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저씨는 대학에서 올바른 삶을 꿈꾸다가 감옥을 가게 되었고,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영어강사를 하게 된다. 가르치는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학원에서의 생활은 가르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또 여러 과정을 겪어나간다. 부당한 일들을 당할 때 그냥 귀를 닫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지금, 돈 아저씨는 정말 돈키호테 같았다. 당당히 말하고, 나아가고, 바꿔나가고, 하지만 실패할 때가 더 많았다.
지금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 실패를 거듭했는데 제대로 버텨 나가는 것이 쉬웠을까? 그렇게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가게를 열게 된 돈 아저씨는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을까? 여전히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도 함께 한다. 그렇게 같이 무언가를 해 온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 기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곳에 오래도록 버틸 수 있는 힘으로 바꾸어 두었을까?
참 좋았다. 사람들들 사이의 관계가 말이다. 주인공 진솔이가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드라마처럼 터무니 없는 과정이 아니라, 정말 하나씩 찾아가는 것도 부러웠다. 돈 아저씨가 아들을 진심으로 돌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자란 그 아들을 만났을 때, 다시 또 열심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다.
유튜브를 열고, 오랜 시간 한 사람씩 만나 가면서 궁금했던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진솔이의 끊임없는 열정과, 아저씨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따뜻해서 좋았다. 내가 나이 들어서 가장 힘들다고 느낀 건 관계를 맺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었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불편한 편의점 1,2편이다. 그 소설들도 읽고나서 ‘재미있네’라고 생각하며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돈키호테 역시 기억이 오랫동안 날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의 비디오 가게를 생각하게 하고, 동네에서 뻔질나게 살다시피했던 만화가게도 그립게 했다. 그리고, 돈 아저씨처럼 힘들어도 결국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생의 끝자락 즈음에, ‘나는 이건 해냈네.’라고 생각할 만한 것, 그런 사람 말이다.
요즘은 어려운 소설 보다 이렇게 읽고 나서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소설이 참 좋다. 유튜브를 계속 해나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진솔이처럼 든든하게 해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