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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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물을 심으면서 함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는 릴리언을 보면서 상처는 사람들에게 받지만, 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치유되는 것 같다. 멋진 정원 만들어 가는 것도 위로가 되는 릴리언을 보면서 용기를 더 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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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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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 릴리언은 '평범한 일하는 주부'라고 하면 맞을까? 남편이 죽은지 4년 정도 지났고, 7살 딸인 에너벨과 5살 클레어를 키우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동생 레이첼이 많은 일들을 도와주고 있어도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릴리언은 남편의 비극적인 죽음을 옆에서 지켜봤고, 남편이 죽은 후 1년이 넘게 정신병원에서 남편의 죽음을 극복하느라 힘들게 보냈다.

릴리언이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너무 커서 짐작하기도 힘든 것 같았다. 릴리언은 남편이 죽은 날, 어마어마한 양의 빨래를 했고, 나머지 새탁하지 않은 옷을 찾아 모두 지퍼백으로 꽁꽁 포장을 했다. 남편인 댄의 입자가 증발할까봐.

내가 병원에 입원한 뒤 레이첼이 이 지퍼백들을 발견했지만, 내가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다행히도 모두 고이 치워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오직 필요할 때만 지퍼백들을 공기에 약간 노출시켜 내 자양분으로 삼았다. 지금 나는 남편의 희미한 체취를 들이 마시고 있다. 눈물이 차오르면 고개를 돌리고 지퍼백을 닫고는, 여전히 그이 대신 내가 죽었길 소망한다. 그가 나보다 훨씬 더 슬픔을 다루는 데

릴리언은 회사에서 채소에 관한 책을 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6주간의 채소 원예 강좌를 들어야 했다. 이 강좌를 듣는 것이 릴리언의 삶에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함께 채소를 심고 가꾸는 것을 배우며 매주 만난 사람들은 원예 수업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 그 집의 정원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같이 나누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하는 릴리언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원예수업을 가르쳐 주는 에드워드를 만나면서 릴리언의 생활은 바뀌게 된다. 하지만, 둘이 서로에게 끌리는 것을 알게 된 후 릴리언은 또 한참 뒷걸음질 친다. 아이들이 있고, 아직 남편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다.

책 속의 이런 관계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장 좋은 것은 원예수업을 하면서 다양하게 묘사되는 정원과,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땅을 가꾸는 이야기는 사람의 관계보다 마음이 편하고, 따뜻하다.

 능숙했을 것이므로.

 

 

한 두 그루쯤 심고 나니 이 일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토마토 모종에서 근사한 냄새가 풍겼다. 좋은 향만 나는게 아니라, 재미있게도 알싸한 내음과 풀내음도 났다. 내 손에서, 햇살 가득한 공기 속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돌연 오감이 평소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작동하는 게 느껴졌다. 비판적인 뇌가 평소처럼 훈수를 두지 않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몰랐다. 손은 물론, 눈, 귀, 코로 더 많은 정보가 유입되었다. 나는 별들이 윙윙대는 소리, 새들이 뭔가를 두고 지저귀는 소리,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목소리, 클레어가 리사에게 고양이 젖꼭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토록 편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최근 몇 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생각을 멈추었고, 그저 땅을 파는데 열중했다.

어쩌면 우리가 텃밭을 가꾸고, 정원을 가꾸는 그런 일들은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 결과물을 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친해지는 이유는 같이 몸을 움직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정원 일을 해야 할 때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능력있고, 똑똑한지, 돈이 많은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함께 살아있는 식물을 심고 가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릴리언이 죽은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쉽게 에드워드와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을 어려워하다 결국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생 레이첼이 릴리언을 돕고 함께 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릴리언은 좋은 사람들과 함꼐 하는구나 싶어졌다. 누군가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친구든 말이다.

시어머니인 에이프릴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애 자리를 대체하려고 애쓰지 말거라. 릴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애는 그냥 그 자리에 있게 둬. 그건 배신도 거부도 아내야. 나는 클레어와 에너벨에게서, 마지에게서, 폴에게서 기쁨을 느낀단다. 그게 댄을 잃은 내 슬픔을 지워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그 애를 추억할 때 느끼는 기쁨을 휘발시키지도 않아. 그건 서로 연관이 없는 거야. 이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냥 그 자리에 둔다는 것, 그건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어렵지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릴리언에게 함께 있어주는 좋은 가족들, 에드워드,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 일을 즐겨 하게 된 것 모두 정말 든든한 이불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나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과 일, 무엇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문득 생각하게 된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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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똥 정호승 동화집 1
정호승 지음, 정현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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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있는 커다란 똥이 너무 예쁘다. 제목도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다람쥐 똥”이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이 쓴 책으로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아이들의 동화책을 낼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요즘은 동화를 읽을 때도 긴장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다른 세계에 갔다 와야 하거나, 죽음을 오가는 이야기도 자주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이나 사물들도 마치 사람처럼 느끼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백두산 자작나무를 읽으면서 ‘내가 대단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사물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싶었다. ‘대단한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버려질 수 있을 만큼 흔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지는 감히 상상이 안간다. 그렇게 느낄 때, 자작나무처럼 잘난체하면서 살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사물들의 이야기로 재미있고 실감나게,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해준다. 붉은 장미와 노란 장미에서는 살아있는 꽃과 조화, 둘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삶의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내가 만약 꽃이라면 나는 살아 있지만 아름답고 곧 죽을 수도 있는 짧은 생명을 원하게 될까, 아니면 죽어 있지만 절대로 시들지도 변하지도 않는 만들어진 꽃이 되고 싶을까?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를 만나는 것도 참 따뜻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다람쥐 똥’를 읽으면서는 강아지 똥 책이 생각났다. 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비슷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내가 쓸모없다고 느끼면서 우울해질 때,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다람쥐 똥도 꼭 세상에 필요한데, 인간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아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가끔 동화를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냥 머리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함과 정성이 있는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 책이지만 한참 마음이 머물러진다. 그런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또 즐거웠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그런 따뜻함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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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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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 고양이와 내가 가족으로 함께 하는 이야기를 여러가지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나가서 읽고 있으면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반려묘와 함께 살기 위한 용기를 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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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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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종종 보곤 하는데 책을 통해 보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시이’라는 암코양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에게 종종 찾아오는 길고양이 시마짱은 재미있는 친구다. 집주인 고양이 시이가 없는 시간에 마치 자기집처럼 들어오는가 하면, 작가의 집 앞에 와서 사료를 먹고, 또 그 옆집 작가의 친구집을 들러서 날달걀, 우유를 수시로 먹고 간다. 눈빛으로 말하는 고양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고양이와 생활하는 작가는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사실은 곰을 아주 좋아하는데 생명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게 판다였더라면 총에 맞을 일이 없을 텐데. 불행한 곰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인간이 정말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라고 읊조리는 수밖에 없다.

곰인형을 그냥 상상으로만 만들어도 좋을 것을, 취미로 곰의 생명을 빼앗는 곰사냥 이야기, 곰발바닥을 파는 식당 등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생각은 예쁘다, 혹은 징그럽다, 키우고 싶다 이런 단편적인 생각들이 대부분이 아니겠는가. 개와 고양이의 생명, 곰의 생명, 반려 동물의 생명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반려인 중에 많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점점 애완동물을 많이 키워나갈수록 이런 인식이 더 많아지는 것은 다행한 일인 것 같다.

개를 기르다 인간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식들이 독립하고 대화도 없는 한창 권태기를 겪는 부부의 집에 개가 들어왔다. 부부는 탐탁지 않아도 개를 위해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산책 도중에 알게 된 다른 개 주인과도 사이가 좋아졌다. 그리하여 부부끼리 어울릴 수 있는 벗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반면, 지인의 어머니는 공원에서 친해진, 마친가지로 개를 키우는 동년배 여성으로부터 “집에 놀러와요”하고 초대를 받아 개를 데리고 놀러 갔더니 거기서 고가의 냄비세트를 강매당할 뻔해서 깜짝 놀라 돌아왔다고 한다. 개를 통해서 친해진 사람이 느는 것도 다 장단점이 있는 모양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 다른 반려동물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기나보다.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만나는 것도 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참 인생사 복잡하다. 작가가 반려동물과 함께 한 세월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내 인생의 이십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한 반려동물을 보내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어쩌면 이런 이별을 무서워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익숙해지는 것, 어쩌면 쉬운 일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개를 기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함께 사는 동물의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의 성격이나 감정을 능숙하게 가늠해서 애정을 가진 주인이 길들이지 않으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껏 인연이 닿아서 찾아온 개와 생활하고 있는데 상대는 자신과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고 말을 걸어도 모른척만 하다니 서로 불행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주인의 잔소리는 더욱 심해지고 개는 삐뚫어져간다.

 

 

나는 개나 고양이를 기르면 다 주인의 말을 잘 듣고 통제에 잘 따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동물프로에서 보면 꽤 흔하지 않게 주인을 제대로 주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한다거나,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애완 동물이든, 사람이든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대해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애완동물이라고 내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하는 것, 그것도 하나의 폭력이 아닐까.

 

부모님의 고양이인 루루짱이 열여덟이 되어 곧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다가 우연히 화장터에 전화해 질문할 때 들었는지, 루루짱은 화장터 이름인 가스미만 나오면 번쩍번쩍 일어나서 먹고, 기운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같은 모양이다. 어떤 고양이들은 죽을 때가 되면 아예 인간에게 보이지 않도록 집을 나가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들이 대학을 진학해서 집을 떠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요즈음,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은 키우는 것에 대한 책임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매일 산책을 해줄 수 있을지, 아프면 데리고 병원에 다니는 것을 할 수 있을지 등등 키우겠다고 생각하면 산더미같은 책임이 따른다. 그래도 가족이 생긴다는 것, 마음을 기댈 곳에 생긴다는 것은 참 매혹적인 유혹이다. 완전히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될 때 함께할 반려견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위로받고,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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