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여자, 축구 - 슛 한 번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화제의 여자 축구팀 이야기
노해원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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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났다. 1학년 때 같은 반에서 어울리던 친구들이니까 2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아이들이다. 고깃집에 앉아 각자 사는 얘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한다. “우리 고은이~ 새댁인데 너무 몸 관리 안 하는 거 아니야? 너 옛날에 운동 엄청 잘 했잖아, 맨날 달리기도 선수 나가고. 나 졸업앨범에서 너 사진 봤어, 너가 달리기 하는 사진이 스냅으로 찍혀있잖아, 근데 이렇게 살이 찌면 어떡해?”


 그 친구의 말처럼 나는 말도 못하게 살이 쪘다. 오죽하면 내 몸에서 중학교 1학년 아이가 태어나줘야 꽤 보기 좋은 몸이 될 거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수확하기 직전 쌀의 낟알처럼 가득 차 있는 나의 몸이 꿈꾸는 건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내가 꿈꿔도 되는 건가 하는 것들인데, 그것은 1. 달리기  2. 서핑  3. 물구나무 서기 이다. 괜찮을까? 나는 이미 양 어깨와 한 쪽 무릎을 수술했고 근막 이상으로 등과 목이 좋지 않고 자궁과 눈 한쪽도 큰 수술을 한 전천후 환자인데 말이다.


내면의 적당히 해?!”그래도 괜찮아!”라는 두 가지 자아가 전투를 벌이는 요즘 새로 나온 책 한 권에 대한 소개글을 보았고 귀여운 표지와 글에 이끌려 덜컥 신청해버렸다.

 제목은 <시골, 여자, 축구>, 정말 시골에서 여자들이 축구를 하는 내용을 담은 직관적인 제목의 글이다. 미리 나의 감상을 쓰자면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글의 작가 노해원 님은 글 속에 나오는 반반FC라는 여자축구팀의 주장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다. 충남 홍성 작은 마을의 강아지 이름을 따서 지은 축구팀에서 조조, 봄봄, 은근, 노지, 민달팽이 코치 등 축구로 똘똘 뭉친 이들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나는 불야성의 도시 한 가운데에서 살다가 저녁 8시만 되도 상점이 셔터를 내리는 지방으로 이사를 온 지라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 어둑하고 고요하기만 한 길을 지나 공을 차기 위해 나가는 느낌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갈수록 각자 인생이 강해지는 요즘 같은 때에 각자 워킹맘, 골드미스, 전업주부, 엄마 등 여자에게만 독특하게 부여되는 이름표를 내려두고 육각형 무늬로 이뤄진 공 하나에 집중하여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신날지! 허리나 무릎을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내 물리적인 외형과는 달리 내 머리와 마음은 필드를 달리는 이 여인들에게 푹 빠져들어 이미 축구장을 함께 누비고 있었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불필요한 걱정을 달고 사는 내 머리는 말끔히 정리되곤 한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 그렇고 그런 것! 모두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고, 무거운 감정들은 너무나 쉽고 가볍게 풀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함께 뛰는 선수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것도, 상대방과의 과격한 몸싸움에 거친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도 모두 이해와 배려를 통해 해결된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할 것, 잘 못한 일들은 반드시 사과할 것! 단순하지 않은가?


타 축구팀의 요청으로 차출되어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지만 윗선의 행동으로 인해 남은 경기를 떠나며 아무리 좋아하는 축구라고 하더라도 자존심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는 부분을 읽으며 그간 상황에 맞추느라 불편한 감정이 있음에도 꾹꾹 참기만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 하지만 자신을 다쳐가면서까지 억지로 맞춰 나갈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축구와 함께 뛰는 사람들, 그리고 면 단위의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잘 풀려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중심인물들 모두가 특출 나게 뛰어난 영웅적인 인물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한 한 명 한 명이기 때문에 글에 더 정감이 묻어난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공을 차는 영희, 철수 엄마들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이런 평범한 듯 독특한 소재의 글이 이 책을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본다, 내 몸에서 당장 20~30kg가 쏙 빠져 나와준다면 참 좋겠지만 일단 좋아하는 것을 차근차근 시작해보자고. 작가가 축구를 이야기 한다면 나는 내가 애정하는 줌바부터 해야겠다. 먹는 것도 당장 끊으면 부작용만 날 테니 내 몸에 맞게 조절해야지, 그럼 언젠가 달리기도, 서핑도, 물구나무서기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축구에 대한 마음을 키워 가고 있을 때 마을에 여자 축구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호기심 정도였다. 여전히 나는 애 엄마고,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제대로 된 운동 한번 안하고 살아 왔으니 축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계속 선긋기를 했다. 그런데 그 팀에 3남매, 4남매를 키우는 언니들이 나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내가 축구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던 ‘애 엄마’라는 수식어를 깨끗이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속으로 그어 놓은 경계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언니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축구를 하러 운동장에 나갔다."

- P18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던 평소와는 달리 혼자서 고요한 차를 타고 축구를 하러 가는 길은 마치 해방의 터널을 지나는 기분마저 든다. 훈련장에 도착해 두 줄로 서서 운동장을 뛰는 스무 명 남짓한 여자들의 뒤통수를 보면 마음이 벅차다. 흩날리는 머리칼을 보며 ‘이 사람들도 집 밖으로 나오는 길에 나처럼 해방의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을까?’행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축구하는 여자들을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 P52

"운동장에서처럼 우리의 삶도 정확한 내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헷갈리고 싶지 않다. 내가 뛰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지켜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뛰어야 할지를 정확히 알아야 힘껏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 나도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 P84

"축구를 하고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내 안에 경계와 마주할 때마다 자꾸 뒷걸음질 쳤다 .축구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할 수 없는 이유만 수없이 늘어났다. 한 번도 축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애 키우느라 할 시간과 체력도 없고, 무엇보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축구 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언니들이 축구를 하고, 나처럼 경험도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축구랑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여자들이 모여 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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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월급을 받고 있나요? - 사람이 성장하는 기업 MYSC의 급여명세서에 담긴 편지
김정태 지음 / 파지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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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를 다니던 시절, 나는 회사의 오너(주로 대표이사)가 자신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기 때문에 그들을 부려먹어도 되는 존재, 그리고 다른 어떤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부속품 같은 존재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늘 사람을 귀하게 여겨주고 믿음을 주는 시그널을 계속 보낸다면 근속을 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당신은 어떤 월급을 받고 있나요?>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내가 예상했던 내용은 월급의 질적인, 또는 양적인 성장을 위한 자기계발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 이상으로 인간적이다.

이 책은 사회혁신기업인 MYSC의 대표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정태 님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급여명세서와 함께 보낸 글을 모아놓은 글이다. 무려 6년이나!!

 

 기업의 성장동력은 기업을 구성하는 인력의 성장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리더의 역할이 그 성장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급여명세서와 함께 문장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듯한 이 글들을 보면 MYSC라는 기업이 건강한 기업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밖에 없다.


 꾸준히 회사를 다닌 내 연배의 사람들은 이제 차장급 이상이다. 모두들 리더십을 공부할 때 나는 기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그 내부를 구성하는 동력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런 책을 읽으며 제3의 눈으로 관찰하고 있다. 오늘 읽은 이 책을 통해 느낀 나의 감정은 이 한 줄로 정리된다.


이런 분(작가)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라면 참 좋겠다!”


 편지 속 문장 구절의 무게감을 놓치지 않은 듯, 좋은 글들이 많았다. MYSC의 직원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월급쟁이', 그리고 자기성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많은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추천!!

 

* 파지트 서포터즈로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여러분이 MYSC를 신뢰하고 믿는 만큼 MYSC 역시 모든 구성원에게 더욱 신뢰를 주는 조직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달도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큰 가치를 가지는 것들의 예는 외국어 실력, 축적된 경험과 인사이트, 성공 경험 등입니다. 조금 더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찾아본다면 예쁜 말, 사랑스러운 태도, 헌신적인 리더십, 몰입하는 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 성장의 마인드셋, 남을 빛내는 겸손 등이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시간이 흘러갈수록, 빠르게 흐를수록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68쪽 <시간의 복리효과> 중) - P68

"우리가 몸담은 영역과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 그리고 우리가 수행하는 업의 본질에는 실력과 운의 요소가 함께 섞여있습니다. 실력(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운(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며 오늘도 성장과 성숙의 길에 서 있는 사내기업가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118쪽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것의 유익>) - P118

"insanely curios!(미친듯 호기심을 가져라!) 우리 삶의 주변에, 우리 삶의 상호작용 속엔 너무나 소중한 기획의 실마리들이 존재합니다. 다른 곳에서의 우연한 관찰과 경험을 옮겨 오면 어떤 곳에서는 간절히 기다려온 돌파구가 됩니다." (140쪽 <미친듯이 호기심을 가져라> 중) - P140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그 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복리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오르막에서는 더더욱 겸손함을 내리막에서는 다시금 겸허함을 잊지 않는다면 어느 지점을 통과하더라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160쪽 <업이든 다운이든> 중)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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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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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MBC라디오 <행복매거진 6시입니다>의 한 코너 <같이읽어요>를 맡은 지 어언 3개월이 지났다. 낯선 원주 생활에 적응하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책이었다. 이 책이 많은 인연들을 이어줬고 공영방송에서 내 목소리로 책을 소개하는 코너까지 맡게 한 것이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다.


 사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큰 소리를 내보지만 SNS나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하는 여러 인플루언서들, 책덕후들을 본다면 나는 정말 '그냥 그런 독자'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몽스북출판사에서 이 <읽는 기쁨> 이라는 책의 독자를 뽑는다고 하였을 때 과연 그 감정이 어떨지 궁금해서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목은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이다. 어찌보면 내가 지금 라디오에서 청취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하지만 나는 전혀 책을 읽지 않았거나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망설이는 이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니 조금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읽으며 "나도 참 큰일이다."싶었다. 소개된 책 중에 읽은게 정말 한 편도, 단 한 편도 없는 것이다.ㅠㅠㅠㅠ

 

 내 생활 역시 노모포비아(Nomophobia,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이는 현상) 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바쁘다는 핑계로 확 줄어든 독서량이 더욱 더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우선 가볍게 읽어봐야지' 싶은 것들을 꼽아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저장해두었다.


- 니노미야 토모코 <음주가무 연구소>: <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작가의 음주가로서 겪는 술과 해프닝을 엮은 만화책. 몇 년 간 수술과 재활을 거듭한 뒤 애주가 인생을 탈피했지만 나는 여전히 '마시던 시절'이 그립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말모말모!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그냥 읽고 싶어졌다.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작가는 이 책을 두 번 사서 두 권이 된 책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럴 뻔 했다. 더 심각한 건 나는 내가 책을 샀다는 것 조차 까먹었다는 것........정신차리자! 여름에 이사를 마치면 꼭 읽어야겠다.

스티븐 킹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나의 최애영화 <소생크 탈출>의 원작이다. 원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혀 읽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꼭 읽어야지!

 

 몇 해 전 <빨치산의 딸>을 통해 접한 정지아 작가, 읽을 때마다 웃음을 일으키는 김혼비 작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읽지 못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하루에 한 권을 읽는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읽고 싶어진 책이 많다. 그만큼 이 책의 추천글이 맛깔지다는 뜻이다.


 나 역시 이 후기를 쓰며 생각해본다. 내가 소개하는 책 이야기를 들은 청취자들도 "아 이 책 읽어보고싶다"하는 생각을 할까? 누군가의 허전한 손에 핸드폰이 아닌 책 한 권을 들게 만드는 멋진 마법을 갖고 싶다. 마치 이 책처럼!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 P196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다니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정보가 아닌 서사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작은 책은 작은 우주와 맞먹는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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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백서 - 오늘도 귀여운 내향인입니다
김시옷 지음 / 파지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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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5월, 틈틈이 일하는 도중에라도 책을 읽고 싶었기에 김시옷 작가의 그림에세이를 읽었다. 노란색 귀여운 표지에 어우러진 소제목 "오늘도 귀여운 #내향인 입니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내향적인 I, 어쩌면 대문자 굵은 글씨의 I인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끔은 너무 강한 내향인의 성향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 못하는 것)이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아니 왜 말을 못해에에!!"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해가 갔다. "나도 이랬어, 흐흐흐", 맞다. 난 내외계의 짬짜면이니까!


 사람을 만날 때나 외부의 새로운 것들, 심지어 익숙한 것들을 접할 때에 소모되는 "내 안의 배터리" 용량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나 역시 외부에 있더라도 나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이 충분해야만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조금 더 활발하고 외향적인 내 성격 역시 어렸을 때 내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 이 성향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응쿨타임 부분이 어찌나 공감되던지, 새로운 학년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야만 했던 3월이 내게는 참 지옥 같았지.지금은 쿨워터향 풀풀이지만 그 당시 작았던 내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다 익숙해지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작은 행복이 가득한 내향인의 삶"


책을 읽으며 책 속 작가님이 썼다는 "감사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부정적인 순간과 생각을 곱씹는 것보다 하루에 겪었던 어떤 일을 감사함으로 해석해 보는 것, 참 좋은 것 같다. 


☆ 읽고 난 뒤,, 이 책은 #태국번역판 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글과 그림이 참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나라의 사람들 역시 이 책을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반가웠다.



*“파지트 서포터즈로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다가가고 싶은 진심이 있다면 서툴러도 괜찮다.

내가 어른이라면, 나의 마음을 살피며 말을 걸어오는 친구가 정말 귀여울 것 같다.

내가 젊은이라면, 마음을 열고 나와 소통하려는 어른이 정말 귀여울 것 같다.

진심만 있다면 뭘 해도 귀여우니까 걱정하지 말자."

137쪽 <진심만 있다면> 중 - P137

언제부터 행복했을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나에 대해 치열하게 묻고, 답하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내향적이어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웠구나. 혼자 침잠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네‘



나에 대해 알게 되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내가 잘못된게 아니었어. 그냥 나는 나인 거야. 있는 그대로, 나인 채로 괜찮아.‘



나를 사랑하게 된 후, 비로소 타인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삶은 행복해졌다.

232쪽 <2021년 생일에 있었던 일> 중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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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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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를 살고 있는 쓰는 여자 , 이은섬은 어느 날 큰아버지의 요청으로 1930년대에 활동했던 소설가 오영락이라는 작가의 기념 사업을 준비하며 작업을 하기 위한 자료를 받는다.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미쿠니 주택> <량량과 호미>라는 두 편의 자필 원고와 이작희라는 여성이 쓴 64페이지 분량의 일기장, 이 자료들을 읽던 중 작업실에서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나와 작업실 동료들은 퇴마사인 미스터를 찾아간다. 그는 집안에 작희와 중숙이라는 귀신이 있다고 하며 퇴마를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복원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훼손된 일기장의 복원을 약속하며, 대신 주 5일 단위로 99일간 지켜야 하는 아홉 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그리고 1930년대 작희의 엄마, 중숙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를 살고 있는 쓰는 여자 , 이작희는 자신처럼 쓰는 여자였던 어머니 김중숙과 돈 될 것에 집착하는 아버지 이흥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중숙은 서방의 학문을 배운 신여성으로, 친정아버지인 남형이 옥고를 치르고 죽음에 가까워지자 학업을 포기하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집안으로 시집간다. 바깥으로 나돌며 가산을 탕진하는 남편 흥규를 대신하여 친정 오라버니의 서포(책방)를 운영하던 중숙과 함께 그녀의 딸 작희는 글을 배우고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간다. 온갖 시집살이에 시달리며 살림을 이끌던 중숙이 병마 끝에 세상을 떠난 뒤 흥규는 돈을 빌미로 다 늙은 사채업자에게 작희를 시집을 보내려고 한다. 작희는 이를 피해 어머니의 서포에 살며 어머니가 못 다 이룬 쓰는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작가 오영락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


아버지 흥규, 고모부, 오영락작희와 가장 가까워야 하는 남성들은 모두 그녀에게 적대적이다. 자신이 겪었던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일수록 세상은 그녀에게 더 잔혹하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지금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작희가 있었기에 내가 지금의 자유로운 삶, “자기 밥은 지가 알아서 해 먹는거지!”라고 외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한 이 책을 읽고 난 나만의 감상을 쓰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생물과 같은 글쓰기의 욕망’(가제본 145)은 현재를 살아가는 은섬과 경은, 윤희, 안나 등 수많은 쓰는 여자들을 통해 풀어지고 있다. 그리고 저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작희와 중숙의 삶이 이 쓰는 여자들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고로, 숨차게 과거와 현재를 오갔던 이 글은 비록 주인공의 삶이 해피하게 엔딩되었지 않다 하더라도 100여 년의 시간 뒤에 해피엔딩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쓰는 여자, 작희. 1910년에 태어난 작희의 원래 이름은 말성이었다…… - P243

내 어머니 김중숙 씨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 어머니는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을 텐데. 나는 계속 쓸 것이다. - P61

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 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하는 거다.
- P248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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