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 최신 개정판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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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시작하기 전 TV에 나오는 것은 헐리우드의 좀비영화 <월드 워Z>의 한 장면이었다. 원인 불명의 현상으로 전 세계 곳곳에 좀비 떼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청정한 곳은 이스라엘 단 한 곳. ‘낌새’를 알아 챈 이들의 선견지명으로 인하여 주변에 높은 장벽을 쌓기 시작했고 그로 인하여 자신들의 성벽 안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 평화는 ‘선량한 이스라엘인’들이 도와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하여 깨지고 만다. 성벽 안으로 들어온 팔레스타인인들이 기쁨에 가득 차서 자신들의 노래를 큰 소리로 틀어놓고 마이크를 잡고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에 자극을 받은 성벽 밖의 좀비들이 자신들의 몸을 쌓고 쌓아서(?!!) 성벽을 넘어버린 것이다. 정의로운, 그리고 아직 어린 청년의 티를 벗지 않은 이스라엘 군인들은 성벽 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있는 수류탄의 핀을 뽑으며 희생을 하는데….


자,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사람들은 아마 “아.. 저 무식한 인간들, 괜히 성 안으로 들여보내 줘 갖고 시끄럽게 굴어서…” 이게 당연한 반응 아닐까? 어릴 적 보던 액션영화들도 그랬다. 아랍인, 소련인,.. 어쨌든 영어 안 쓰는 피부색이 어둡거나 인상 쓴 사람들, 국기 색이 유난히 빨갛거나 칼, 삽 같은게 그려져 있으면 평화를 파괴하는 테러리스트, 적(敵)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작가 조 사코가 1991년 말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두 달간 생활한 뒤 그린 아홉 편짜리 만화를 두 권으로 엮어 2001년 펴내었다가 2024년 개정판으로 낸 한 권의 책 <팔레스타인>을 읽으며 거실에서 들리는 영화 속 폭발음과 좀비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젓고 있었다.

작가 조 사코Joe Sacco는 1960년 몰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만화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이 책으로 1996년 미국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사회정의를 위해 꾸준히 진실을 밝혀 온 이들에게 수여하는 라이든아워상을 수상했다.


2001년 7월에 이어 쓰인 2014년 2월 개정판의 서문은 말 그대로 아프다. 과거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대항하는 현재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의 대규모 민중항쟁)보다 더 급박하고 더 난폭하게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경제, 언론사를 휘어잡고 있는 것이 유대계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음은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세계뉴스에는 진짜 현실이 비춰지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에서 가자지구 난민을 위해 인권운동을 하는 친구의 포스팅을 더 열심히 보았더니 내 알고리즘에 영향이 갔는지 내 짤/릴스 리스트에도 그곳의 실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내용들이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왜 2024년 하마스가 납치를 시작했을 때 이스라엘이 “너네 잘 걸렸다.”라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정도 이상의 폭격, 파괴, 살상을 시작했는지…

작가는 자신의 인기와 명예, 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위해 마치 팔레스타인이라는 소재를 구하고자 난민촌을 찾아간 것처럼 냉소적인 어조로 그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존재하지만 숨 죽여 지내야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사각형의 틀을 벗어나 굵은 펜촉으로 그려진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들, 그리고 끊임없이 마신 것 같은 설탕이 잔뜩 들어있는 찻잔의 릴레이들을 보면 작가는 쉴 새 없이 그들과 틈 날 때마다 함께 했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이유 없이 자신들의 땅과 집을 빼앗기고 내쫓겨야 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이스라엘에 유대인 정착이 합법화되면서 기존 팔레스타인인들은 군인들이 들어와서 나가라고 하면 그냥 쫓겨나야 했다. 내용을 읽다 보면 기가 막히다. 하루의 말미도 주지 않고 그냥 1시간 내로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짐도 제대로 싸지 못하고 나가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착민들의 패악질도 보통이 아닌지라 그들이 별별 이유로 찾아와 총질을 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때리고 심지어 죽인다고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끝이다.

나는 읽으며 속이 터져서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이었다. CHAPTER 3의 <양동이에 담긴 눈물> 편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읽게 되었다. 이스라엘인들이 보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류인간, 아니 어쩌면 동물만도 못한 게 아닐까? (하긴, 난민촌에 폭격을 할 때 옥상에 앉아 샴페인을 터뜨리는 짤을 봤으니 말 다 했지..) 지난 5월, 5.18 광주민주항쟁을 그린 마영신 작가의 <아무리 얘기해도>를 라디오에서 소개했는데 그 책에서 본 계엄군에게 이유없이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많은 시민들이 떠올랐다.

읽다 보면 울화통, 화딱지, 눈물, 분노, 억울함… 그런 감정들의 연속이다. 내가 최근에 접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어린아이들의 눈빛에는 미소가 없는데, 정말 딱 그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이 현지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대충 정리해보았다.


길을 가다 이유 없이 군인이 잡는다, 때린다, 잡아가고 집에 살아 돌아올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쫓기든 불도저도 밀어버리든 폭탄을 날리든 어떤 이유로든 내 집을 없앤다, 그래서 빈 건물에 노숙을 하거나 텐트를 치고 겨우 잠을 잔다. 그런데 갑자기 군인들이 들어와 내 가족을 때리고 잡아가거나 죽인다, 아니면 폭탄이 날아와 다 죽는다… 운이 좋게 집에 산다고 해도 통금이 있어 오가는 자유가 없고, 스나이퍼에게 총살을 당할 수 있고 정착민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총질을 당할 수 있고 함부로 아랍어를 쓸 수 없고 기도도 할 수 없고 욕을 해도 받아들여야 하며, 그들이 벌칙으로 전기와 물을 끊으면 씻을 수도 마실 수도 없고 한 겨울에도 덜덜 떨면서 버텨야 한다. ….


이게 인간의 삶인가. 심지어 이스라엘인들은 범죄기록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부려먹는다. 감방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 그린카드 소유자는 먹고 살기 고달파진다. 해외에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 사방이 이스라엘을 적으로 삼는 중동국가 투성인데 나가서 테러리스트 교육을 받고 온다고 하여 허가도 하지 않는다. … 아 답답하다!

모스크에 기도하러 가는 할머니를 이유 없이 이스라엘 군인이 곤봉으로 패는 영상을 본 것이 작년 이맘때이다. 큰 충격이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을 국내방송으로 본 것이니 말이다. 아마 우리가 보지 못한 더 많은 영상들이 더욱 더 많이 있겠지. 책 속에서 인티파다, 해방전선, PLO에 합류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마음을 가졌던 시기가 12살에서 15살… 자신의 부모, 형제, 이웃이 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작은 돌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나라도 내가 본 동영상 속 할머니가 곤봉으로 맞는 것을 목격했다면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악에 복받칠 것 같다.


작가는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등과 배에 총을 맞아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와 10대의 아들을 잃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의 끝이 더 아프다. 자신의 죽은 아들들과 남편의 이야기를 하던 여인이 아래와 같이 되묻는다.

"그녀는 자네에게 이야기를 한 게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를 알고 싶대. 돈을 원하는 건 아냐. 자신들의 땅과 인간적인 생활을 돌려받고 싶다는 거야." "우리도 사람이야, 안 그런가?"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문장은 군인들과 다른 유대인들의 욕설과 놀림에도 불구하고 작가에게 끝까지 가이드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의 말이다. 나는 이 문구를 종교의 시선으로 보기보다 인간의 탐욕도 결국 한 순간일 뿐이라는,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것 역시 신의 뜻이라고 본다면....


이 책의 2001년과 2025년 한국어 개정판을 옮긴 함규진 번역가 역시 책의 말미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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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사코는 이 개정판 서문에서 ‘기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수 천 년의 피학대자에서 수십년의 학대자로 바뀐 이스라엘인들에게, 그들의 성서에 나오는 구절을 되새겨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것은 ‘희년’, 즉 50년마다 한 번씩 속죄의 뜻에서 빼앗은 토지를 돌려주고, 붙잡았던 노예를 해방하고, 서로에게 지은 잘못을 용서해 주던 유대인의 아름다운 전통의 근거가 되는 구절이다.


“너는 일곱째 달 10일에, 사방에서 나팔을 불게 하라. 속죄의 날에, 너는 나팔을 네 온 땅 전역에서 불게 하여라. 너희는 50년이 되는 해를 거룩하게 하고, 그 온 땅의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선포하라. 그것이 너희를 위한 희년이다.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소유지로 돌아가고,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동족에게로 돌아가라.”

- <성서>, <레위기>, 25:9-10


이 구절은 늘 이스라엘의 편에 서 왔던 나라, ‘그 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상징하는 기념물인 ‘자유의 종’에도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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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네타냐후에게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하며 가자지구에 트럼프 브랜드를 내 건 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이빨을 깠다… 아…역시나 싫은 인간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스라엘은 웨스트뱅크와 가자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역을 봉쇄하고 그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가는 것을 막고 있다. 지속되는 폭격으로 인해 남아있는 의료시설도 멀쩡한 것이 없는 데다 식량지원을 하는 트럭에 사람들이 배급을 받으러 서 있는 곳에도 총질을 해대는지라 그곳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기만 하다.

최근 48시간 동안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기아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까지 해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제는 강한 자본의 눈치고 나발이고, 진실을 막을 수 없다. 그들은 인종학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genocide

영국 배우 미리암 마고리스Miriam Margolyes (해리포터에서 스프라우트 교수 역할을 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배우)가 양심적인 발언을 했다. 1941년생인 미리암 마고리스는 홀로코스트의 절정기에 태어난 유대인으로 자신과 같은 민족이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그대로 다른 민족에게 행하고 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이를 겪는 민족, 즉 팔레스타인인들은 홀로코스트와는 전혀 무관한 이들로, ..(중략)..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보면 히틀러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하며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한다.

책을 읽고 난 뒤 지구 반대편에서 한 때 남의 일인 것처럼, 그냥 안타까워하기만 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 본다.


외면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동정하고 싸워야 한다.

내가 취한 액션은 친 이스라엘 기업을 보이콧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내 동생이 알려줬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큰 영향력을 불러온다. - 그 기업의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 그 프랜차이즈의 버거는 먹지 않는다 / 그 OTT의 서비스는 보지 않는다 / 그 브랜드의 옷은 입지 않는다.


"시온주의란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랜 전통, 현재의 필요, 미래의 희망에 기인합니다. 그것은 지금 그 고대의 땅에 사는 70만 아랍인들의 욕구와 편견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죠." 그런 고로, "우리는 현재 거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 따위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끝났다. - P33

"그녀는 자네에게 이야기를 한 게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를 알고 싶대. 돈을 원하는 건 아냐. 자신들의 땅과 인간적인 생활을 돌려받고 싶다는 거야." "우리도 사람이야, 안 그런가?" - P262

당신은 사람이고, 나도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람이죠. 모두 흙에서 만들어졌죠.

로마, 비잔티움, 십자군, 튀르키예, 영국, 모두 이 땅을 차지했었죠. 지금 그들은 어디 있죠?

모두 사라져 버렸죠. 지금 소련은 어디 있죠? 사라져 버렸죠.

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건 하느님의 힘이지요. 오직 하느님 만이 위대하시다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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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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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시 후 다가온 자유에 취해서 마구 놀았던 대학생활 초반 1~2년이 지난 이후 3학년이 되자 위기감이 슬슬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떤 단체로부터 일부 비용 지원을 약속 받고 해외봉사를 다녀왔고 이후 활동 발표와 함께 그 단체의 리더십 캠프 참여하게 되었다. 23일의 일정 중 이튿날은 회장님이라 불리는 자의 강연회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캠프에 있는 여성들은 모두 장차 아이를 많이 낳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집안 살림을 열심히 돌보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 모두 북한으로 가서 빨갱이들과 김정일을 때려죽여야 한다동맹 미국과 힘을 합쳐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한다… “


질의 응답시간은 전쟁터가 되었고 주먹만 날리지 않았다 뿐이지, 그 연사는 자리를 급히 피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같은 과 동기 오빠가 수료식 자리에서 갑자기 마이크를 달라고 하였다.


제가 어디서 들은 소리가 있는데 버스가 달리다가 갑자기 우측으로 확 꺾으면 사람들이 좌측으로 와르륵 넘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이 캠프에 와서 생각해보니 저는 빨갱이였네요. 그래서 저는 수료증을 받지 않겠습니다.” Mic Drop.


나는 오빠를 뒤따라가 진짜 수료증을 받지 않겠냐고 되물었지만 갖다 버리라는 말만 들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광화문에서 몇 번의 촛불시위와 지난 겨울 시민의 승리를 경험한 뒤 이번 서평단을 기회로 읽은 이 책은 내 사상적 밸런스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기회가 되었다.


혹시 나는 보수와 진보에 대하여 잘못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특히 보수에 대해서 말이다.


2.     이 책은 각각 서울대 법대와 연세대 정치학과에서 공부한 최강욱-최강혁 형제가 쓴 책으로, “시민이 행복한 나라는 올바른 정치와 포근한 문화 예술이 꽃피는 곳이라 믿으며, 진실이 고통없이 드러나고 정의가 걱정 없이 승리하는 세상을 꿈꾼다.”라고 내지의 작가 소개란에 적혀있다.


3.     책은 아래의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

-3부 혐오와 배척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위해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

 

4.     책 속에 쓰여진 보비오의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보았을 때 내 자신은 과연 어디에 속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극좌

진보좌파

보수우파

극우

권위주의+평등주의

자유주의+평등주의

자유주의+능력주의

권위주의+능력주의

생각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므로 위 박스 속 나의 모습도 편하기 마련이라 생각되지만 나는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의 어느 한 가운데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보수와 진보가 분리된 역사적 배경부터 우리 사회 속에서 보이는 보수와 진보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방법이었다. “이로운 보수의로운 진보의 차별화된 시각을 문장으로 길게 풀어 썼다면 아마 지루함에 첫 장부터 읽기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보수a와 진보b라는 인물 간의 대화 또는 각종 매체에서 보여 진 사례 등을 시각적 자료(사진, 그림 등)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5.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레이코프의 프레임활용과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프레임에 적용하면 가정의 도덕관이 개인의 정치적 입장 선택에 중요한 모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을 읽은 뒤 현재 나의 가치관을 형성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였다. 나의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하다 못해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서 종종 도대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고, 또 이것은 순수한 분노라고 할 정도로 매 타작을 하는 날이 다수였다. 그것이 책에서 설명하는 악에 맞서 가족을 보호하는 수준이라면 나 역시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약간은 변질된 다윈주의를 표방하여 보수주의를 따랐을 지 모르겠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역시 강남 8학군의 한복판이었기에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이 오히려 나에게는 , 나는 반대로 나가련다.’라는 반작용만 키웠을 따름이었다. 심지어 내 입시를 앞두고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은 더 심해졌기 때문에 같은 반 절친의 도움으로 몇 달 간 피신을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 친구의 집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 기준엔 진보성향의 가정이었고 어머님께서는 국제변호사이고, 아버님께서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특파원 생활을 하신 기자이자 작가이신지라 매일 외신방송의 뉴스가 틀어진 상태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걸 귓전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나름 내 정치관의 기반을 다지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 나를 작은 딸이라 부르며 따뜻하게 챙겨 주시던 친구의 아버님은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의 친환경 정책 등을 메모로 알려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6.     성인이 되는 문턱 앞에서 어른들이 보여주었던 올바른 정치적 가치관의 여운은 이 책의 4장에서 되살려지는 듯하다.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은 이로운 보수의 모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의로운 진보의 모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리고 부록으로 보수 유승민이 남긴 가장 진보적인 연설과 진보 노무현의 가장 보수적인 연설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이자 깔끔한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0:0의 밸런스.


7.     보수의 상징은 태극기부대가 아니고 진보의 상징은 빨갱이가 아니다. 이 책 속 <들어가는 말> 속 대화를 읽어보자.

       - 친구A  내 의견을 존중해 봐. 신념을 버리라는게 아니잖아, 내가.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거지, 누가 더 옳은가를 따지는게 아니지. 그치 않냐?

       - 친구B 그렇지. 각자 옳다고 믿는 걸 믿고 사는거지.



 각자의 신념과 믿음을 지켜주고 인정하되 고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정치, 문화, 종교그 무엇이건 말이다.


- 친구A 내 의견을 존중해 봐. 신념을 버리라는게 아니잖아, 내가.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거지, 누가 더 옳은가를 따지는게 아니지. 그치 않냐?

- 친구B 그렇지. 각자 옳다고 믿는 걸 믿고 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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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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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때리기 좋은 날씨다. 사실 환절기 비염으로 알레르기약을 달고 살다 보니 항히스타민제의 여파로 졸음에 취해 있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복잡한 뉴스들과 SNS를 타고 비춰 보이는 타인들의 잘사는 이야기와 달리 머리 속에 그려지는 상상의 세계들은 현실과는 참 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쫄쫄이를 입은 초인적인 누군가, 우주를 날고 물 속에 들어가도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누군가하지만 나를 가장 크게 매혹시켰던 주인공들은 늘 이 세계의 것들은 아니었다. 죽음, 저승, 명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그래서 늦서리가 내리던 날 출판사에서 리스트를 보내왔을 때 가장 먼저 선택했던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범유진 작가의 #장편소설 #호랑골동품점 이었다.

 

 작가 범유진은 틈새에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나처럼 구석지를 사랑하는 사람인가보다. 구석지에서 명계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 참 마음에 든다.

 글은 눈병을 앓던 산의 왕 호랑이를 치료해주면서 그의 눈썹을 얻으며 기이한 힘을 갖게 된 호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호미(虎尾), 호랑이의 눈썹이라는 뜻이다. 기묘하게 흰 눈썹을 가진 이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흐름과 호흡은 빠른 편이다. 마치 내가 어릴 적부터 애정 하며 꾸준히 보았던 무수한 저 세계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백귀야행, 펫숍오브호러즈, 음양사, 호오즈키의 냉철 등 사진 첨부)

 

 N대 호미로부터 선택(또는 구조)받아 후미진 시장 뒷골목의 골동품 가게인 호랑골동품점에 후계자로 살게 된 이유요는 왕의 심부름꾼이자 산의 정령, 지금은 삽살개의 몸을 빌려 살고 있는 동이와 함께 6편의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각각의 이야기는 마치 이 사회의 복잡하고 어두운 면들을 꼬집어 보여주는 듯하다. 그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인물과 상징적인 골동품을 하나하나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1.     Bryant & May 성냥갑 콜센터 직원인 김규리의 이야기. 콜센터에 들어오기 전 규리의 취업 고난기와 함께 하청과 원청이라는 구조적 한계, 그리고 직장 내 따돌림/태움 등을 엿볼 수 있다.


2.     그림자 인형 와양콜릿 매력적인 캐릭터 여인 화의 등장! 소녀 소하연은 누구인가!

가정폭력, 노인과 관련된 사회문제(고독사, 빈곤, 기타 범죄 등)…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아들이 아니면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티브가 되어서 꽤 히트를 쳤던 M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 음악도 무서웠어~!)

 

<말을 듣지 않는 개는 쳐 죽이면 그만이다. 폭력은 모든 것을 길들인다.>


개인적으로 이 두 번째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 주인공인 65세 김택구가 자신의 일기를 통해서 누가 봐도 극악무도하기만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내용들이 너무 어처구니없었고, 이 때문에 이 글의 끝을 더욱 속 시원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3.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배우 정지운과 세상을 떠난 그의 친구들 박서현, 이다은의 이야기. (토이TOY 유희열 노래 가사 같은 우정 우정 우정!ㅎㅎㅎ)


4.     럭키래빗스풋 대학교 다크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3명 심길용, 문정열, 권병욱의 이야기. 학원 폭력, 동물 학대 등의 이야기도 있고, ‘노력은 최소화하면서 벌이는 최대로 하려는 요즘 태세를 잘 보여주기도 하여서 씁쓸했음


5.     짚인형 제웅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된 기러기 엄마 채주연의 이야기. “성공적인 입양이 무엇인가?”ㅎㅎㅎ 짚인형 제웅은 저주만을 상징하지 않았다.


6.     콩주머니 이 이야기의 끝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김택구의 마수에서 빠져나왔던 소하연은 호랑골동품점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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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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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물을 건너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마트에 가보니 이국적인 과일들이 꽤 많아 보인다. 남편과 이것저것 눈으로 휘적거리다 파파야 멜론이 이젠 한국에서도 나오나 봐?”했다. 지구가 어지간히 따뜻해지긴 했나 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겨우 사먹을까 하던 과일이 3월에도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이 곳에도 판다. 이 코너를 돌고 저 코너를 살펴보니 해외에서만 볼 수 있던 간식들도 매대에 꽤 많이 진열되어 있다. 굳이 비싼 비행기표를 살 필요가 있나,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싶으면 이 곳에서도 팔고 있다.


 내가 읽은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는 식민지 시대 조선의 수도, 경성 땅에서 유행하던 간식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단순히 이게 있다, 저게 있었다.”라는 내용보다 더 심층적으로 그 시대에 유행했던 음식 하나하나를 챕터로 나눠서 그 시대에 연재된 문학작품이나 신문 사설, 그리고 현대에 들어 출판된 연대기 등을 통해 어느 곳에서 어떻게, 누구를 통해 판매되었는지, 그 식문화를 자세히 보여준다.


 나는 오늘 글을 쓰기 앞서 출판사의 서포터즈라면 어떤 글이든 쓸 터이니 나는 내 기억과 방식에 맞는 글을 써 봐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이 음식의 기억을 훑는 것이니 나도 이 책 속의 음식 중 나의 기억에 생생한 한가지 음식에 대하여 책의 내용과 함께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두를 멜론으로 열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멜론은 귀한 과일이었다. 수박도 아닌 것이, 참외도 아닌 것이, 가격은 또 어찌나 비싼 지 선물이라고 해서 들어와야만 한 번 먹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말주변 없이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언제 성질을 부릴지 모르는 내 아버지도 멜론 앞에서는 메롱, 메롱, 이름도 재밌다.”하며 나름의 개그를 날려 어린 나와 동생들을 웃게 만들었으니 멜론은 여러모로 귀한 과일이 분명하긴 했다. 우리집에 멜론이 온 것은 아버지의 거래처에서 선물로 갖다 준 것이 계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니면 병환 중이던 엄마의 문환 차 선물로 가져온 바구니 속 물건 중 하나일지도...)


 그 귀한 멜론은 모던보이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이자 시인 이상이 죽기 직전 자신의 아내인 변동림에게 죽기 직전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나는 철없이 센비키야에 멜론을 사러 나갔다. 안 나갔으면 이상은 몇 마디 더 낱말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르는데…… 멜론을 들고 와서 깎아서 대접했지만 이상은 받아넘기지 못했다. 향취가 좋다고 미소 짓는 듯 표정이 한 번 더 움직였을 뿐 눈은 감겨진 채로, 나는 다시 손을 잡고 가끔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지켜보고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106)


 1930년대 문학작품 속에서도 자신의 집 가정교사로 들어온 정순에게 흑심을 품은 조 두취가 미스코시백화점 4층 식당에서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키라고 큰 소리를 쳤는데 그 당시 그들이 시킨 것은 매른”, 즉 멜론이었다.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 멜론을 통째로 썰어서 빙수로 파는 것이 한 2~3만원 정도로, 꽤나 비싼 간식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당시에도 가장 인기가 있고 비싼 것이 멜론이었다고 하니 과류의 왕이라 불렀던 당시의 명성이 꽤나 대단하다 하겠다. 당대에 전라남도 지역에서 온실재배를 했다는 것도 신선한 정보였다. 어떻게 길러졌는지도 신기하지만 맛이 좋아서 일본에도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식민지였으니 수출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씁쓸하다.)


 경성의 유행은 일본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으니 책에서는 일본에서 어떻게 해당 식품들이 유행했는지 흐름도 잘 보여준다. 첫 장에 소개된 커피의 경우 끽다점과 순끽다점을 나눠 홍보하였다 하는데 이는 일본에서 여종업원의 에로틱한(!) 서비스가 있으냐 마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니커피 한 잔에도 성()이 연결된다는 것이 참 성진국스럽다 싶었다.


 책은 총 8장에 걸쳐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커피 만주 멜론 호떡 라무네 초콜릿 군고구마 빙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는 맛이 무섭다, 읽는 내내 침이 고여 힘들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경성 맛집 산책> 역시 읽었고, 그 이후에도 책 속에 있고 아직도 서울에서 운영 중인 설렁탕집을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시대를 거슬러올라 그 당시 식문화를 주제에 맞게 잘 설명한 작가의 필력이 이번 책에서도 잘 그려져서 읽는 내내 복잡한 생각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요 몇 달 간 대내외 정치뉴스로 얼마나 머리가 아팠던가, 이럴 땐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를 즐기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요 몇 주 전에 일본에 사는 동생네 집에 다녀왔는데 라무네 한 병을 사먹고 싶다 했더니 왜 그 맛없는 걸 먹고 싶어 하냐고 타박을 하여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가 5장 속 라무네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사무쳤다. 딸강딸강 병 속의 구슬과 푸른 청량함이 자꾸 생각나기까지 하니 내일은 마트에 가서 라무네를 하나 사 먹어야겠다.

"나는 철없이 센비키야에 멜론을 사러 나갔다. 안 나갔으면 이상은 몇 마디 더 낱말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르는데…… 멜론을 들고 와서 깎아서 대접했지만 이상은 받아넘기지 못했다. 향취가 좋다고 미소 짓는 듯 표정이 한 번 더 움직였을 뿐 눈은 감겨진 채로, 나는 다시 손을 잡고 가끔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지켜보고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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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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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주간 내가 사는 강원도는 영하 15도를 찍는 한파가 지속되었다. 추위 탓인가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고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은 두꺼운 자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고 펭귄처럼 걸어 다닌다. 정말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 할 정도로 지겹게 눈이 오는 이번 휴일은 유난히 남극스러웠다’. 비록 나는 남극에 가보진 않았지만 모든 것이 ..()’하고 춥고 펭귄이 주인인 그곳.

 이런 날 남극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김금희 작가의 산문집 <나의 폴라일지>를 읽게 되었다.


 책은 총 4 - <, 커리어 그리고 천사들>, <작은 눈사람들의 세상>, <대기의 강>, 그리고 <명명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한겨레의 기자로서 약 한 달 간 남극 세종 기지에서 체류하며 그곳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취재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2부의 <식물수업> 부분에서 작가가 식생팀에 합류하여 생소한 식물/이끼류들의 이름과 함께 그 모양을 자세하게 설명한 것에 반해 시각적 자료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2024 #한겨레S 에 실린 글이 뜬다. 그 글에는 글과 함께 사진들이 실려 있어 내가 다시 식물을 검색하는 번거로움(!)이 조금은 줄어든다 (ㅎㅎㅎ) 그리고! 책의 부록에 사진일지가 실려있다. 놓치지 말 것!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남극에 갑니다.”

그러면 여행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작가는 부모님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명이 없는 자연 속에서 나는 압도적인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14)”라고 말하며 극지연구소 취재차 그곳에 간다. 해상생존교육과 기초안전교육을 시작으로 인간이 거의없는 땅으로 향하는 준비가 시작된다. 길고 긴 여정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작가는 아주 완전한 행복감에 빠졌다. (44)”.


  남극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그곳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체류자들, 경험모든 것들이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읽으며 가슴 한 켠을 콕콕 찌른 건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TV를 보다 보면 북극곰의 터전을 지켜주세요라고 하면서 후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곤 하는데 환경 위기는 확실하지만 너무 먼 이야기 같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린 온난화의 극적인 진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간이 무심히 흘리는 작은 쓰레기 하나가 극한의 공간인 남극이라는 곳에서 어떤 도미노현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문장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누구도 남극의 주인이 아니며 국경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의 빙원은, 빙산은, 유빙은 국가라는 제도 안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마치 우주의 행성처럼.” (14)


 가능하면 천연소재로 만들어진 옷과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자연의 흔적이 아닌 것들은 치워야 한다는 원칙을 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땅도 사실 인간이 발을 내딛기 전에는 남극과 같이 순수한 자연 공간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고, 설령 갔다 하더라도 나의 규칙을 내려놓고 그곳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그 곳. 같은 지구에 있지만 다른 행성의 일부가 놓여있는 미지의 세계인 남극은 마치 나에겐 바닷속 용왕 마냥 빙붕의 핵에 살고 있는 펭귄대왕님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 같다. 그만큼 그 곳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단해보이면서도 게임을 통해 설거지 당번을 정하고 여자 팀원이 늘어나면 화장실 청소를 맡을 사람이 늘어난다고 안도하는 모습에 인간미를 느낀다.


 작가에게 남극이 꿈의 공간이었다면 나에게 그런 곳은 어디일까? 내가 만약 남극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곳을 마주할 수 있을까? , 출국하고 싶다!

"지금은 온난화가 먼일처럼 느껴지겠지만 한번 가시화되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순식간일 거예요. 바로 몇 년 후일 수도 있어요.
- P89

"어쩌면 내가 남극까지 간 건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 잘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 다른 형태의 ‘잘한 일’이 될 것이다. 눈을 감지 않아도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대륙의 흰빛, 푸른빛, 살아 있는 펭귄과 고래의 매끈한 검은빛, 그리고 붉은 기지복을 입고 발맞추어 걸어주던 사람들의 빛. 그 모든 것을 품은 채 걷고 있으면 언제든 나는 나의 폴라 일지 속으로 들어갔다가 새로운 마름으로 한 발 걸을 수 있다. 그 재생과 순환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 지구라는 행성에는 남극이 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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