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텃밭을 가꾸고, 정원을 가꾸는 그런 일들은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 결과물을 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친해지는 이유는 같이 몸을 움직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정원 일을 해야 할 때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능력있고, 똑똑한지, 돈이 많은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함께 살아있는 식물을 심고 가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릴리언이 죽은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쉽게 에드워드와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을 어려워하다 결국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생 레이첼이 릴리언을 돕고 함께 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릴리언은 좋은 사람들과 함꼐 하는구나 싶어졌다. 누군가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친구든 말이다.
시어머니인 에이프릴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애 자리를 대체하려고 애쓰지 말거라. 릴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애는 그냥 그 자리에 있게 둬. 그건 배신도 거부도 아내야. 나는 클레어와 에너벨에게서, 마지에게서, 폴에게서 기쁨을 느낀단다. 그게 댄을 잃은 내 슬픔을 지워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그 애를 추억할 때 느끼는 기쁨을 휘발시키지도 않아. 그건 서로 연관이 없는 거야. 이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냥 그 자리에 둔다는 것, 그건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어렵지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릴리언에게 함께 있어주는 좋은 가족들, 에드워드,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 일을 즐겨 하게 된 것 모두 정말 든든한 이불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나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과 일, 무엇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문득 생각하게 된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