 / 달 / 2020년 10월
평점 :

해방촌, 서울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동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시와 산문을 쓰는 작가
소중한 것들은 올라야만 볼 수 있다
마음을 이고 시인이 오르내리는 남산 마을
오르고 싶은 아름다운 표지의 비탈과 계단

책에는 시인이 해방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겪은 일상의 면면(1부 해방촌에서)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서 경험한 일 (2부 달려라 캣맘) 그리고 나이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사유한 것 (3부 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을 총 3부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멈춰 있는 마을 해방촌(解放村)은 남산타워의 남쪽, 곧 남산 밑의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고 해방된 후 정착하게 되어 해방촌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가파른 비탈길을 맨발로 걸었다고 합니다. 지물포와 신발가게 이불가게, 어물전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언제가 개발이 되면,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는 해방촌이 아닌 높은 빌딩, 아파트들로 인해 나무와 계단도 사라지게 되겠죠.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는 해방촌의 사계를 느낄 수 있고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작가의 마음이 들어있어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해방촌의 비탈길 계단을 오르게 합니다.
우리가 열망하는 건 아마도, 존재의 변화가 아니다. 그대로 시들어가는 자기 존재를 되살리는 것이다. 막다른 곳에서 쳇바퀴처럼 도는 지루한 일상이 숨통을 막을 때 우리는 변신 욕망을 갖게 된다. 일상의 패턴을 바꿔서 그 충격으로 삶이 꿈틀, 움찔,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p163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무르익힌다는 것이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은 삶은 기품 있는 삶이다. 삶이 깊어지면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 남을 생각할 줄 안다는 건 기품의 기본이다. 세월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그 기품, 이것이 아름다움이 아닌가? --- p236
달 출판사에서 협찬해 주신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