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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그 해 여름
김성문 지음 / 서울문학출판부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것이다.10대의 풋풋한 사랑에서부터 노년의 사랑까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부대끼며 세상을 살아나간다.지금 나 또한 나만의 색깔과 잣대를 가지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것처럼...! 사랑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참 가슴이 뭉클한 단어이다. 세월의 힘조차도 사랑의 위력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유효기간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은 절대적인 사랑이 오늘 내 맘속에 살포시 들어온다.내 맘속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 걸까?
처음엔 무심히 지나친 표지의 한 여자..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에 표지 속의 여자를 유심히 쳐다보게 되는 건 함축적인 의미를 담긴 그녀의 모습이 한편으론 안쓰러우면서도 행복해보이기 때문이다. 표지를 통해서 많은 말을 하고 있는 한 여자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자고 봄의 여신처럼 자꾸 유혹한다.
쉰네 살의 수연은 흰 보자기로 싼 백양목상자에 든 한 남자의 유골함을 들고 지리산 등반을 한다. 그건 자신의 삶에서 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의 유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을 오르면서 수연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번갈아가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도였지만 목사인 남편을 만나 자신의 꿈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만 했던 수연... 고인이 된 남편의 무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공원묘지에서 윤석주라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목사의 미망인이고 아들도 목사일을 걷고 있기에 스스로 사회적인 틀에 갇혀버린 그녀에게 봄이 찾아온다. 시리고 아프지만 아름다운 봄이~.
"한참을 망설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샀다.여자가 옷을 사는 날에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싶어지는 법이다.설사 그녀가 착각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고인이 된 그녀의 남편에게도 느끼지 못한 이 설레임은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도 또 전화를 걸고 싶다는 것도 쉰네 살의 그녀에겐 무척 낯선 감정이었기에 많이 당황해하면서도 마음 한 곳에서는 한 남자가 자신을 보아주기를 바라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수연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윤석주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눈물을 쏟아내는 역할을 담당했나보다. 지리산의 공기와 흙을 좋아하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앞에 독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그들의 사랑에 귀기울여주고 마음으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해 주는 것 뿐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만날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꺠닫는 순간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에 감동하면서 한편으론 안쓰러워 가슴이 막막해온다.
"쉰네 살의 나이면 여자의 인생에서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위도 몇 도,경도 몇 도쯤의 좌표에 도달한 걸까!"
많은 책들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세상을 어느정도 살아내고 있는 중년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저 가벼운 사랑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재혼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뤄서 진중하면서도 무게있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일흔이 넘은 최영감님과 옥분 할머니의 결혼식 장면은 나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줬고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역시 참으로 아름답고 용기있는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노인들의 재혼이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자식들이 오롯이 감당하게 될 부담감들을 생각해보면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특정한 하나의 색깔이 아닌 다양한 색깔을 내는 무지개 색깔을 닮았다. 20대의 사랑부터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노년의 사랑까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독자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고 놀라운 반전으로 깜짝 놀라게 한다.
가슴속에 묻어버린 꿈.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와 엄마의 품에서 떠나간 자식들이 안겨준 상처가 있는 중년들의 발밑에 작은촛불 하나를 켜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내 마음속을 파고든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중년들의 내면적인 자유로움을 노래하는 진지한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맛보게 되는 책이다.
"만일 언제든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거든,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뭐가 뭔지 모를 떄라도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는 말아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돼요.
다시 자신으로 되돌아가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남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