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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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식기》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생식과 관련된 연구나 젠더 이슈를 다룬 논픽션일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였다.

두 번째 챕터의 한 장면은 특히 강렬했다.

“너라고? 주인공이?”
이 부분은 직접 읽으며 경험하길 권하고 싶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스스로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작품은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상성’이란 어떤 경계 위에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단순히 동성애자 혹은 비동성애자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소외·욕망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일본 소설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맑은 문체 덕분에, 매 장마다 멈춰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처음에는 LGBTQ의 시선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나의 다음은 무엇일까’, 즉 나라는 존재의 지속과 변화를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흔들리며,
“나도 나답게, 내가 다름을 인정받는 일을 하며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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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
김석범 지음, 조수일 옮김 / 소명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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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소명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金石範) 이 평생의 문학적 주제로 삼은
제주 4·3 사건을 다시 한 번 소설로 호명한 작품집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자연스러운 한국 문체로 읽는 이 작품이 사실은 일본어로 쓰인 원문을 번역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석범은 1950년대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며, ‘4·3의 진실을 세계 문학의 언어로 증언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소거된 고독’부터 이어지는 4·3 3부작의 한 축으로, 실존·기억·애도의 문학이라 불릴 만하다.

주인공 K는 김석범의 자전적 인물로,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과 4·3의 상처를 동시에 짊어진다. 그는 “4·3의 희생과 기억은 단순히 4만 명의 일이 아니라 죽음 안의 침묵을 직시해야 하는 인간의 과제”라고 말한다.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는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생존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가 평생에 걸쳐 써온 문장들은 4·3을 역사적 사건이 아닌 인류 보편의 윤리적 기억으로 확장시킨다.


모두가 잊은 어떤 죽음을, 끝까지 기억하는 한 노 작가의 언어 — 그것이 바로 김석범의 문학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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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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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나는이빌어먹을지구를살려보기로했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우리가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짚어주는 책은 드물다.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리기로 했다』는 단순한 경고서가 아니라, 우리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게 만든다.


저자는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인류가 망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공포 대신 “아직 늦지 않았다”는 냉정한 근거를 제시한다. 플라스틱, 에너지, 탄소 등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건 ‘재활용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통찰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어려울 뿐...)


특히 “태양광은 10년 만에 가장 비싼 에너지원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었다”는 구절은 기술 발전이 얼마나 빠르게 현실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며, ‘환경 보호 = 불편함’이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렸다.

책의 강점은 종말론적 비관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안을 자극하지 않고, 대신 행동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희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종이 빨대 하나로 지구를 구하진 못하겠지만, 방향은 바꿀 수 있다.”
그 문장은 오래 남는다.

이 책은 ‘지구를 살리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가?”를 묻고 “그럼에도 바꿀 수 있다”는 답을 제시한다.

환경에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막연한 불안 대신 신선한 확신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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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8
벤체 나너이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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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처음엔 ‘미학’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웠다. 아름다움에는 정답이 없는데, 그 불확실한 것을 학문으로 연구한다는 게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든 것도 반쯤은 반항심이었다. “작가가 과연 나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결과적으로, 완벽히 설득당했다.


이 책은 미학을 엘리트의 전유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각’으로 설명하며, 마약이나 성처럼 윤리적·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미학’의 영역이 아님을 명확히 짚는다. 그 과정에서 미학이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임을 이해하게 된다.


나는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느낀 적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정해진 기준 속에서 예쁘다고 느끼지 않아도, 내가 느낀 감각이 곧 나만의 미학이니까.


이 책은 나에게 ‘감상’이 아니라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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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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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에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두 번째는 ‘하나의 사회’라는 관점으로 다시 보기 위해. 읽을수록 ‘수용소 또한 하나의 사회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콜디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스실’과 ‘희생’의 전쟁사가 아니다. 제네바 협약에 의해 존중받는 장교급 포로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과 전쟁, 그리고 각국의 특성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사회’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질서, 프랑스의 자존심, 영국의 냉철함까지—이들이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인간 군상이 너무도 생생하다.

결국 ‘누구나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적국이면서도 협력하고, 경쟁하면서도 웃음을 나누는 장면 속에서 전쟁보다 더 복잡한 인간의 본성을 본다.

내용의 밀도와 완성도가 모두 높아 최근 읽은 책 중 단연 1위였다. ‘전쟁 서사’이면서도 ‘사회학적 기록’으로 읽히는,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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