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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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출판사에서 일본 위스키를 주제로 쓴 두꺼운 책을, 그것도 저자 친필 사인까지 된 책을 보내주셨다. 검색해보니 위스키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책은 출판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싱긋에서 국내 최초로 버번 위스키 전문 서적을 펴냈으며,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 위스키와 관련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이런 책을 받았으니 참 의미가 깊다.



문제는 내가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굉장히 약하다는 것! 요즘 말로 위..(위스키를 알지 못하는 자)라는 것이다. 이 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읽어야 할까, 읽기 전부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 참에 위스키를 한 잔 해볼까? 아니다, 그럼 며칠간 숙취에 시달릴 테지, 그럼 어쩐다?! 일단 진하게 끓인 보리차에 얼음을 타서 온더락(On the rock)인 양 즐겨본다. 그리고 이 책은 일본 위스키의 역사를 배운다 생각하고 읽기로 했다. 나는 역사를 참 좋아하니까.

 

우선 일본 내 위치한 22곳의 양조장을 직접 취재하며 이 책을 완성한 작가 분의 덕력에 감탄했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발품을 뛰며 양조장의 역사, 생산방식, 각 위스키의 특징과 페어링 등 정말 위스키 사랑이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애정으로 시작했을 작품이 일본 위스키의 2024년 미슐랭 가이드처럼 느껴질 만큼 상세하다는 것이다. 물론 허가를 받았겠지만 특징 있는 시설의 사진까지 함께 한 각 양조장의 특징은 직접 그 곳에 간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책 속 마스터 블렌더, 마스터 디스틸러 등 실무 담당자들과의 인터뷰는 뭇 Food & Lifestyle 잡지에서 봄직한 내용이었다. 이 책은 이런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증류소 주변에 위치한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정보와 위스키와 관련된 축제정보까지 담고 있다. 그간 커피나 맥주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취재 내용이나 기록된 역사 기록, 또는 주관적인 감흥 등을 정리한 것이 대다수였다. 반면 일본 위스키 전반에 대한 정보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알짜배기 정보까지 전달하는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통해 前 NHK 서울지국 기자라는 작가 분의 이력이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을 읽으며 위스키를 즐기기 위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까지 여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부부의 열정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열정을 가진 작가가 있다. 힘든 시간 내 안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처절하게 공기를 불어넣는 일(14)”로써 위스키 정보와 테이스팅 노트를 적었던 작가 분의 노력이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나온 것이다.


 30대 중반부터 거의 매해 수술과 재활을 받아온 이래로 맥주를 물처럼 마시던 습관이 사라졌다. 음주를 귀하게(!) 하다 보니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하나의 의식이라 생각하고 음미하고 즐기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맥주도 흔히 마시는 브랜드가 아닌 것을 마셔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책은 어쩌면 새로운 것도 시도해보라는 하나의 시그널일지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이볼이 유행이라 하는데 너무 달달한 건 과음의 위험이 있으니 작은 잔으로 위스키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엊그제 새로 갱신한 여권을 받았다. 비록 위스키는 잘 모르더라도 위스키를 핑계 삼아 일본으로 출국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왠지 일본의 선술집에 앉아 나도 모르는 언어 가운데에서 온더락으로 조금씩 마시는 위스키가 참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핑계다!!))


"세계의 앞선 위스키 제조기술에 일본인의 자질과 일본에서 재배한 원재료, 그리고 자연환경이 더해진 것이 일본 위스키라 할 수 있다." - P25

"위스키는 시간이 드는 음료입니다. 길게 오랫동안 사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위스키를 만들려면 좋은 소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오랫동안 위스키를 사랑해주는 것이 위스키를 계속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위스키를 계속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67쪽 5장 치치부 증류소 Q&A 중) - P267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주, 맥주, 막걸리를 편애해왔다. 전 세계에는 위스키, 럼, 테킬라, 아가베, 진, 칼바도스, 코냑, 시드르, 와인 등등 소주와 맥주의 형제들이 아주 많은데 이들을 등한시했다. 이제부터라도 이 술들에 사랑을 주고,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모든 술은 형제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이챠리바쵸-데- : 한번 만나면 형제")"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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