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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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행복한 때는 언제일까 등을 생각하도록 해준다. 고슴도치처럼 완벽하지는 않아도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도록 삶을 마주보게 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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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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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슴도치가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났을 때? 아니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문득 그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질문하게 된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를 뽑으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일 것 같다. 참 바보같지만 누가 나에게 “잘했어, 멋져, 너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 날아갈 것 같다. 어쩌면 좋은 습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고슴도치가 찌르는 그 가시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고슴도치는 어떨까 궁금했다.

“하지만 우린 침대를 고쳐야 하잖아? 침대에 구멍이 가득한걸?”

“그건 다음에 하면 어떨까......”

“다음에......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맞아.”

“우리는 항상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

“맞아.”

그런 다음 고슴도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가끔 일어나 차를 따르며 자신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받아들였다. 고슴도치는 항상 그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같은 아침이 지나갈 무렵이면 고슴도치는 하루 동안 할 말은 다 했다는 생각에 조용해졌다.

고슴도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이 대화가 누군가와 같이 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혼잣말로 자기와 주고 받은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에 ‘고슴도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라고 한 말을 한참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어떨까? 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고슴도치의 생각, 혹은 어떤 일을 만난 것, 순간순간의 사건 같은 것들이 이야기 하나로 풀어져 60개가 넘는 이야기가 이어져간다. 처음에는 수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앞 표지를 살펴보니 소설이 맞다.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니 소설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수필처럼 우리가 매 순간 만나는 상황, 느낌 이런 것들이 자세히 고슴도치를 통해 나타난다. 그래서 정말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느낌들은 익숙하지만 새롭고, 깊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팔려고 내놓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참 웃었다. 자기 가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고슴도치는 하나를 뽑아서 그 가시로 동물들에게 편지를 썼다.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날 오후 많은 동물 친구들이 달려와서 갖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것으로 뭘 하려고 그러니?” 라고 고슴도치가 묻자, “꿸거야, 코를 후빌거야, 가려운 곳을 긁을 거야, 찌를거야.”라고 말했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을 닫고 거울 앞에 섰다. “미안해 가시들아.....” 고슴도치는 부드럽게 말했다. 가시는 기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반짝이며 그의 등에 착 붙었다. 그것들은 다른 동물 말고 고슴도치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

동물들은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가시 없이 지내야만 했다.

나에게 가시처럼 소중한 건 무얼까?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내 몸의 무언가는 무엇일까?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에 걸려서 한참 머무르게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이야기에도 한참 눈이 머물렀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생각에 고슴도치는 무섭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밖에서 무언가 쾅 하는 큰 소리가 났고, 고슴도치는 그게 코끼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일도 모레도 나무에서 떨어지겠지’라고.

비록 고슴도치는 코끼리가 다시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망 없는 희망을 희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만족스러워졌다.

고슴도치는 탁자에 앉아 바뀌지 않을 한 가지를 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코끼리를 생각하는 것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고, 고슴도치는 코끼리처럼 바뀌지 않을 한 가지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이 한참 마음에 남았다. 나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가족, 나의 미래, 나의 믿음 이런 것들을 떠올려도 정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신있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모두 자른 모습이 나온다. 짧게 자른 가시 그루터기만이 남도록 말이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모두 비웃을 것 같았다. 다시 자랄지도 궁금해했고 말이다. 다른 동물들이 찾아오자 고슴도치는 여기 없다고 하면서 그럼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슴도치예요.” 이렇게 대답한다. 찾아온 동물들은 “아”라고 말하고 가던 길을 가고, 겨우내 다시 가시를 기른 고슴도치가 쪽지를 집 문에 붙인다.

내가 돌아왔어.

고슴도치

추신 : 슴도치는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고슴도치는 이제부터 가시를 내버려두고, 다시는 자르거나 뽑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로 마무리한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잘랐을 때, 원래의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자기를 지켜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한참 생각이 머물러서 좋았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를 만날 수 있고, 내가 아는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고슴도치처럼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 내가 더 깊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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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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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책을 제일 먼저 본 것은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였다. 그 뒤에 ‘문구 사면 과학 드립니다’, 이번에 나온 ‘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 뒤에 나오는 ‘바이킹 타면 과학 드립니다’이다. 어쩌면 우리 생활과 과학을 딱 만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라면 같은 먹는 것들을 연결하는 것은 기발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신기하게도 큰 분류도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와 같았다. 과자코너, 라면&간식 코너, 유제품&아이스크림 코너, 음료&냉장 코너 이렇게 크게 4챕터로 나눠져 있고, 한 코너마다 6~7개의 물건들이 나오니 총 26개의 맛있는 간식들이 등장하는 거다. 와! 역시 먹는 것에 눈이 꽂히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렇게 좋아하고, 쉽게 손이 가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도 깜짝 놀랄만 했다



제일 눈길을 사로잡은 건 동생 곰 젤리(젤리는 왜 쫄깃쫄깃할까? 어떻게 알록달록 다른 색과 맛을 낼까?)였다. 어른이지만 젤리를 누군가 건내면 열심히 씹게 되기 때문일까? 곰 젤리에 딱 눈이 갔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곰 모양이기 때문이야. 귀여우니까! 또 쫄깃쫄깃하기 때문이기도 해! 날 씹으면 탱글탱글 쫄깃쫄깃 재미있잖아. 어떻게 쫄깃쫄깃해졌는지 궁금하다고?

나는 설탕물을 섞은 과일즙이나 주스에 젤라틴을 섞어 만들어.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이나 뼈에서 얻는 성분이야. 이 젤라틴 덕분에 내가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지는 거야.

젤라틴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과일 향을 넣어서 과일 맛을 내고, 식용 색소로 알록달록한 색깔을 낸다는 설명도 함께 등장한다. 이렇게 쉽게 질문을 해결해주니 고개가 끄덕여지는지도 모르겠다.



또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육개장 용기면(라면 국물은 왜 자꾸 먹고 싶을까? 컵라면 뚜껑을 꼭 덮어야 할까?)이었다. 정말 라면 국물이 그렇게 맛있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먹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컵라면 종류의 라면 국물은 또 다른 맛을 내기도 하니까. 질문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왜 맛있지? 그리고 껍라면 뚜껑을 꼭 안덮으면 안되나? 이렇게 질문하게 되고 말이다.

“나 국물 한 번만!” 나를 먹을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야. 냄새만 맡아도 먹고 싶은 국물이 내 자랑이거든. 내 국물이 무슨 맛이냐고? 당연히 육개장 맛이야.

그 맛있는 육개장 국물에 고기맛과 비슷한 맛을 내는 건 바로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이라고 알려주고, 우리 몸이 단백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컵라면 뚜껑을 꼭 닫아두어야 하는지는 내가 짐작한 것과 똑같았다.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 말이다.

라면을 빨리 먹고 싶으면 뚜껑을 꼭 덮어 둬! 3분을 얌전히 기다렸다고? 그럼 이제 뚜껑을 뜯어. 두 번 접어 고깔 모양 그릇을 만들어. 젓가락으로 면을 덜어 낸 다음, 후루룩!



그 외에도 눈꽃 같은 팥빙수(눈꽃 빙수는 어쩜 그리 포슬포슬할까? 냉동실 없이도 빙수를 만들 수 있을까?), 북극성 사이다(어떻게 사이다가 터지지 않게 열까? 칼로리가 뭐기에 왜 제로 칼로리만 찾을까?) 같은 내용에서 눈이 딱 멈췄다.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크게 어렵지 않게 설명하니 기억했다가 누군가 비슷한 질문을 할 때 딱 대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아이들이 이렇게 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찾아내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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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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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오베라는 남자'를 쓴 프레드릭 베크만의 새로운 책 “My Friends”, 우리말 제목은 “나의 친구들”이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속도가 정말 나지 않아서 조금 당황했다. 소설인데, 인문학 책이나 자연과학 책이면 더디 읽어지는 게 이해가 갔을 텐데 왜 소설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한참 생각하다 삶의 곳곳에 멈추어 있는 주인공들 때문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정말 멈추어 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주 약간 다른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속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많은 나의 문제들을 아주 눈앞에 들이미는 것처럼 힘들게 마주 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책 소개를 보면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이렇게 생각하게 될까? 하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모든 장면에서 걸리는 책을 만난 탓에 길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지루하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다만 많은 곳에 마음을 딱 멈추게 하는 글들을 만났고 곳곳에 테이프를 붙여서 남겨놓느라 더디 읽었다는 긴 설명을 한 것 뿐이다.

이야기는 루이사라는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열 여덟살 여자아이가 ‘바다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품 경매장에 몰래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경매장에서 그림을 망치지는 않았지만, 펜으로 그림 옆 벽에 빨간색 물고리를 그렸고 스프레이를 가방에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쫓기게 된다. 도망치는 루이사가 골목에서 만난 한 남자를 만난 것이 이 이야기의 중요한 시작이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루이사는 여전히 어딘가의 문을 따고 들어가 하룻밤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만나자. 엄마가. 배낭에 담긴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엽서 앞면은 C. 야트가 그린 유명한 그림이다. 루이사는 기억이 닿는 아주 먼 옛날부터 그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었고, 피스켄을 붙잡고 늘 그 얘기를 하며 나중에 같이 보러 가자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느낌을 말로 설명조차 하지 못하겠다. 가끔 피스켄과 함께 몰래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를 봤을 때, 엄마가 된 기분을 설명하려는 여자들이 그냥 감정에 북받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엄청난 파도에 강타당해 숨이 턱 막힌 상태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중략)

루이사에게는 그 그림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무언가로 인해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이다. 루이사에게 이 그림을 보고 싶어했던 오랜시간의 갈망과,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감동이 만났기 때문일까? 그렇게 만난 그림과 루이사의 인연이 시작되는 것은 어쩌면 더 특별한 것일 수도 있다.

“루이사를 찾아줘. 그걸 걔한테 줘.” 이렇게 말한 화가의 이야기 덕분에 루이사를 찾은 화가의 친구 테드. 루이사에게 C 야트가 선물한 그림을 주고 간다. 하지만 받는 것에 어쩔줄 몰라하는 루이사는 테드가 타는 기차에 같이 올라서 타고 가겠다고 기를 쓴다. 그리고 같이 기차를 타고 가면서 화가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주 긴 시간의 이야기를. 몇 년동안 함께 열 세 살에서 열 다섯 살까지 아이들이 쌓아간 시간 속 이야기다.

그래서 25년 전 6월의 그날, 잔교에서 집으로 걸어가던 길에 화가는 딱 하나밖에 없는 소원을 조그맣게 속삭였다.

“너도 같이 갈 수 있어? 여기서 도망치면?”

“나중에 놀러 갈게!” 요아르는 그런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거짓말을 했다. 그는 자신의 미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뜩 구름처럼 텅 비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런 약속을 했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늘 맞고 있는 요아르의 아슬아슬한 생존, 그림을 그리는 재능을 완전히 펼쳐내기 어려워하는 화가, 지하실 방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성적인 테드. 처음에는 이렇게 3명의 친구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한참 지나 같이 하게 된 여자친구 알리. 아슬아슬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주는 친구들.

갑자기 선명해진 우리의 기억은

살피고

곱씹는다

내뱉어지지 않은 다정한 말을

약속해 놓고 가지 않은 산책을.

테드가 죽어가는 화가와 마지막 시기를 보낼 때 읽은 시이다. 화가가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자기가 어렸을 때 그렸던 그 그림, ‘바다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경매에서 사기를 원했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테드가 학교에서 아이로 인해 다쳐서 그만두고 화가와 함께 몇 년을 보냈고, 화가의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그리고 화가의 소원대로 경매에서 엄청 비싸진 화가의 그림을 사고, 화가의 소원대로 골목에서 마주친,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눈 특이하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 그 여자아이 루이사에게 주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비싼 작품을 친구의 유언대로 루이사에게 주는 테드를 보면서도 한참 생각이 멈추었고, 그 그림을 자기는 받지 못하겠다고 그렇게 그 그림을 좋아했던 루이사의 대답도 낯설었다. 하여튼, 그림을 주고 떠나려고 하는 테드를 따라가 같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테드를 통해 4명의 친구들이 보낸 그 시절 이야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없는 화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4명의 친구들이 각자 자기가 겪는 어려움들과 함께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참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았다.

그가 그렇게 수줍게 말하다니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테드는 가만히 대답했다. 그는 요아르가 원하는 구절이 뭔지 정확히 알았다. 베타 레이 빌이 한 말이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라면 형제들이여. 좋은 것을 만들어내자.”

요아르는 그 문구를 열심히 외우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는 오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행복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의 몫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천국도 믿었고 착한 사람은 영생을 누린다는 것도 믿었다. 다만 그가 그 중 한명은 아닐 뿐이었다. 그가 바라는 건 어머니의 안전과 화가의 성공 뿐이었다.

요아르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함께 하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간신히 버텨내면서 벼르고 있었다. 칼을 가지고 있으면서. 하지만 요아르는 결국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칼을 없앤 어머니의 행동에 놀랐고, 또 그때 회사에서 다치는 바람에 완전히 자신을 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다음날 등교했을 때 나는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은지 밝히지 않았다는 걸 알 리가 알아차렸지. 그래서 그녀는 물었고 나는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을 하신 이유가 뭔데요?” 루이사는 궁금해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울음이 터질까 봐 겁이 났거든.”

“원래는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요?”

“나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갖고 싶었어. 그럼 우리 엄마는 아빠를 잃지 않을 테고, 요아르는 아버지에게 얻어맞지 않을 테고... 그러면 내 곁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을 테니까.”

루이사가 비싼 그림이지만 자기가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함께 기차를 타고 가다 테드가 잠들었을 때 기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루이사를 찾아 내린 테드, 먼저 내린 루이사도 역에 있던 불량배들에게 크게 공격을 당하고 기차를 다시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차 안에서 만났던 인연에 의해 그림과, 짐을 다시 구하게 된다. 다만 화가의 뼈가 담긴 상자만 잃어버린 채로.

“그 친구 없이 나 혼자 거기서 살 방법이 없었을 거야. 밤새 뜬눈으로 그 친구가 들어오길 기다렸을 테니까. 달걀을 먹는 사람이 그 친구 혼자라 달걀을 전부 버려야 했겠지만 깜빡하고 다시 샀을 거야. 그가 세상에 없다는 걸 노상 깜빡했을 거야. 욕실 불이 꺼져 있는 걸 보고 화가 났을 거야. 왜냐하면 전에는 그 친구가 계속 켜놓아서 짜증을 내곤 했거든. 그 친구의 신발과 셔츠를 전부 보관했을 테고 봄이 찾아와서 꽃이 피면 화를 내면서 싫어했을 거야. 꽃 향기에 그 친구의 마지막 체취가 묻힐 테니까. 발코니에 항상 2인분의 식사를 차렸을 거야. 팝콘을 나 혼자 먹어치워야 했을 거야. 무슨 영화를 볼지 절대 고르지 못했을 거야.”

화가를 보낸 테드의 마음이 어떤지, 루이사는 친구 피스켄을 보낸 경험이 있었으니, 너무 잘 이해했을거다.

“그 친구는 그 해골을 계속 그렸어. 그러면 자기 손끝에서 크리스티안이 계속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어쩌면 너도 그럴지 모르겠네. 예술은 다른 사람들에게 남기는 우리의 일부분이니까.”

루이사는 같이 길에서 생활하던 하나뿐인 친구 피스켄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었으니까.

“며칠 밤이 지났을 때 막 해가 뜰 무렵 도서관 청소부가 출근했다. 그녀가 동화책 사이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피스켄을 발견했다. 위탁 가정에 연락한 경찰이,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이지만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전했다. 그녀의 몸은 당겨쓴 행복으로 가득했다.”

25년 전 4명의 아이들이 작교에서 지내는 몇 년간의 이야기 속에서 아슬아슬하지만 함께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화가가 강과 함께 아이들을 그린 그 그림이 바로 ‘바다의 초상’이라는 작품이었으니까. 자기는 빠진 채 3명의 아이들만 보이는데, 아이들이 너는 어디 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나머지 모두라고 하던 말이 기억난다. 다른 친구들이 화가의 그림을 공모전에 내보내서 1등이 되게 하려고 기를 쓰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 공모전이 13세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픽 웃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서로 위하는 모습이 너무나 필사적이어서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기만 했다.

늘 때리는 아버지를 죽이고 무언가 큰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요아르. 죽은 줄만 알았는데, 테드와 루이사가 기차에서 내린 후 찾아간 것은 바로 요아르의 집이었다.

“너를 잊는다고?” 테드는 중얼거렸다. “네가 등장하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걸? 우리가 너를 어떻게 잊겠어?”

그녀는 한참 동안 가만히 누워있다가 약속했다.

“나는 너희를 믿어. 앞으로 너희 셋을 믿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다시 믿을 일은 없을 거야.”

“나도” 테드는 말했다.

“나도” 킴킴은 말했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요아르가 말했다.

“멍청한 건 너지.” 알리는 말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요아르의 방 바닥에 그렇게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런 다음 킴킴의 그림을 액자에 넣었다.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된 알리와의 마지막을 보내는 이야기다. 그렇게도 킴킴, 화가를 아끼던 요아르와 다시 만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는 참 어려웠다. 하지만 만나지 않았어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지막, 떠난 루이사와 테드의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마지막 그림의 방향은 이야기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 비싼 그림을 가장 필요한 곳에 두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화가가 인정한, 자기 그림을 가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잠깐 마주친 아이 루이사는 그림을 그리는 길을 가게 된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가는 과정이 참 어려웠다. 일생에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은 몇 년 뿐이었고, 흩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이 있던 과정 속에서도 그 4명이 함께 한 2년의 모든 기억들은 너무나 소중하게 그들의 삶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붙잡고 있었다.

문득 물어보게 된다.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지, 그리고 함께 한 시간들이 평생 가져갈 만큼 소중하게 남아 있는지. 어쩌면 삶을 빨리 마무리한 화가 킴킴이 불행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학생으로 인해 죽을 뻔 했던 탓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테드가 다시 교도소에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게 한 것도 모두 친구들이 마음을 지키고 있어서였던 게 아닐까 싶다. 참 길게 책 이야기를 쓰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을만한 책을 만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살짝 미소짓게 된다. 책 속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마음 곳곳에 오래 남아서 한참 누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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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지킨 아이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이수연 지음, 고광삼 그림 / 베틀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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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배다리를 지켰다는 제목과, 그림, 그리고 배경을 볼 때 배다리가 어떤 모양의 다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배로 이어진 다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럼 조선시대에 왜 이렇게 배로 다리를 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 귀중한 것이 강을 건너야 할 필요가 있는데, 다리를 짓거나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거나 그런 것일 거라는 짐작은 딱 맞았다.

처음 강호의 아버지가 숲을 태운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했다. 숲을 태워서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한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윗불을 놓는다고 했던 강호의 아버지가 불길에 몸을 다쳤을 때, 강호는 화전민터를 떠나야 했다. 다행히 강호의 아버지는 뚝섬나루에서 배를 모는 사공이 되었다.

그리고 배를 타기 위해 두 양반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인은 다리를 놓고 성을 쌓는 기술을 배울 겁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고 살겁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서당을 선뜻 가지 못한 강호가 가진 꿈이다. 그리고 두 양반은 강호에게 작은 실학자라고 칭찬을 했다. 강을 건너던 배가 무언가에 부딪혔을 때, 누군가 그 어른에게 “전하”라고 불러서 깜짝 놀랐다. 임금이었을까?

강호에게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은화라는 동네 친구와 반쪽만 양반인 경서다. 이 두 친구는 서당을 다니는데, 강호는 그럴 수 없으니 강호는 “신분”이라는 고약한 뿌리가 자기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두 양반이 배를 탔던 이유가 이야기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 임금이 강 건너 수원 행차하는 데 다리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럼, 다리를 만드는 걸까? 하지만 한강 다리는 외적의 침입 때문에 섣불리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궁금해하는 강호에게 지난 번 왔던 두 양반 중 한 사람이 다시 나타났고, 임금이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려고 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고, “신령의 다리”라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80여척의 경강 나룻배를 모두 동원해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놔 진다는 것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배가 만든 다리 말이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다리를 놓는 과정이 간단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방해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 뻔하고 말이다. 누군가 연결하기 시작한 배 바닥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을 강호가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일꾼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받아주지 않자, 처음 만났던 관리 어른인 정학사를 만나기 위해 애를 쓴다.

평민인 강호가 창덕궁에 들어가서 정학사를 만날 수 있을까? 그 과정에 도움을 준 엿파는 아이를 보면서 빙긋 웃게 되었다. 그 필복이라는 아이를 때리려는 아저씨를 막아준 강호와 경서에게 다시 필복이에게 도움을 주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제가 파는 엿을 먹고 즐거워하면 좋죠. 어떤 어르신이 말했어요. 돈과 명성은 사라질 수 있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은 오래 가는 거라구요. 참, 두분 들어가고 바로 그 어른이 들어가셨는데..... 그 분이 전에 제가 엿판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시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강호와 경서는 규장각에 가서 정학사를 만나는 과정이 신기했다. 그리고 위험에 처했던 배들을 구하는 과정도 말이다. 사실 정학사에게 말만 하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거다. 강호는 아버지의 배가 맥없이 강물 위를 흘러 다니는 상태를 보고 스스로 배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의 배와 친한 김사공 아저씨의 배까지 헤엄쳐 칡꾼으로 묶어내는 것에 성공한다. 목숨을 걸고 아버지의 배를 지키려는 강호를 보면서,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참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경서의 반쪽만 양반인 것 때문에 했던 일, 다리를 망가뜨리려고 했던 인물들, 경서 아버지의 위기 이런 것들이 배다리를 만드는 것을 위험하게 했지만, 결국 성공하게 된다.

지켰다. 우리가...” 이 말을 듣는데 눈물이 덜컥 났다. 그리고 강호와 은화도 양반이 아니지만 서당에서 글을 배우게 되었다. 강호의 용기와, 은화와 경서의 친구에 대한 마음, 그리고 올바른 것을 선택한 몇 명의 어른들을 보면서 마음이 단단해졌다.

조선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신기한 배다리라는 것을 빼고는 현실과 딱 닿아 있으니, 역사동화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용기를 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이 한 번 더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다리를 지켜낸 강호와 경서, 은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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