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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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참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한 사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영업에 관련된 일도 해보고, 다시 번역과 관련된 대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MBC에서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같은 드라마도 열심히 만들다가 MBC 노조 파업에 함께 하는 바람에 한직으로 밀려났다.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쓴 글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나서는 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많은 경험들을 해나간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무너져가는 자신을 붙잡고, 단단히 서 나가려는 과정에서 쓴 글이다.

50대가 넘은 사람이 퇴직 후 썼다는 책 소개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여서 책장을 열었다.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명예퇴직을 하려고 날짜를 세고 있는 처지라 그런가 작가의 마음과 비슷하게 겹치는 부분이 참 많았다. 물론 경험도 다르고, 분야도 달랐지만, 작가처럼 나 역시 전공을 바꾸어 공부를 다시 하고 직업을 선택했기에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작가처럼 이렇게 많은 책들을 나 자신과 연결시켜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달랐다. 나는 그냥 읽고 끝내거나, 간단히 느낌을 남기는 정도인데 작가는 참 자세히 기록하고, 남겨두었다. 그리고, 생각을 얻은 부분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는 습관이 참 달랐다. 쉽지 않은 습관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빅스비 선생님은 결국 서른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단언컨대 아이들은 평생 선생을 기억할 테다. 혼자 무거운 삶의 짐과 맞서고 있던 브랜든을 눈이 쌓인 거리에서 발견해 주었고, 토퍼가 그리고 버린 그림을 주워 ‘꿈의 파일’을 만들어주었고, 성적을 따지러 온 스티브의 아빠에게 ‘아드님은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라고 말해주었으니까.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합니다. 어느 길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내팽개친 꿈을 붙들어주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순간에는 몰랐을 테지만 그런 날들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하죠. 떠올리기도 괴로운 학창시절을 견디게 해준 어른을 한 명만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요? (p31)

나도 교사인데, 빅스비 선생님처럼 그런 선생님이 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늘 마음 한켠이 우울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노력과는 다르게 늘 인정받기 어렵고, 아이들과도 마음을 완전히 소통하기 어려웠다. 선생님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사실 교사들도 아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계는 생각만큼 쉽지 않고, 다행히 정말 좋은 관계를 맺은 해는 행복하고, 많이 성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당장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우선 걷기로 했어요. 고개를 들면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매일 아침 햇빛을 받으며 산책에 나섭니다. 햇빛이 행복 호르몬을 생성한다잖아요. 어떻게든 우울을 걷어내고 행복해질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에 전해오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해요.

“태양을 향해 몸을 돌려라. 그러면 그림자는 네 뒤로 떨어질 것이다.”(p93)

걷기를 이렇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대체로 건강 때문에 억지로 걷기를 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작가가 했던 것처럼 걷기 길을 많이 찾아서 스스로 걷는 것에 즐거움을 찾고 싶다. 오래 걷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뿐 아니라, 걷기 자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측정하는 질문들

-어제 하루,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 받았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까?(p116)

나는 이 질문 중 새로운 것을 배웠다 하나에 ‘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행복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또 하나 뒤에 나오는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나는 10가지 중 1, 5, 6, 8 이렇게 4개 정도 내가 가진 것과 비슷하다. 참 어려운가보다. 행복해지기란. 누군가의 지표이던, 행복한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비교하지 않는다.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비움으로 채운다.

작가가 하고 싶은 것은 첫째,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둘째,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셋째,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p120)

자기 개발서를 읽고 힘을 얻으려 하지도 말고 명사의 강연을 듣고 심기일전하려 하지도 말고 여행을 해서 충전하려 하지도 말고 자신의 무기력을 수용하라고 합니다. 무기력이라는 증상은 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기 보전의 행위라고요.(p138)

무기력이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무기력’은 무엇을 감당할 기운과 의지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리도 살면서 수시로 마주치지요. 평생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은 없을 거예요.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다스리고, 잘 지나가느냐에 따라 각자 삶의 무늬가 만들어져요.

정신의학자들은 말해요. 무기력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모든 관계,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 든다고요. 아이들의 무기력이 스스로 살려는 몸짓‘이라는 이승욱 선생님의 진단처럼, 나의 무기력과 외로움을 덮어두거나 또는 이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게 중요해요. 만약 나에게 무기력이 찾아오면 ‘잠시 멈출 시간이구나’ 생각하며 자신에게 여유를 주세요. 나를 믿는 거죠. (p140)

나의 무기력을 수용하라는 말에 요즘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말 열심히 모든 것에 매진하던 나의 기본적인 특징과 다르게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하루 종일 콕 처박혀 있는 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말 단 한 순간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어본 적이 없었다. 늘 여행하거나, 공부하거나, 무언가를 벌이고 있었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이제 나의 무기력에 딱 맞닿아 있다. 아니, 많은 50대가 그럴 것 같다. 부지런하게 기차처럼 앞으로만 나아가기에는 부딪히고, 맞닥뜨리는 것이 너무 많이 있는 탓일까?

작가의 말처럼 무기력이 찾아오면 그냥 ‘잠시 멈출 시간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 쉬웠으면 좋겠다. 나를 믿고 싶다. 정말로.

이 책에서는 불평등과 불공정, 능력주의와 교육양극화, 경기침체와 실업, 독과점과 정경유착, 공동체 붕괴와 가족 해체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데요. 우리가 처한 문제와 너무 흡사하지 않나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해 보았지요. 중년 이후 갑작스럽게 은퇴, 건강악화, 경제적 어려움, 가족 해체, 사별 독거 등의 변화를 맞닥뜨리기도 해요. 속한 조직도 없고 가족과 공동체의 안전한 울타리조차 없을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사람은 쉽게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절망은 기나긴 외로움의 터널 끝자락에 도사리고 있거든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이 몰려들고 눈앞에 놓인 선택지 중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럴 때 절대 고르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p146)

중년 이후 마주하게 되는 변화가 사실 너무 힘들고, 무너질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닥친 문제들에 고개만 돌리고 싶게 된다. 자식들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나 자신의 사회생활, 그리고, 인간관계 모두 그냥 벗어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턱없이 적어졌다는 것이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외로움을 견뎌내는 꾸준한 수업과, 경험이 필요하고. 나는 얼마나 더 잘 버틸 수 있을까 매 순간 물어보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고, 젋은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힘들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이제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50대, ‘외로운 수업’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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