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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라는 영화를 언제 봤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뇌리에 그들의 우정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거 보면 스토리와 배우들의 임펙트가 강한 인상을 주었었나보다. 비단 나만 그러진 않았을 터~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화제의 원작이 1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다. 그 떄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내 안을 가득 채우면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솟구친다.
나는 이곳 로즈 테라스 요양원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휘슬스톱 카페로 건너가 풋토마토 튀김을 먹고 있다. -1988년 6월 클레오 스레드굿 부인
마흔여덟 살인 에벌린 카우치는 남편 에드와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를 방문하게 되고 그 곳에서 클레오 스레드굿 노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클레오 부인은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이지와 루스이야기를 에벌린에게 펼쳐 놓는다.
이지는 말광량이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웃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지만 오빠 버디를 잃은 후론 상대방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명적인 상대인 루스를 만난 후로 그녀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취고 휘슬스톱 카페를 열어 그들의 인생을 자주적으로 이끌어나간다. 어떤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자...참 닮고 싶은 캐릭터이다.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여자..이지가 사랑했던 여자~그 이름은 루시!! 이지가 위험을 무릅쓰고 벌꿀을 든 병을 자신에게 주었을 떄 그녀 또한 운명적인 상대라는 것을 감지했지만 이지를 위해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루시의 남편은 허영심이 강하고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질이 나쁜 인간이었고 불행한 결혼생활의 장본인이었다. 지금이야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이 여자에게도 있지만 루스가 사는 당시는 결혼 생활을 하면 끝까지 유지해야 했기 떄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의 고리를 끊고 과감히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정말 큰 용기였다.이렇게 루시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생활 자체가 착했던 에벌린...항상 숙녀처럼 행동했고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는 그녀는 그 모든것에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과 자녀들..자신에게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은 살들...그리고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어서 뭔가 바꾸기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중년여성이다. 하지만 우연스럽게 클레어 노부인을 만나고 난 후 에벌린은 삶을 다시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몰라볼 정도로 변화하게 된다.
과감한 신여성들의 모델로 이지와 루스를 따라올자가 있을까? 레즈비언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그들의 인생을 살아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휘슬스톱 카페를 통해 인종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재인식 그리고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모른 척 하지 않은 아름다운 실천 사상을 몸소 보여준 그녀들이 나의 심금을 울린다.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기에 충분한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이 많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을 터이다.
파노라마처럼 휘슬스톱 카페에 갔다가 또 요양원에 갔다가 내가 이지가 되기도 하고 클레오 노부인이 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읽는 내내 그들과 함께 했다. 지금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따뜻함을 건네면서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느낌이 좋다. 굉장히 두꺼운 책임에도 지루하지 않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던 시간들이 행복했음을~그들을 다시 원작으로 만난 건 나에겐 굉장한 행운이었음을 고백한다.
지금 나는 휘슬스톱 카페에 와 있다. 그리고 주문을 한다. "풋토마토 튀김 한 접시하고 냉차 좀 주세요~이지!"
"에벌린, 미워해 봤지 소용없어요.자신만 다칠 뿐이죠.
스컹크는 아무리 해도 스컹크인 것처럼,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그 자신일 뿐이에요.
그들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다른 무엇이 되고 싶지 않겠어요?
틀림없이 그러고 싶을 거예요.인간은 그저 약한 존재랍니다." -p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