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아, 너희는 좋겠다 - 저학년 중앙문고 97
요헨 베버 지음, 전재민 옮김, 안야 라이헬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때 유독 나는 체육과목을 못했다. 당시엔 다리가 짧은것도 키가 작은 것도 아닌데도 시골 학교라서 아이들이 모두 시커멓게 그을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닐 무렵 나는 뛰어노는 것보다도 책읽기나 정적인 놀이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만 하면 언제가 뒤쳐지고, 겁이 많아서 철봉 시간은 무서웠고, 뜀틀도 조금씩 높아지니 산처럼 느껴졌다. 체력장때도 오래달리기를 안해도 이미 점수가 남아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오래달리기 점수까지 합해서 겨우 턱걸이할 정도였다. 암튼 운동에는 타고난 소질이 하나도 없어서 체육시간엔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빌고 또 빌었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모르지만, 자신감도 결여되니 더 못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체육을 하는 꿈을 꾸었을까.

 

책 속 페터 바움브라운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까?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는데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던 페터는 아빠 엄마 몰래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고는 짐을 챙겨서 할머니 집으로 간다. 항상 머릿속에 숫자들이 둥둥 떠다니고 매일매일 잠도 못이룰 정도로 걱정이 많았던 페터는, 성적표에 수학에서 ’매우 노력을 요함’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페터는 엄마의 "페터가 좀 모자란가 봐"라는 한마디와 아빠의 "일일이 손가락을 꼽아 셈을 하는데도 못하더라구"에 더 양 어깨가 처진다. 그리고 도착한 할머니 집에서 페터는 닭들을 만나는데......

 

할머니와 손자 사이가 참 흐믓한 느낌이 들었다. 점점 마음이 평안해지는 페터, 그때까지는 늘 숫자들이 헤엄치고 다니고 숫자를 계산하던 페터의 머릿속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닭들을 키우는 할머니 집에서 "닭들아 너희는 좋겠다"고 했던 페터는 할머니가 지어준 새 이름 "페트로레오"가 되어 마음을 점점 열어간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듣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이 풀려간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체육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어 혼자서 끙끙 앓던 시간들이 꽤 되었던 것 같다. 뭐 지금이야  살짝 추억이라고 느낄 수 있었지만, 나의 경우 누구도 해결할 수 없었던 나만의 문제라고만 여겼는데 페터는 참 행복한 아이로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잘하는것과 잘 못하는것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심어줄 수 있는 즐겁고 유익한 동화다. 부모와 함께 읽어보면 참 따스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자녀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칭찬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