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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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슴도치가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났을 때? 아니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문득 그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질문하게 된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를 뽑으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일 것 같다. 참 바보같지만 누가 나에게 “잘했어, 멋져, 너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 날아갈 것 같다. 어쩌면 좋은 습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고슴도치가 찌르는 그 가시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고슴도치는 어떨까 궁금했다.

“하지만 우린 침대를 고쳐야 하잖아? 침대에 구멍이 가득한걸?”

“그건 다음에 하면 어떨까......”

“다음에......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맞아.”

“우리는 항상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

“맞아.”

그런 다음 고슴도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가끔 일어나 차를 따르며 자신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받아들였다. 고슴도치는 항상 그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같은 아침이 지나갈 무렵이면 고슴도치는 하루 동안 할 말은 다 했다는 생각에 조용해졌다.

고슴도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이 대화가 누군가와 같이 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혼잣말로 자기와 주고 받은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에 ‘고슴도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라고 한 말을 한참 다시 읽게 되었다. 나는 어떨까? 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고슴도치의 생각, 혹은 어떤 일을 만난 것, 순간순간의 사건 같은 것들이 이야기 하나로 풀어져 60개가 넘는 이야기가 이어져간다. 처음에는 수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앞 표지를 살펴보니 소설이 맞다.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니 소설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수필처럼 우리가 매 순간 만나는 상황, 느낌 이런 것들이 자세히 고슴도치를 통해 나타난다. 그래서 정말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느낌들은 익숙하지만 새롭고, 깊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팔려고 내놓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참 웃었다. 자기 가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고슴도치는 하나를 뽑아서 그 가시로 동물들에게 편지를 썼다.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날 오후 많은 동물 친구들이 달려와서 갖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것으로 뭘 하려고 그러니?” 라고 고슴도치가 묻자, “꿸거야, 코를 후빌거야, 가려운 곳을 긁을 거야, 찌를거야.”라고 말했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을 닫고 거울 앞에 섰다. “미안해 가시들아.....” 고슴도치는 부드럽게 말했다. 가시는 기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반짝이며 그의 등에 착 붙었다. 그것들은 다른 동물 말고 고슴도치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

동물들은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가시 없이 지내야만 했다.

나에게 가시처럼 소중한 건 무얼까?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내 몸의 무언가는 무엇일까?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에 걸려서 한참 머무르게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이야기에도 한참 눈이 머물렀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생각에 고슴도치는 무섭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그때 밖에서 무언가 쾅 하는 큰 소리가 났고, 고슴도치는 그게 코끼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일도 모레도 나무에서 떨어지겠지’라고.

비록 고슴도치는 코끼리가 다시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망 없는 희망을 희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만족스러워졌다.

고슴도치는 탁자에 앉아 바뀌지 않을 한 가지를 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코끼리를 생각하는 것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고, 고슴도치는 코끼리처럼 바뀌지 않을 한 가지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이 한참 마음에 남았다. 나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가족, 나의 미래, 나의 믿음 이런 것들을 떠올려도 정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신있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모두 자른 모습이 나온다. 짧게 자른 가시 그루터기만이 남도록 말이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모두 비웃을 것 같았다. 다시 자랄지도 궁금해했고 말이다. 다른 동물들이 찾아오자 고슴도치는 여기 없다고 하면서 그럼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슴도치예요.” 이렇게 대답한다. 찾아온 동물들은 “아”라고 말하고 가던 길을 가고, 겨우내 다시 가시를 기른 고슴도치가 쪽지를 집 문에 붙인다.

내가 돌아왔어.

고슴도치

추신 : 슴도치는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고슴도치는 이제부터 가시를 내버려두고, 다시는 자르거나 뽑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로 마무리한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잘랐을 때, 원래의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자기를 지켜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한참 생각이 머물러서 좋았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를 만날 수 있고, 내가 아는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고슴도치처럼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 내가 더 깊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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