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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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이나 로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가끔 엉뚱한 상상으로 로또 대박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상금을 어디에 쓸까 상상하면서 실제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부러움도 들곤 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복권이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다 행복해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들 중 다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불행에 빠졌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번에 인생 대 역전을 꿈꾸며 드디어 꿈의 로또에 당첨되어 오히려 그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른 사연이 있겠지만, 이 책 속 세 남매에게는 정말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성탄 피크닉은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로또에 대박을 맞은 한 가족. 그런데 참 특이하게도 이 가족들이 영 수상하다.

CCTV의 눈으로 그려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독특한 전개를 이루는 참 재미있고 아찔하고 또 살짝 코믹한 느낌과 실소를 자아내는 구도가 색다르다. 프롤로그에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세 남매가 무언가에 쫓겨 각각 가방을 들고 외출을 한 텅빈 아파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북의 강북'에 살았던 그들은 로또에 당첨되자  '강남의 강남'인 압구정으로 입성한다. 압구정에 위치한 재계발을 앞둔 단지의 32평 아파트 608호에는 은영, 은비, 은재의 세 남매가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남매에게는 제각각 문제가 있었으니, 고학력에 좋은 대학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되지 않는 은영과, 원조교제를 일삼고 명품을 쫓는 문제의 그녀 은비, 그리고 툭하면 무단 결석하거나 조퇴하고 문제아로 낙인 찍힌 운둔아 기질이 있는 은재.

로또에 당첨된 뒤 아빠는 엄마랑 이혼하고 당첨금의 1/20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엄마는 홍콩의 딤섬 스쿨에서 1년 과정으로 연수중이라, 남매의 생계비를 책임지는 은영이 생계비를 댄다. 그런 은영도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직시험에는 연신 낙방하여 고뇌를 하고 있는 사이, 문제의 은비는 경제적 부를 가진 부모를 둔 지희를 따라다니며 명품을 쫓다 돈 많은 강남 아저씨들을 꼬셔 끊임없이 돈을 타내는 생활을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같은 아파트 단지내에 자택이 있는 병원 의사인 최 원장에게 돈을 뜯어낸다. 그러다 그만 큰 사고를 치고 마는데.....그들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그리고 미스터리한 면모도 갖춘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도로 전개된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강남 문화를 따라가려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세 남매의 모습이 위태롭다.

로또에 당첨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압구정동 진출기는 서서히 아찔한 전개로 이어지는데,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서서히 심각해지는 스토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가벼운 듯,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추리소설의 느낌으로 CCTV가 말해주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뒷편에는 작품 해설이 아주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책을 읽고 난 후에 좀 더 스토리 속 세 남매와 그들을 둘러싼 이웃, 강남, 사건 등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을 만들어준다.

모던한 느낌으로 젊은 작가 이홍님의 새로운 필체가 신선한 소설, 성탄 피크닉 정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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