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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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세계대전이라고 불릴만한 사건은 20세기를 기점으로 2번 있었으며, 이 두 번 모두 선과 악의 경계가 굉장히 선명하다. 수많은 기계적 살인의 기록이 남아있는 2차 세계대전의 경우 막강한 악역’, 또는 절대 악이 존재하므로 여러 형태의 작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지난 20년 넘게 2차 대전 동안 독일에 살았거나 독일 점령하에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17쪽 서언 중)


이 책은 홀로코스트를 피해 망명한 아버지와 고고학자 어머니를 둔 영국 최고의 나치즘 연구자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Nicholas Stargardt가 쓴 것으로, 그는 서언에서 나는 승자와 가해자를 출현시킨 사회의 공포와 희망을 드러냄으로써 독일인들이 그 전쟁을 스스로에게 어떻게 정당화했는지 질문했다. (18)”라고 하며 전쟁에 대하여 독일인들이 내부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수백 명이 남긴 기록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하였다.

 

1차 대전이 유럽 열강이 협상국과 동맹국으로 나뉘어져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싸웠다면 2차 대전은 독일이라는 한 국가가 민족의 우월함을 모토로 삼고 유대인이라는 특정 민족, 폴란드 등 그들이 지배하게 된 약소국의 시민, 그리고 심지어 자국 내 우월함의 표본이 될 수 없는시민들을 말살/학살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과연 시민들은 나치 정권의 관점에 도취되어 전쟁에 임했을까?

 

 책은 폴란드 침공을 기점으로 1939 9월부터 시작된 방어전을 시작으로 히틀러가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을 하고 카를 되니츠 제독이 항복하는 1945 5월까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방어전, 유럽의 주인, 1812년의 그림자, 교착상태, 독일에 도착한 전쟁, 완전한 패배와 같이 각 장의 주제에 맞게 내용이 정리되어 있으며, 편지와 일기의 주요 주인공(22~23)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민 독일인과 실제 참전한 독일군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받는다. (사진 자료가 함께 있으므로 글 속 주인공이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정의로운 종말이야.’ (알브링)는 오이겐에게 일말의 의심과 함께 자기 변명을 늘어놓았다. ‘네가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안다면 사람에 따라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는 문명인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썼다. ‘그것은 signa temporis’, 시대의 표식이야.’ 그는 1939년에 폴란드에서 벌어지던 유사한 처형을 지켜보던 독일인들과 마찬가지로 처형 장면에 매혹되었다. ‘모든 것을 알려면 그리고 모든 것을 청산하려면 모든 것을 보아야 해.’ 그는 처형의 정당성과 인종 정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처형당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를 매혹시킨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목숨을 끊어놓는다는 것의 신비-그리고 권력-였다. ‘우리가 고수하는 것은 무엇이고, 찰나의 시간에 목숨이 끊어지고 가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248)


 전쟁이 잔인한 건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죽여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 정당성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인 양심과 가치기준 역시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 글은 소련군,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개인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그는 1941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살을 목도해야 하는 고통과 함께 복잡한 심경을 전달한다. 하지만 1942년이 되면서 유대인들을 죽을 운명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점차 상황에 무미건조해져 간다. 이 가운데 처형여행자들이 있었고, 영사기 등으로 공개적인 처형장면을 찍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독일인들의 반응 속에 나타난 복잡하고 역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요소들을 담으려 했다. 그들은 나치의 이상에 거리를 두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작가의 섬세한 객관성이 빛을 발하는 건 그간 학살을 언급한 역사서에서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일종의 메커니즘을 정리했다면 그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개개인의 심리적 흐름을 파악하여 시간에 따라 파악하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에 대한 정의와 해석이 각 문단마다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유독 이 책에서 문장을 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패전은 정쟁중의 모든 희망을 산산조각 내고 오직 고통만을 남겼고, 헛된 영웅주의의 그림자는 종전 이후에 어느 장군이 동부전선의 전투에서 독일일 승리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해도 그 주장을 압도해버렸다. 그리고 또 그 모든 종말론적인 예언들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은 그러나 어떻든 횔덜린의 미지의 심연의 피안에도 있지 않았다.” (785쪽 에필로그)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아깝다. 먼저 이 책을 소장한 뒤 전쟁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그 다음에는 인간의 심리를 근간으로 읽기를 권유한다.

"2차 대전은 그 어느 전쟁보다도 독일인들의 전쟁이었다." - P24

‘우리는 우리에게 대항하는 유대인들만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민족 자체를 글자 그대로 절멸하려고 한다!‘ - P29

"독일인들이 끝까지 싸운 것은, 그들이 전쟁의 가혹함을 정면으로 겪었기에 그리고 전쟁이 생산해낸 종말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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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말한다 - 세계를 바꾼 여성의 연설
이베트 쿠퍼 지음, 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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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자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 아이의 어머니인 이베트 쿠퍼(Yvette Cooper) <여성이 말한다>이다. 이 책의 원서 <She speaks>는 초판이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아 증보판으로 구성되어 출판되었다. 그만큼 여성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으며 또한 그 목소리의 기록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다 생각된다.


  이 책을 페미니즘의 기록으로 본다면 일종의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문의 글과 같이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점철된, 그리고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연설의 장에 여성 역시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라 생각하며 읽기를 권장하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연설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격려하고 자극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힘과 목적의식이 담겨진 수많은 연설 중 수록할 연설을 고르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 담긴 40개의 연설과 이와 함께하는 주체, 목적, 배경, 뒷이야기 등이 힘있게 다가온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고대 영국의 전사 여왕 부디카Boudica부터 2022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국민 연설까지, 각각의 연설은 괴롭힘과 학대와 협박의 위협 가운데 큰 용기를 가지고 낸 목소리로 이루어졌다. 나는 이 연설 중 가장 와 닿았던 두 가지 연설을 꼽아 보았다.


광야에서 부르짖는 목소리! 그것은 한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남자들로 가득한 이 드넓은 광야에서 그녀는 수많은 군중 사이로 외칩니다.” (58쪽 조지핀 버틀러 Josephine Butler의 연설 광야의 목소리)


 1871년 폰티프랙트 보궐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현직 하원의원이자 자유당 소속 후보인 휴 차일더스Hugh Childers를 저지하며, 또한 그가 지지하던 감염질환법Contagious Diseases Act’를 철폐하고자 했던 조지핀 버틀러의 연설문 중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첫 문장의 힘이란!! 연설문의 트리거가 된 감염질환법이란 여성이 매춘을 했다는 혐의만으로도 강제로 의료검진을 받아야 하며, 성행위로 전파되는 질병에 감염되었을 시 강제 구금한다는 법안으로, 스틸강간(Steel rape)라고 불리었다.


 당시 군부대 등 감염질환의 주체이자 가해자는 남성이었는데 오히려 여성을 통제하고 매춘부를 괴롭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녀는 이런 사회적 취약 계층인 여성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오랫동안 진행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으며 이 같은 활동은 추후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이어졌다.



 작가가 꼽은 이 책 속 가장 중요한 연설은 2001 6월 베를린에서 독일인 의사들 앞에서 진행된 에바 코르Eva Kor의 연설이다그녀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로, 나치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실험에 동원된 1500개의 집단 중 생존한 200명도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1944년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쌍둥이 자매 미리암과 함께 생체실험에 동원되었으며 수용소 해방 이후 루마니아를 거쳐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살았다

 

 이후 그녀는 과거 생체실험의 주체였던 나치 의사와 만남을 가진 뒤 홀로코스트 참상이 실제 사실이라는 공개적인 확인을 받은 뒤 그를 용서했으며, 이 연설을 통해 다시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훼손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녀는 자신이 행한 용서가 그 누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치유의 행위라는 것을 거듭 밝혔다.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기억이자 잔인하고 슬픈 역사의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내 어깨를 짓누르던 고통스러운 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가 용서를 통해 마음속 짐에서 자유로워졌다 할지라도 이런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서 비롯할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이 책은 여성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 이 책에 실린 여성들은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다.” (35쪽 서문 중)

 

 아직도 세상에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설이 떠돈다. (이런저런 성별론을 차치하고서) 세상의 성별은 결국 두 가지뿐이다 - 여성 아니면 남성

 교육기관의 상위 졸업자가 여성이 대다수이고 유리 천장을 깨부수고 기업의 수장에 자리 잡은 여성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위치에 있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언제나 위협과 음해의 대상으로서 자신뿐 아닌 가족 역시 보호받아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Women should have each other’s backs.

이런 시기에 여성은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이 목소리의 기록을 응원하며 11가지 여성을 지지하는 여성의 글 링크와 함께 이 책에도 실린 파키스탄의 시민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의 인용문을 남겨본다.

  

"So here I stand, one girl among many. I speak not for myself, but so those without a voice can be heard. Those who have fought for their rights. Their right to live in peace. Their right to be treated with dignity. Their right to equality of opportunity. Their right to be educated."

많은 소녀들 가운데 한 명으로서 저는 여기에 서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합니다. -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 사람들: 평화로운 삶을 살 권리, 존엄한 대우를 받을 권리, 평등한 기회의 권리, 교육받을 권리.

"당신이 말을 꼭 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절대 뒤로 물러서서 누군가 그 말을 대신 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당신이 누구든 무엇을 입든 당신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 P31

"광야에서 부르짖는 목소리! 그것은 한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남자들로 가득한 이 드넓은 광야’에서 그녀는 수많은 군중 사이로 외칩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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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없는 세상에서 리더로 살아가기
임창현 지음 / 파지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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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상사 아닌 리더로, 변화무쌍한 환경 속 변신은 무죄! 


내가 경험한 사회생활 속 리더는 권위주의적인 상사였다. 말 그대로 중국집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짬뽕과 볶음밥이라는 옵션 없는 짜장면으로 일관되어야 했고, 일단 상사가 회식이라고 외치면 중요한 약속도 다 취소하고 가야만 했던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리더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를 상사와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


 

 이 시대의 다이내믹은 과거 내가 생각했던 상사의 시대와는 다르다. 눈 뜨면 모르는 기능이 탑재된 물건들이 출시되며 어제의 연예인과 오늘의 아이돌은 같지 않다. 리더는 조직을 지배하는 이가 아닌 이끄는 조타수와 같으므로 이런 흐름 속에서 조직과 그 구성원을 잘못 이끄는 순간 조직의 미래 역시 빠르게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리더 보임에 대해 기피하는 리더 포비아 현상을 보이며, 리더가 된 이후 느끼는 성취감 등에 비해 불안이라는 감정이 크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은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단위 조직 리더의 관점에서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탐색해 보며, 궁극적으로는 미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찾아(13)”보며, 리더의 고민과 이슈를 이야기 한다.


 과거에는 리더십의 기준이 리더 그 자체였으나 이제는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환경 변화 시그널을 분석한 이후 리더들이 직면한 크리티컬한 모먼트 14가지를 각각 케이스와 함께 소개한다.

-       비즈니스 및 일의 변화

-       일하는 방식의 변화

-       구성원의 변화

 

 나는 <크리티컬 모먼트 6 수시 피드백을 통한 상시 성과 관리를 적용해야 할 때> 부분에 크게 공감하였는데, 구성원의 상시 성과 관리를 위한 원온원 미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과거 원온원 미팅이 구성원 개인의 이해를 위한 자리였다면 현대의 원온원 미팅은 실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며 조직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라 한다. (135


 이 책은 원온원 미팅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적용하기> 속 질문을 통하여 실제 업무에 적용 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원온원 미팅에 대한 내용은 리더십의 6요소 중 "의미있는 대화(Meaningful Conversation)" 부분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된다.

 

 크리티컬 모먼트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 이후 3<미래 리더십을 말하다>를 통해 리더십의 6가지 요소를 설명하며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과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환경 변화에 비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만큼 기업과 구성원 등 다양한 분야에 이해를 필요로 하므로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아서 이 책의 제목처럼 정답 없는 세상에서 리더로 살아가기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주체인 리더를 단순히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로 한정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 속 전반적인 내용, 특히 리더가 가져야 할 6가지 요소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요소이기도 하므로, 이 책을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일종의 지침서라 생각하고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파지트 서포터즈로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된 포스팅 입니다.

리더의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목적을 향해 함께 가도록 이끄는 역할이고, 이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꺼이 성장감을 경험하고 즐기며 더 큰 행복을 만들고자 하는 자기 결단과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불안의 시대, 리더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시작하기 위해 이제 새로운 맥락에서 리더십에 대한 성찰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 P23

"기본적으로 리더십은 연차와 경험이 축적된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의도적인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을 바꾸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P235

"리더가 시간 빈곤에 허덕이고 바쁘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리더십 문제를 고려하는 데 있어 리더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처한 환경적 맥락 또한 리더의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만큼 새로운 리더십의 변화를 고민할 때에는 리더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적 변화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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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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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출판사에서 일본 위스키를 주제로 쓴 두꺼운 책을, 그것도 저자 친필 사인까지 된 책을 보내주셨다. 검색해보니 위스키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책은 출판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싱긋에서 국내 최초로 버번 위스키 전문 서적을 펴냈으며,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 위스키와 관련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이런 책을 받았으니 참 의미가 깊다.



문제는 내가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굉장히 약하다는 것! 요즘 말로 위..(위스키를 알지 못하는 자)라는 것이다. 이 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읽어야 할까, 읽기 전부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 참에 위스키를 한 잔 해볼까? 아니다, 그럼 며칠간 숙취에 시달릴 테지, 그럼 어쩐다?! 일단 진하게 끓인 보리차에 얼음을 타서 온더락(On the rock)인 양 즐겨본다. 그리고 이 책은 일본 위스키의 역사를 배운다 생각하고 읽기로 했다. 나는 역사를 참 좋아하니까.

 

우선 일본 내 위치한 22곳의 양조장을 직접 취재하며 이 책을 완성한 작가 분의 덕력에 감탄했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발품을 뛰며 양조장의 역사, 생산방식, 각 위스키의 특징과 페어링 등 정말 위스키 사랑이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애정으로 시작했을 작품이 일본 위스키의 2024년 미슐랭 가이드처럼 느껴질 만큼 상세하다는 것이다. 물론 허가를 받았겠지만 특징 있는 시설의 사진까지 함께 한 각 양조장의 특징은 직접 그 곳에 간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책 속 마스터 블렌더, 마스터 디스틸러 등 실무 담당자들과의 인터뷰는 뭇 Food & Lifestyle 잡지에서 봄직한 내용이었다. 이 책은 이런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증류소 주변에 위치한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정보와 위스키와 관련된 축제정보까지 담고 있다. 그간 커피나 맥주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취재 내용이나 기록된 역사 기록, 또는 주관적인 감흥 등을 정리한 것이 대다수였다. 반면 일본 위스키 전반에 대한 정보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알짜배기 정보까지 전달하는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통해 前 NHK 서울지국 기자라는 작가 분의 이력이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을 읽으며 위스키를 즐기기 위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까지 여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부부의 열정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열정을 가진 작가가 있다. 힘든 시간 내 안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처절하게 공기를 불어넣는 일(14)”로써 위스키 정보와 테이스팅 노트를 적었던 작가 분의 노력이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나온 것이다.


 30대 중반부터 거의 매해 수술과 재활을 받아온 이래로 맥주를 물처럼 마시던 습관이 사라졌다. 음주를 귀하게(!) 하다 보니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하나의 의식이라 생각하고 음미하고 즐기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맥주도 흔히 마시는 브랜드가 아닌 것을 마셔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책은 어쩌면 새로운 것도 시도해보라는 하나의 시그널일지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이볼이 유행이라 하는데 너무 달달한 건 과음의 위험이 있으니 작은 잔으로 위스키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엊그제 새로 갱신한 여권을 받았다. 비록 위스키는 잘 모르더라도 위스키를 핑계 삼아 일본으로 출국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왠지 일본의 선술집에 앉아 나도 모르는 언어 가운데에서 온더락으로 조금씩 마시는 위스키가 참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핑계다!!))


"세계의 앞선 위스키 제조기술에 일본인의 자질과 일본에서 재배한 원재료, 그리고 자연환경이 더해진 것이 일본 위스키라 할 수 있다." - P25

"위스키는 시간이 드는 음료입니다. 길게 오랫동안 사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위스키를 만들려면 좋은 소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오랫동안 위스키를 사랑해주는 것이 위스키를 계속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위스키를 계속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67쪽 5장 치치부 증류소 Q&A 중) - P267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주, 맥주, 막걸리를 편애해왔다. 전 세계에는 위스키, 럼, 테킬라, 아가베, 진, 칼바도스, 코냑, 시드르, 와인 등등 소주와 맥주의 형제들이 아주 많은데 이들을 등한시했다. 이제부터라도 이 술들에 사랑을 주고,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모든 술은 형제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이챠리바쵸-데- : 한번 만나면 형제")"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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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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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는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진보를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런 대상의 외관을 기능뿐 아니라 심미적 요소, 지역적인 특징 등을 고려하여 완성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시각은 단순히 예쁘면 되지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 분은 이름만 들으면 아아 하고 말할만한 곳에서 공부하고 일한, 현재 전기 자동차 회사의 수석디자이너이다.


 개인적으로 inspirational writing을 읽는 것에 취약하다. 청개구리 애티튜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할 것이다’, ‘~해야 한다라고 쓰인 글을 보면 내가 왜?!”라는 질문부터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서도 ?”라는 질문에 빠지기도 했다. 혹여 인생의 지침서가 아닐까 하는 기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디자인이 가진 특색, 그리고 작가 분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가장 직관적인 글에 마음이 많이 갔는데 1장 중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정의하는 부분에서 그동안 디자인이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해소되었다. “인간은 의지와 감정을 재료로 진정성을 담아 예술을 창작하며, 그로써 위로 받아야 한다. (63)”는 문구는 창작이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말한다. 혁신과 진보를 보여주되 세상에 타협하는 적정성을 가져야 하며, 그 안에 인간성을 함축해야 인정받는 것이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현대 디자인에 대한 자조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체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하나의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것보다 생각과 태도의 다각화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한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깨달음과 철학적인 사유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이 자동차 디자이너가 쓴 책인가 하며 놀라게 된다.


 잉여된 관계보다 고독이 필요하다.” (172)

 

 비록 북스타그램이라는 이름 하에 글을 쓰고 있고 좋아요의 수에 글의 성과를 의지하는 입장에 놓여있지만 이 작은 틀 안에 묶여있는 개개인의 현실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과연 우리는 독자성과 개성을 유지하며 살고 있을까?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고독을 통해 각성해야 한다는 이 문구를 되뇌어 본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세상 속에서 타인의 삶을 나에게 빗대며 자존감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반성 또한 말이다.


 책의 표지처럼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직관적으로 쓴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읽고 나서 더 나은 생각의 길로 향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좋은 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천천히 완독하고 또 재독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디자인은 시공을 초월한 단정함을 이루는 일이다."

- P23

"예술은 구구절절 사연을 가져도 되지만, 디자인은 이러저러한 설명이 추가되는 순간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관객이든 고객이든 그들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과 백지에 ‘신상’ ‘신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자인이 예술의 범주에 속해 있다거나 디자인과 예술을 같은 영역으로 착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45

"디자인이 온전히 빈 종이 위의 ‘창조’보다 타협’의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해결책을 상상으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찾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질문이 긍정적 방향을 취할 때 더욱더 긍정적인 답변을 얻게 되는 법이다. 세상이 유토피아를 건너 디스토피아의 암흑으로 빠져나갈지 아닐지는 우리의 긍정의 힘에 달려 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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