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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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성희롱 이런 말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이번주 우리는 모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힘든 한주를 보냈습니다.

 

이 책은 성폭행사건 이후 피해자가 받은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넘어서 논란이 된 가해자 보호 문화와 죄에 따른 가벼운 형량에 좌절감을 안기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고발장이자,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공정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만취해 기억이 없고 파티에는 왜 갔는지 피해자를 보는 시선에 화가 났습니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성폭력 피해자의 삶과 그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 <디어마이네임>을 읽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 책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고통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겪은 이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큰 용기에 감사 드립니다.

 

그래도 한 줌의 희망은 있었습니다. <에밀리 도의 피해자 의견 진술서> 전문이 [버즈피드]에 게시되면서 나흘 만에 1100만 명에게 읽히고 의회는 낭독회를 열었고, 진술서는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담당 판사는 파면 당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 ‘에밀리 도’는 자신의 진짜 이름 ‘샤넬 밀러’로 돌아와 더 크고 깊은 뒷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그 기억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 위해, 그래서 ‘자신에게 이름을 붙이기’ 위해,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 옆에 서 있기 위해서.

“이 책에는 행복한 결말이 없다.

행복한 부분은, 결말 같은 건 없다는 점이다”

성폭력에 관해 대화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린 책!

* 2019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 아마존·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홍승은 작가 추천

* 뉴욕타임스 북리뷰, 워싱턴포스트, 타임, 엘르, 시카고트리뷴 ‘2019 최고의 책’ 선정

 

 

나는 어째서 생존자들은 다른 생존자를 그렇게 잘 이해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우리가 당한 공격의 세부사항이 다 다른데도 어떻게 생존자들은 설명 없이도 눈을 맞추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건지. 어쩌면 우리에게 공통적인 것은 폭행 자체의 세세한 사항이 아니라 그 이후의 순간인지 모른다. 처음으로 당신이 혼자 남겨진 순간. 당신에게서 빠져나온 무언가. 내가 어디에 갔던 거지. 뭐가 사라졌지. 그것은 침묵 안에서 억눌러진 공포다. 위는 위이고 아래는 아래이던 세상과의 작별. 이 순간은 통증도, 히스테리도, 울부짖음도 아니다. 당신의 내부가 차가운 돌로 변해가는 시간이다. 알아차림과 짝을 이룬 완벽한 혼란이다. 천천히 성장하던 사치는 이제 끝이다. 잔인한 각성의 순간은 그렇게 시작된다.

--- p.20

 

이 땅의 성폭력 범죄가 없어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이 책은 동녘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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