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만 영감은 고작 열여섯 살밖에 안 된, 그것도 손자도 아닌 손녀를 데리고 마누라한테도 안 한 애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매우 싱겁고 어리석게 여겼다. 전처만 영감이 평소 가장 마뜩찮게 여기는게 바로 싱겁고 어리석게 구는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는 태임의 환심을 사고 싶었고 태임이 믿고 의지하는 할아버지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사랑받고 싶었다. 사랑에 치사한 게 바로 늘그막의 구슬픔이란 걸 모르진 않건만 어쩔 수가없었다. 전 영감이 비굴해질수록 태임은 차갑고 매몰차 보있다. 누가 벌 받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