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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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는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진보를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런 대상의 외관을 기능뿐 아니라 심미적 요소, 지역적인 특징 등을 고려하여 완성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시각은 단순히 예쁘면 되지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 분은 이름만 들으면 아아 하고 말할만한 곳에서 공부하고 일한, 현재 전기 자동차 회사의 수석디자이너이다.


 개인적으로 inspirational writing을 읽는 것에 취약하다. 청개구리 애티튜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할 것이다’, ‘~해야 한다라고 쓰인 글을 보면 내가 왜?!”라는 질문부터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몇몇 부분에서도 ?”라는 질문에 빠지기도 했다. 혹여 인생의 지침서가 아닐까 하는 기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디자인이 가진 특색, 그리고 작가 분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가장 직관적인 글에 마음이 많이 갔는데 1장 중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정의하는 부분에서 그동안 디자인이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해소되었다. “인간은 의지와 감정을 재료로 진정성을 담아 예술을 창작하며, 그로써 위로 받아야 한다. (63)”는 문구는 창작이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말한다. 혁신과 진보를 보여주되 세상에 타협하는 적정성을 가져야 하며, 그 안에 인간성을 함축해야 인정받는 것이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작가는 현대 디자인에 대한 자조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체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하나의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것보다 생각과 태도의 다각화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한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깨달음과 철학적인 사유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이 자동차 디자이너가 쓴 책인가 하며 놀라게 된다.


 잉여된 관계보다 고독이 필요하다.” (172)

 

 비록 북스타그램이라는 이름 하에 글을 쓰고 있고 좋아요의 수에 글의 성과를 의지하는 입장에 놓여있지만 이 작은 틀 안에 묶여있는 개개인의 현실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과연 우리는 독자성과 개성을 유지하며 살고 있을까?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고독을 통해 각성해야 한다는 이 문구를 되뇌어 본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세상 속에서 타인의 삶을 나에게 빗대며 자존감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반성 또한 말이다.


 책의 표지처럼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직관적으로 쓴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읽고 나서 더 나은 생각의 길로 향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좋은 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천천히 완독하고 또 재독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디자인은 시공을 초월한 단정함을 이루는 일이다."

- P23

"예술은 구구절절 사연을 가져도 되지만, 디자인은 이러저러한 설명이 추가되는 순간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관객이든 고객이든 그들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과 백지에 ‘신상’ ‘신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자인이 예술의 범주에 속해 있다거나 디자인과 예술을 같은 영역으로 착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45

"디자인이 온전히 빈 종이 위의 ‘창조’보다 타협’의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해결책을 상상으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찾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질문이 긍정적 방향을 취할 때 더욱더 긍정적인 답변을 얻게 되는 법이다. 세상이 유토피아를 건너 디스토피아의 암흑으로 빠져나갈지 아닐지는 우리의 긍정의 힘에 달려 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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