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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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세계대전이라고 불릴만한 사건은 20세기를 기점으로 2번 있었으며, 이 두 번 모두 선과 악의 경계가 굉장히 선명하다. 수많은 기계적 살인의 기록이 남아있는 2차 세계대전의 경우 막강한 악역’, 또는 절대 악이 존재하므로 여러 형태의 작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지난 20년 넘게 2차 대전 동안 독일에 살았거나 독일 점령하에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17쪽 서언 중)


이 책은 홀로코스트를 피해 망명한 아버지와 고고학자 어머니를 둔 영국 최고의 나치즘 연구자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Nicholas Stargardt가 쓴 것으로, 그는 서언에서 나는 승자와 가해자를 출현시킨 사회의 공포와 희망을 드러냄으로써 독일인들이 그 전쟁을 스스로에게 어떻게 정당화했는지 질문했다. (18)”라고 하며 전쟁에 대하여 독일인들이 내부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수백 명이 남긴 기록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하였다.

 

1차 대전이 유럽 열강이 협상국과 동맹국으로 나뉘어져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싸웠다면 2차 대전은 독일이라는 한 국가가 민족의 우월함을 모토로 삼고 유대인이라는 특정 민족, 폴란드 등 그들이 지배하게 된 약소국의 시민, 그리고 심지어 자국 내 우월함의 표본이 될 수 없는시민들을 말살/학살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과연 시민들은 나치 정권의 관점에 도취되어 전쟁에 임했을까?

 

 책은 폴란드 침공을 기점으로 1939 9월부터 시작된 방어전을 시작으로 히틀러가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을 하고 카를 되니츠 제독이 항복하는 1945 5월까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방어전, 유럽의 주인, 1812년의 그림자, 교착상태, 독일에 도착한 전쟁, 완전한 패배와 같이 각 장의 주제에 맞게 내용이 정리되어 있으며, 편지와 일기의 주요 주인공(22~23)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민 독일인과 실제 참전한 독일군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받는다. (사진 자료가 함께 있으므로 글 속 주인공이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정의로운 종말이야.’ (알브링)는 오이겐에게 일말의 의심과 함께 자기 변명을 늘어놓았다. ‘네가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안다면 사람에 따라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는 문명인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썼다. ‘그것은 signa temporis’, 시대의 표식이야.’ 그는 1939년에 폴란드에서 벌어지던 유사한 처형을 지켜보던 독일인들과 마찬가지로 처형 장면에 매혹되었다. ‘모든 것을 알려면 그리고 모든 것을 청산하려면 모든 것을 보아야 해.’ 그는 처형의 정당성과 인종 정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처형당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를 매혹시킨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목숨을 끊어놓는다는 것의 신비-그리고 권력-였다. ‘우리가 고수하는 것은 무엇이고, 찰나의 시간에 목숨이 끊어지고 가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248)


 전쟁이 잔인한 건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죽여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 정당성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인 양심과 가치기준 역시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 글은 소련군,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개인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그는 1941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살을 목도해야 하는 고통과 함께 복잡한 심경을 전달한다. 하지만 1942년이 되면서 유대인들을 죽을 운명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점차 상황에 무미건조해져 간다. 이 가운데 처형여행자들이 있었고, 영사기 등으로 공개적인 처형장면을 찍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독일인들의 반응 속에 나타난 복잡하고 역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요소들을 담으려 했다. 그들은 나치의 이상에 거리를 두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작가의 섬세한 객관성이 빛을 발하는 건 그간 학살을 언급한 역사서에서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일종의 메커니즘을 정리했다면 그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개개인의 심리적 흐름을 파악하여 시간에 따라 파악하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에 대한 정의와 해석이 각 문단마다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유독 이 책에서 문장을 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패전은 정쟁중의 모든 희망을 산산조각 내고 오직 고통만을 남겼고, 헛된 영웅주의의 그림자는 종전 이후에 어느 장군이 동부전선의 전투에서 독일일 승리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해도 그 주장을 압도해버렸다. 그리고 또 그 모든 종말론적인 예언들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은 그러나 어떻든 횔덜린의 미지의 심연의 피안에도 있지 않았다.” (785쪽 에필로그)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아깝다. 먼저 이 책을 소장한 뒤 전쟁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그 다음에는 인간의 심리를 근간으로 읽기를 권유한다.

"2차 대전은 그 어느 전쟁보다도 독일인들의 전쟁이었다." - P24

‘우리는 우리에게 대항하는 유대인들만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민족 자체를 글자 그대로 절멸하려고 한다!‘ - P29

"독일인들이 끝까지 싸운 것은, 그들이 전쟁의 가혹함을 정면으로 겪었기에 그리고 전쟁이 생산해낸 종말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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