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윌리엄 트레버에게 빠져 있어서 단편집 읽기가 좀 즐거워지는데,이 책은 좀 심심하다.그렇다면 윌리엄 트레버가 드라마틱 한가, 그렇지는 않다.시대에서 오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는 단단하지 않다.윌리엄 트레버의 글은 진액이나 송진처럼 짙다.단편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앨리스 먼로의 이야기들에는 시간의 향이 문체를 다스린다.어짜피 아는 단편 작가가 여기까지니, 레이먼드 카버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그의 글은 그냥 좋다, 사랑스럽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지식에 경의를 표하지만엘리트주의적 향이 짙고 독서와 여행 경험을 나무와 연결하면서 나무 인문학이라 칭하고 있는데 그 연결점들이 글쎄, 조금은 얕다.그저 나무 이야기만 했으면 어땠을까.
좀 심심하지만 그래서 괜찮았던,피천득 선생님의 번역이 정겨웠던.
이란에서 9개월을 살았는데 저자의 글에 대부분 동의하게 된다.혼자서 여행은 커녕 외출 조차 자유롭지 못해서 참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남편과 함께 걸었던 골목골목의 정경이 그립기도 하다.때로는 벽들도 대리석처럼 좋은 돌을 사용하고 거리의 연석들도 아름다웠다. 산들은 아이보릿빛에 가까웠는데 돌 산이라 멀리서 보면 눈이 내린듯 했다. 사막속에서도 땅에 붙어서 자라던 꽃들이 화려했고 비가 내리는 곳에는 버섯도 자라고 온통 초록의 기운들이 있었고 페파민트 향이 나는 식용 차를 채취하느라 바빴다.뱀보다는 늑대와 곰의 위험이 있던 광활하던 산의 모습은 고국의 키큰 나무들이 자라는 산들을 오히려 아담하게 여기게 만드는 위용이었다.이란의 여성들은 나의 작은 코를 부러워하며 만지기도 했는데 그들의 미모는 나이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구석이 있었다.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대부분 살이 붙는 체형이지만 여전히 여성스러운 풍만한 몸매가 아름답다. 요리를 잘 하고 집안을 잘 가꾸는 것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전문직 여성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독신을 꿈꾸기도 한다.이란 남자들은 체면을 중시하여 집 앞 슈퍼를 가더라도 겉옷을 입고 다니는데 의외로 식료품을 사는 남자들이 꽤 많다. 아마도 히잡을 쓰고 나와야 하는 아내 대신 자질구레한 쇼핑을 맡아서 하는거겠지.그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한다. 형제나 남매, 부자지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끊이지 않는 수다의 향연이 날마다 펼쳐진다. 페르시아 제국을 지역과 연결해서 조망해 주어 간단하게라도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 보게 되니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그들의 자부심이나 자존심과 더불어 살아남기 위한 거짓의 허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
독토에서 이야기 나누며 책동지들의 슬픔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사람마다 주된 정서가 저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슬프지만 슬픈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페소아의 말, 나는 염세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슬프다.정말 잊을 수 없는 말이다. 생각나는 몇가지 말, 애매모호함과 화해하면 삶이 풍요로와진다,이생에서의 삶을 버텨내야 한다, 복잡한 슬픔, 말걸기 방식으로 슬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슬픔을 겪을 때의 신체적인 편안함의 중요성, 자연의 역할. 슬픔에 무뎌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슬픔을 객괂화 시킬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