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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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동안 일어난 일들로 펼쳐진다. 메이드 몰리. 몰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고 있다. 직업은 호텔에서 일하는 메이드. 


몰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몰 리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조금 지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느낌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는 몰리에게 거칠게 하거나, 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몰리는 절대적인 존재였던 할머니를 보내고,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를 만나 가지고 있던 저금을 모두 사기당하고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친구다. 


그런 몰리가 객실 청소를 하다가 살해된 블랙을 발견하면서 사건이 펼쳐진다. 평소 이 호텔에서 꽤 오랜 기간 머물렀던 블랙과 부인 지젤. 지젤은 몰리의 부족한 부분을 타박하지 않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다. 블랙이 죽으면서 여러 얽힌 인물들이 나타난다. 몰리가 좋아하는 로드니, 그리고 로드니의 부탁으로 몰리가 도와주는 후안 마누엘, 그리고 로드니를 늘 염려해주는 벨보이 프레스턴, 그의 딸 셰릴. 


몰리는 자기가 모았던 돈을 모두 전 남자친구에게 도둑맞은 터라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블랙의 반지를 전당포에 맡기는 바람에 살인자로 지목받게 된다. 이런 위험에 처한 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프레스턴과 딸인 변호사 셰릴이다. 그렇게 몰리는 자신과 함께 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살인자의 누명을 벗고, 자신을 위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정보를 빼내려 하는 로드니의 정체를 알게 된다.


과연 블랙을 죽인 사람은 누구였을까? 처음에는 블랙 밑에서 마약을 만들어대던 로드니가 블랙을 죽인 것처럼 나와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 그래서 로드니가 몰리를 이용했던 거구나’ 

하지만 내 생각은 금방 작가에게 들통이 나버렸다. 그리고 몰리가 단순히 부족한 머리로, 몸으로만 열심히 일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프레스턴과 딸 셸리가 몰리를 도와주는 상황을 보면서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프레스턴이 몰리의 할머니와 사랑하던 사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몰 리가 살인자로 몰렸던 순간에도 아무 댓가 없이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 되었던지.

우리 모두 잠시 침묵하지만 불편한 침묵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일어난다. 그것은...... 유대감이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작품은 추리소설로 살인자의 누명을 쓴 몰 리가 상황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축으로 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구체적인 인물들의 상황과 성격 같은 것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살인 사건보다는 사람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누가 범인인지에 대한 궁금 보다는 몰리가 관계를 풀어가는 모습이 신기했고, 따뜻했다.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의 반전이 마지막에 딩, 머리를 울렸다. 범인은 생각과 완전 다른 인물로 등장했고, 몰리는 누가 블랙을 살해했는지 살해장소에서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역시, 작가는 이렇게 무언가를 독자에게 던져줄 수 있어야 하는가 보다. 

중간에 살인이나, 누명 같은 것들, 몰리를 이용하려는 악당들 때문에 책읽는 속도가 더디나가다가, 후반부 몰리가 달라지는 모습, 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적당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빨라졌다. 그리고 범인은 이제껏 말하던 인물과는 완전히 달라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역시 추리소설이 맞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할머니는 진실은 주관적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하지만 살면서 그 말을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이해한다. 내 진실은 여러분의 진실과 다르다. 각자 경험하는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아 보여도 사실은 다 다르단다.'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들던 편집자인 니타 프로스라는 작가의 ‘메이드’는 벌써 영화로까지 확장되었나보다. 마지막 몰리의 변화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정말 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다행스러웠다. 결말이 주인공이 행복하게 되는 것으로 책을 덮을 때 ‘휴’하고 한숨을 쉬게 만들어서 그것도 좋았다. 진짜 범인이 궁금한 사람은 꼭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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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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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퇴직하고 나서 나를 찾아가는 것은 내가 모르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업을 한 것 같다.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위로받고 이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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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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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참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한 사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영업에 관련된 일도 해보고, 다시 번역과 관련된 대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MBC에서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같은 드라마도 열심히 만들다가 MBC 노조 파업에 함께 하는 바람에 한직으로 밀려났다.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쓴 글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나서는 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많은 경험들을 해나간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무너져가는 자신을 붙잡고, 단단히 서 나가려는 과정에서 쓴 글이다.

50대가 넘은 사람이 퇴직 후 썼다는 책 소개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여서 책장을 열었다.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명예퇴직을 하려고 날짜를 세고 있는 처지라 그런가 작가의 마음과 비슷하게 겹치는 부분이 참 많았다. 물론 경험도 다르고, 분야도 달랐지만, 작가처럼 나 역시 전공을 바꾸어 공부를 다시 하고 직업을 선택했기에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작가처럼 이렇게 많은 책들을 나 자신과 연결시켜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달랐다. 나는 그냥 읽고 끝내거나, 간단히 느낌을 남기는 정도인데 작가는 참 자세히 기록하고, 남겨두었다. 그리고, 생각을 얻은 부분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는 습관이 참 달랐다. 쉽지 않은 습관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빅스비 선생님은 결국 서른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단언컨대 아이들은 평생 선생을 기억할 테다. 혼자 무거운 삶의 짐과 맞서고 있던 브랜든을 눈이 쌓인 거리에서 발견해 주었고, 토퍼가 그리고 버린 그림을 주워 ‘꿈의 파일’을 만들어주었고, 성적을 따지러 온 스티브의 아빠에게 ‘아드님은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라고 말해주었으니까.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합니다. 어느 길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내팽개친 꿈을 붙들어주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순간에는 몰랐을 테지만 그런 날들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하죠. 떠올리기도 괴로운 학창시절을 견디게 해준 어른을 한 명만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요? (p31)

나도 교사인데, 빅스비 선생님처럼 그런 선생님이 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늘 마음 한켠이 우울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노력과는 다르게 늘 인정받기 어렵고, 아이들과도 마음을 완전히 소통하기 어려웠다. 선생님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사실 교사들도 아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계는 생각만큼 쉽지 않고, 다행히 정말 좋은 관계를 맺은 해는 행복하고, 많이 성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당장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우선 걷기로 했어요. 고개를 들면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매일 아침 햇빛을 받으며 산책에 나섭니다. 햇빛이 행복 호르몬을 생성한다잖아요. 어떻게든 우울을 걷어내고 행복해질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에 전해오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해요.

“태양을 향해 몸을 돌려라. 그러면 그림자는 네 뒤로 떨어질 것이다.”(p93)

걷기를 이렇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대체로 건강 때문에 억지로 걷기를 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작가가 했던 것처럼 걷기 길을 많이 찾아서 스스로 걷는 것에 즐거움을 찾고 싶다. 오래 걷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뿐 아니라, 걷기 자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측정하는 질문들

-어제 하루,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 받았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까?(p116)

나는 이 질문 중 새로운 것을 배웠다 하나에 ‘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행복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뒤에 나오는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나는 10가지 중 1, 5, 6, 8 이렇게 4개 정도 내가 가진 것과 비슷하다. 참 어려운가보다. 행복해지기란. 누군가의 지표이던, 행복한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비교하지 않는다.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비움으로 채운다.

작가가 하고 싶은 것은 첫째,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둘째,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셋째,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p120)

자기 개발서를 읽고 힘을 얻으려 하지도 말고 명사의 강연을 듣고 심기일전하려 하지도 말고 여행을 해서 충전하려 하지도 말고 자신의 무기력을 수용하라고 합니다. 무기력이라는 증상은 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기 보전의 행위라고요.(p138)

무기력이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무기력’은 무엇을 감당할 기운과 의지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리도 살면서 수시로 마주치지요. 평생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은 없을 거예요.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다스리고, 잘 지나가느냐에 따라 각자 삶의 무늬가 만들어져요.

정신의학자들은 말해요. 무기력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모든 관계,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 든다고요. 아이들의 무기력이 스스로 살려는 몸짓‘이라는 이승욱 선생님의 진단처럼, 나의 무기력과 외로움을 덮어두거나 또는 이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게 중요해요. 만약 나에게 무기력이 찾아오면 ‘잠시 멈출 시간이구나’ 생각하며 자신에게 여유를 주세요. 나를 믿는 거죠. (p140)

나의 무기력을 수용하라는 말에 요즘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말 열심히 모든 것에 매진하던 나의 기본적인 특징과 다르게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하루 종일 콕 처박혀 있는 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말 단 한 순간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어본 적이 없었다. 늘 여행하거나, 공부하거나, 무언가를 벌이고 있었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이제 나의 무기력에 딱 맞닿아 있다. 아니, 많은 50대가 그럴 것 같다. 부지런하게 기차처럼 앞으로만 나아가기에는 부딪히고, 맞닥뜨리는 것이 너무 많이 있는 탓일까?

작가의 말처럼 무기력이 찾아오면 그냥 ‘잠시 멈출 시간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 쉬웠으면 좋겠다. 나를 믿고 싶다. 정말로.

이 책에서는 불평등과 불공정, 능력주의와 교육양극화, 경기침체와 실업, 독과점과 정경유착, 공동체 붕괴와 가족 해체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데요. 우리가 처한 문제와 너무 흡사하지 않나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해 보았지요. 중년 이후 갑작스럽게 은퇴, 건강악화, 경제적 어려움, 가족 해체, 사별 독거 등의 변화를 맞닥뜨리기도 해요. 속한 조직도 없고 가족과 공동체의 안전한 울타리조차 없을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사람은 쉽게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절망은 기나긴 외로움의 터널 끝자락에 도사리고 있거든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이 몰려들고 눈앞에 놓인 선택지 중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럴 때 절대 고르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p146)

중년 이후 마주하게 되는 변화가 사실 너무 힘들고, 무너질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닥친 문제들에 고개만 돌리고 싶게 된다. 자식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의 사회생활, 그리고, 인간관계 모두 그냥 벗어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턱없이 적어졌다는 것이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외로움을 견뎌내는 꾸준한 수업과, 경험이 필요하고. 나는 얼마나 더 잘 버틸 수 있을까 매 순간 물어보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고, 젋은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힘들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이제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50대, ‘외로운 수업’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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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 천승주 -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1
김경은 지음, 혜캉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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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이 무엇을 말할까 궁금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기생충이 사는 몸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지만, 동화에서 흔히 나올만한 소재가 아닌 것 같아서 제쳐두었다. 국어사전을 검색하니 ‘기생 생물이 기생하는 동물 또는 식물’이라고 숙주를 정의하고 있다.


말 그대로 숙주 인간은 기생 생물이 사는 인간을 말하는 거다. 주인공 승주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엄마와, 우주 과학자인 아빠 사이에서 자신이 늘 제대로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에어로켓, 강아지로봇, 과학퀴드대회 등 다양한 관련 대회에 나갔지만 결과는 그저 참가상일 뿐이었다. 엄마나 아빠가 그런 결과에 대해 무어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거다.


문득 승주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나도 많은 순간, 내가 이것저것 벌여 놓은 것들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에 많이 속상해한다. 누군가에게, 특히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승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엄마, 아빠에게 더 인정받고 싶고 칭찬을 듣고 싶을 거다. 


승주가 밤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날, 무언가가 굉음을 내며 승주를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승주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계속 이야기를 건내고, 승주의 이야기에 답을 하는 것은 기생생물! 진짜 의외가 아닐까? 


‘내 몸 속에 무언가 들어와서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면 흥미로울 수도 있고, 어쩌면 외롭지 않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 몸에 같이 있다는 것은 조금 두렵지 않을까?


승주는 그 생물에게 제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늘 이야기를 나눈다. 승주에게는 도하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도하와의 만남을 엄마의 반대 때문에 작년에 결국 포기했다. 엄마는 도하가 승주보다 잘났다는 사실 때문에 교제를 반대했다. 도하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될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승주는 도하를 포기하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난 사람이라는 것이 더 상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걸 느낄 수 있을까?


여하튼, 승주와 도하가 함께 탐구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관계에 대해서도, 그리고 기생생물인 제로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내 몸에 나 외에 다른 생물이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은데, 늘 불안하지는 않을까? 친해지면 떠날까봐 두려울 것 같고, 내 몸에 어떤 해가 생길까봐 그것도 무서울 것 같다. 승주는 많은 순간에 현명하게, 제로와 함께 했지만, 결국 엄마와 아빠, 승주까지 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제 와서 도망가라느니, 다른 숙주를 찾아보라느니 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넌 그때 이미 날 죽인거야. 천승주, 어차피 넌 그 약을 복용하고 말 거야. 너랑 지낸 25일하고도 8시간 39분 동안의 데이터베이스로 미루어 보았을 때, 넌 그 선택을 하고도 남을 인간이야.”

제로는 승주에게 자신을 엄마에게 넘긴 것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약봉지를 집어 들었다. 약을 먹으면 부모님의 착한 딸이 될뿐더러,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할 지도 모르겠다. 약을 먹지 않으면, 제로를 지키겠지만 평생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시달릴지 모른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나인지, 제로인지,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인지 나는 도저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많은 순간 우리는 승주처럼 자기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갈등을 겪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제로가 말한 이야기는 참 충격적이었다. 제로는 승주가 자신을 엄마의 실험실로 보내기 위해 약을 먹고도 남을 거라고 승주의 선택에 대해 먼저 말한다. 이미 승주는 늘 이런 패턴으로 살았던 거다. 나도 똑같을 것 같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해야만 한다는 이름으로 정말 중요한 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포기했을까? 그런 선택이 또 당사자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까? 


아이들은 이 선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나서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지 말이다. 

내가 나를 포기하니까 죽음이 바로 찾아왔어. 약물은 그런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어내린 것이고. (중략) 그저 오래 생존하는 게 목표였는데, 승주 널 만나고 나서 사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어. 내 세계가 더 넓어진 기분이 들었지. 삶은 유한하니까 그런 기쁘을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보고 싶더라.

제로는 승주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제로의 용기도 부럽다. 그러게 느끼는 순간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나라면 안정적인 숙주인 승주에게 머물러 있을 것 같으니까. 


아이들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나는 누구에게 숙주인간처럼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람일까? 딱 붙어살게 해주지는 못해도 조금의 공간이라도 제공해서, 마음을 열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해도 나눠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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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 천승주 - 2023 문학나눔 선정 도서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1
김경은 지음, 혜캉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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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기생생물이 승주의 몸 속에 들어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승주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외계 기생생물도 신기하고, 내 몸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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