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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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많은 반대 의견들이 심한 공격을 감행한다. 바로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매화나무 아래’ 이야기처럼 말이다. 인터넷으로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 무기명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발전이지만 동시에 두려운 도구다. 대 놓고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이 댓글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쓰여지고, 이로 인한 싸움이 순식간에 번지니 말이다.

 

책의 제목 ‘우리가 쓴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한참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나, 아니면 작은 조연이라도 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이야기이고, 우리 어머니나 누나,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흔한 사건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우리’라고 묶을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가족, 아니면 친구, 혹은 주변사람 모두일까?

 

‘매화나무 아래’를 읽으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걱정했다. 치매로 요양원에 있는 큰언니를 만나는 막내 동생, 자주 찾아오고 돌보는 손자 승훈이와 약간 무심한 가족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 할머니가 쓰러져서 의식도 없고, 호흡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손자 승훈이는 할머니가 살아만 계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저렇게 누워만 있는게 대채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 이모할머니에게 조카 승훈이가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걸까요?

언니의 짐을 챙기러 요양원에 간 동생은 건물 밖에 있는 매화나무의 겨울눈을 보면서 생각한다. ‘꽃이 눈이고, 눈이 꽃이다. 겨울이 봄이고 봄이 겨울이다.’ 인생에서 겨울을 지나야 봄을 만나고, 또 봄을 지나면 다시 겨울을 맞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의미있는 삶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지금의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나도 주인공처럼 "나도 이제야 알았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남오빠에게’속의 현남 오빠는 어떤 인물일까? 제목을 보고 읽기 시작할 때는 ' 사랑하는 남자인데, 헤어져야 하는 사정이 있어서 편지를 쓰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만나는 현남 오빠는 참 대단한 사람었다. 여자를 하나의 자신의 가방 같이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야하고, 그 안에 담는 것도 스스로 다 정해야 하는 사람. 나 외에는 어떤 것도 허락없이 가방안에 무엇도 넣으면 안된다. 심지어 그 가방을 아끼는 사람 정도일 뿐. 주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현남 오빠의 청혼도 가관이었다. ”나 꽃다발 들고 무릎 꿇고 그런 로맨틱한 거 못해. 알지? 그냥 용건만 말할게. 결혼하자.“ 여자들은 남자들의 이런 청혼에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답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속이 부글거렸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주인공의 거절에 현남 오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마지막 주인공의 말에 속이 시원해졌다. 자세한 말은 생략. 글 속에서 보는 것이 가장 실감날테니. 나를 마음대로 다 쥐락펴락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가장 통쾌한지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의 표정을 상상해보라. 그냥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다 시원하다.

 

‘오로라의 밤’을 읽으며 마치 내가 소설 안에 들어가 있는 줄 착각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꿈꾸는 여행지 중 1순위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캐나다 옐로나이프‘였다. 물론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여러 나라 중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1순위는 옐로나이프였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옐로나이프로의 여행을 만났을 때 마치 나의 생각을 발견했다는 것 때문에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나쁜 이야기가 있으면 여행을 갔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속좁은 마음 탓이다. 주인공의 직업도 나와 같았고, 내 자식의 아이들, 즉 손자 손녀를 노년에 돌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똑같았다. ’이 소설 꼭 내가 쓴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할만큼 말이다.

 

함께 여행 갈 사람을 생각할 때 떠오른 사람은 딸과, 팔순의 시어미니. 주인공은 누구와 같이 갔을까? 팔순의 시어머니와 함께 한 오로라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친정 엄마와는 다르지만 시어머니와 편하게 함께 사는 주인공의 삶도 신기하다. 오로라를 보면서 비는 소원에 손주 절대 안보겠다고 말하며 엉엉 우는 '나',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곱지 않아도 오래 사는게 소원이라는 팔순의 시어머니를 보면서 마음 속 뭉친 것이 확 풀렸다. 나이든 여자, 50이 넘어간 여자로 사는게 얼마나 이전과 다른지 요즘 부쩍 많이 느끼는 탓이다.

 


오라라를 보고 온 것은 어머니와 나인데 지혜의 인생이 달라졌다. 달라진 뻔했던 것이 달라지지 않는 방향으로 달라졌고 그것은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성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과 그 일들이 나와 지혜에게 가져다 줄 변화를 생각한다. 나와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을 생각한다.

 

가을밤, 서울에서 지혜와 내가 본 것은 정말 오로라가 맞을까.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와 함께 올려 보낸 소원들은 우주 어디쯤에 가 있을까. 어떤 빛과 몸짓으로 우리에게 돌아올까.

(오로라의 밤 중에서)


 

작품속에서 만나는 많은 여자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내 친구이고, 가족의 모습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여자의 섬세한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감정변화를 읽어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속의 여자들이 겪는 많은 사건들이 문득 문득 만났던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끔 가슴을 쓸어내렸다.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다.

 

세심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글을 읽고 나서 나의 현재와, 미래도 다시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나의 노년을 살아내야 할지, 지금의 어정쩡한 이 나이를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내 삶의 그림들을 잘 그려낼 수 있을지 그런 것들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런 나의 마음이 어떤 빛과 몸짓으로 다시 돌아올지 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기다려야겠다.

주방 선반에서 약상자를 꺼냈다. 석 달이 조금 안 되는 분량의 혈압약 봉지들, 안약통 네 개, 요즘 자꾸 몸이 간지러워서 처방받은 연고, 봄엔가 손을 데어 샀던 화상 연고, 소화제와 진통제, 밴드, 소독약 같은 비상약, 그리고 일본 파스, 오래된 안약 두 통과 화상 연고는 버려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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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지음,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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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만약 노년에 혼자 있다가 이 책의 이야기처럼 고독사를 맞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 아니, 어쩌면 내가 죽는 순간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숨을 쉬지 못하게 되는 상황일테니, 나의 마지막을 예상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어떤 상황이든 죽음이 두려운 것은 인간에게는 모두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영국 소설을 읽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낯선 문화를 마주치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고독사가 있다는 것도 그랬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도 비슷해져 가고 있는데 내 주변에 자주 일어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암’으로 투병할 때도 그렇게 느꼈다. ‘왜 주변에 아무도 암에 걸렸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나만 걸린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졌고, 뉴스에 나오는 5명 중의 1명, 이런 통계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책의 맨 앞에 공중보건법 문구가 나온다. 사망자가 있을 때, 누가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면 당국이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앤드루는 이십대 초반에 구청에서 행정직 자리를 얻어서 일하다가 갑자기 그 자리가 없어져서 다른 곳의 행정직으로 옮겨가게 된다. 면접을 치르는 도중 상사의 가족에 대한 질문에 잘못 대답해서 아이가 둘이나 있다고, 아내도 있다고 대답하게 된다. 직장에서 내내 가정을 여는 파티를 돌아가면서 하자고 할 때 앤드루는 난감한 상황을 겪는다. 왜 직장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해야 할까? 읽으면서 그런 파티 문화, 또 직장과 사생활이 연결되는 문화도 낯설었다. 앤드루의 잘못된 대답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랫동안 앤드루를 혼자 있게 한 이유와 관련되어서 말이다.

앤드루는 구청에서 충분히 관심받지 못한 사람들이 죽었을 때 처리하는 일을 한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나 미지불 청구서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이 발견되면 그 집을 찾아서 누군가 연락할 사람이 있는지 여러 가지 실마리를 찾고, 장례를 치를만한 돈이 될만한 것을 찾아 장례비를 마련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다. 사람들이 선뜻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은 죽음이라면 냄새나, 집의 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역한 냄새만 나면 다행이겠지만 구더기나, 음식 썩은 냄새 등 구역질이 날만한 환경을 맞닥뜨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앤드루는 이렇게 집안 정리만 하면 끝나는 업무이지만, 스스로 죽은 이의 마지막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도 한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것이다.

앤드루와 함께 같이 일을 할 페기가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진전된다. 앤드루와 페기는 이야기도 잘 통하고, 생각도 잘 통한다. 하지만 페기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람이었고, 앤드루도 거짓말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둘은 서로 가까워지다가, 벽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페기의 남편이 알코올 중독으로 결국 가정이 깨지게 되고, 앤드루의 숨겨진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변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소설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주축을 이루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집을 찾아서 일하면서 마지막 장례까지 치루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대의 고독사 문제, 그리고 앤드루가 가진 상처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앤드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그런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보가 진실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런 온라인 속의 관계가 실제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리어 현실에서 도움을 주는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누나가 죽으면서 남긴 유산 때문에 끊임없이 괴롭히는 매형 칼, 관계를 잘 회복하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다가 죽은 누나, 그리고 사랑해서 함께 살다가 죽음을 맞은 다이앤 등 앤드루에게는 극복해야 할 사람의 흔적이 너무나 많다. 그 속에서 정상적이지 못하게 살아가던 앤드루의 마음을 만지는 것은 역시 사랑하는 페기였다.

“예전에 편지를 썼어. 우리가 사귀자마자 바로 썼지. 하지만 너무 겁이 나서 편지를 주지 못했어. 네가 질색할 것 같았거든. 편지 시작부터 시 한 편을 써놨으니. 넌 정말 곤경에서 벗어난 셈이지. 편지는 대책 없이 낭만적인 감상이 가득해서 아마 읽었다면 넌 목청이 터져라 웃었을 거야. 분명해. 하지만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어. 우리가 서로를 처음으로 껴안은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영원히 변해 버렸다는 걸 알고 있다고 편지에 썼으니까. 그때까지 나는 미처 몰랐어. 삶은 때로 무척 경이롭고 아름다운 만큼 단순할 수 있다는 걸. 네가 떠난 뒤 내가 이 사실을 기억하길 바랄 뿐이야.”

앤드루는 말을 멈추고 코트 소매로 눈을 닦아야 했다. 다시 한번 손으로 묘비를 어루만졌다. 앤드루는 그곳에 머물렀다. 이제는 입을 다문 채 그를 덮치는 순수하고 기이하게도 즐거운 고통을 느끼며 아픈 만큼 그가 받아들여야 할 감정이었다. 봄이 오기 전의 겨울처럼. 얼음 같은 고통이 심장을 치교하기 전에 심장을 얼리고 깨듯.

<고독사를 피하는 법> 중에서

페기로 인해 세상과 마주하게 된 앤드루는 벌써 한참 전에 죽었지만 보내지 못했던 다이앤의 묘지를 찾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아 처참히 무너지지만, 동시에 사람으로 인해 회복되고 살아나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인간이 혼자 살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 하지만 현대는 점점 더 혼자 살고, 혼밥을 하고, 혼자 모든 일을 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시대가 점점 더 지속될수록 고독사는 증가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혼자’라는 것은 사람에게서 겪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그 어떤 것도 받을 수 없는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앤드루가 페기와 함께 마지막에 나눈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너무 파고들진 않을께요. 그냥……. 솔직히, 이 노부인은 진짜 혼자서 말년을 보낸 또 한 명의 사람인 거죠. 분명 좋은 사람, 평범한 사람인데도, 직계 친족을 찾으면 또 전형적인 말이 나올 게 뻔해요. ‘어머, 세상에. 부끄럽게도 우린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답니다. 연락처를 잃어버리고 어쩌고저쩌고.’ 이런 일은 그냥 뒷말 나오는 사건 같은 거죠. 그러니까, 이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운이 나쁘군요. 우린 당신들같이 불쌍하고 외로운 멍청이들을 도울 시도조차 안할건데요.’라고 말하는 셈인데, 이게 정말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황일까요? 적어도 누군가와 차 한잔 하면서 희한한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이?"

'고독사를 피하는 법' 중에서

이야기의 마지막 즈음 페기는 죽은 노인의 친구를 찾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그녀의 장례식에 3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참석하게 된다. 신부와 앤드루만 참석했던 많은 노인들의 고독사 장례식과 다르게 말이다. 앤드루와 페기는 많은 과정을 통해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였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었다. 죽고 못사는 사랑 같은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함께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많은 순간, 많은 사람들이 원한 것은 나를 보아주고, 지지해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해주는 것, 그런 것들이 아닐까. 마지막 순간, 나의 죽음을 슬퍼해주는 누군가의 눈물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외롭게 나 혼자 방치되지 않고, 고립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에게 손내밀 수 있는 용기가 페기나 앤드루처럼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라게 된다. 따뜻한 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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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태의 병아리 그래 책이야 35
김용세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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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되는 경태네 반 친구들은 모두 경태와 같은 반이 되는 것을 싫어했다. 도준이는 경태와 같은 반이 된 것을 알고는 비명을 지를 정도. 4학년이 되어서, 경태와 도준이의 반에는 아이들 이름을 이미 다 외우고 온 멋진 선생님이 오셨다. 그래도 도준이는 전학가게 되었다는 부모님 말에 기뻐할 만큼 경태와 같은 반인게 싫었다.


경태네 반에서는 병아리를 기르게 되었고, 알에서부터 깨어난 병아리를 기르는데 병태도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하필 경태의 알을 점검할 때 승준이가 도준이를 밀어서 경태의 알이 깨질뻔 한 일이 생겼다. 도준이는 경태에게 알을 깨뜨릴 뻔 한 것에 대해 위협을 받는다. 다행히 경태의 알은 잘 깨어났고, 스무둥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채 태어난 것. 경태는 병아리를 돌보면서 많이 변한다. 집에서 관심받지 못하고 자라는 경태에게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병아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어쩌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상처가 많을 수도 있다. 경태가 보이는 폭력성을 다른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을 보면서 경태가 변화했으면 바랬다. 다행히 여러 사건과, 스무둥이의 성장동안 경태는 많이 변한다. 축구선수가 꿈인 도준이와 축구경기를 하다가 잘못해서 다치게 만든 경태. 사과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경태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스무둥이가 알을 낳아서 품어 병아리로 부화된 소식을 도준이에게 전하면서, 병태는 도준이에게 미안하다는 메세지를 남긴다. 


누군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경태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스무둥이가 아픈 다리에도 알을 낳고, 성장해 가듯이 병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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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빨간콩 그림책 8
김미희 지음 / 빨간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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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처음부터 엄마가 자기 맘대로라고 투덜거린다. 3년전 처음 보는 사람이 엄마가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준비물 사게 돈 주세요" 이렇게 단 3개의 말만 한다. 엄마는 그냥 그래라고 대답하고.화분에게는 잘 크라고 하는 엄마가 다정하게 하는 말이 부럽기만 하다.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옷 색이 마음에 안든다고 한다. 그런 아이는 엄마의 생일이 표시된 달력을 보고 2천원으로 작은 어항을 사서 카드와 함께 재봉틀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날 일어나서 재봉틀 위를 보니 어항이 없어서 아이는 울고 만다. 내가 미워서 버렸나보다고. 그 순간 엄마는 선물 고맙다고, 밖에 날씨가 좋다고 이야기를 건넨다. 창 밖을 보니 어항이 창가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물고기가 춤을 춘다.


짧은 그림책이지만 아이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다. 동시에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읽으면서 더 속이 상했다. 엄마에게 받고 싶은 사랑이 없는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함꼐 살지 못하거나, 사랑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상황. 


그림책에서는 아이가 엄마에게 한 발 다가가는 어항 선물과, 엄마의 따뜻한 말이 아이의 마음에 위로는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으로 엄마와 아들이 되어가겠지. 엄마라는 이름을 읽고 보니, 오늘따라 엄마가 더욱 그리워진다. 

여기 있는 걸 몰랐구나. 물고기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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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 영화로 보는 생생한 로봇 기술과 미래 사회, 그 속에 담긴 우리 삶의 이야기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전승민 지음 / 팜파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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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과학 기술 분야 전문 기자로 로봇 기술에 관해 오래도록 관심 있게 취재하고 조사해서 모은 정보로 책을 남겼다고 한다. 이 책의 설명처럼 영화를 통해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과학 기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양한 로봇 기술, 미래의 새로운 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쉽게 읽어 내려갈 만한 이야기책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로봇에 관한 이야기, 기술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서술을 읽다 보면 마치 미래에 우리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영화 속 로봇들은 인간의 상상이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 당장 현실에서 나올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몇 십년 전에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상상했던 것들이 지금은 실제로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혼자서 청소라는 로봇 청소기나, 인간이 하는 말에 응답해주는 로봇들을 지금은 실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로보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보지 않았던, 인간과 기계의 연결에 대해 읽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계속되는 속편에서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아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는 얼마나 로봇과 인간의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될지 미리 걱정스럽기도 했다. 반면 로봇을 타고 날아다니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바타라는 영화를 읽으면서 정말 그런 시대가 오래 걸리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 속의 다양한 로봇과 만나면서 로봇과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참 많은 논쟁이 있겠구나 싶었다. 대표적으로 UN에서는 킬러 로봇 개발을 막자는 것에 대해서 논의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나오는 악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 로봇을 사용한다는이런 이야기를 실제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발전하는 기술에는 그만큼 든든하게 받쳐주는 철학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로봇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곧 자율자동차나, 로봇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얼마나 살기 편해질까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당연히 영화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영화는 기계 장치로 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에게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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