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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똥 ㅣ 정호승 동화집 1
정호승 지음, 정현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책 표지에 있는 커다란 똥이 너무 예쁘다. 제목도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다람쥐 똥”이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이 쓴 책으로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아이들의 동화책을 낼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요즘은 동화를 읽을 때도 긴장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다른 세계에 갔다 와야 하거나, 죽음을 오가는 이야기도 자주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이나 사물들도 마치 사람처럼 느끼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백두산 자작나무를 읽으면서 ‘내가 대단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사물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싶었다. ‘대단한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버려질 수 있을 만큼 흔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지는 감히 상상이 안간다. 그렇게 느낄 때, 자작나무처럼 잘난체하면서 살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사물들의 이야기로 재미있고 실감나게,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해준다. 붉은 장미와 노란 장미에서는 살아있는 꽃과 조화, 둘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삶의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내가 만약 꽃이라면 나는 살아 있지만 아름답고 곧 죽을 수도 있는 짧은 생명을 원하게 될까, 아니면 죽어 있지만 절대로 시들지도 변하지도 않는 만들어진 꽃이 되고 싶을까?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를 만나는 것도 참 따뜻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다람쥐 똥’를 읽으면서는 강아지 똥 책이 생각났다. 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비슷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내가 쓸모없다고 느끼면서 우울해질 때,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다람쥐 똥도 꼭 세상에 필요한데, 인간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아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가끔 동화를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냥 머리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함과 정성이 있는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 책이지만 한참 마음이 머물러진다. 그런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또 즐거웠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그런 따뜻함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