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사인은 재생불량성빈혈. 혈소판이 파괴되는 병이라고 했다. 덕분에 생물 시간에 혈소판의 역할이 혈액응고라는 걸 한 번 듣고는 잊지 않게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해 잠깐 집에 계셨던 아버지는 코피가 멈추지 않아 계속 코에 솜을 끼고 생활하셨으니까...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아버지가 이 책을 읽는 걸 보셨다고, 장례식장에서 직장 동료가 어머니께 말해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불교신자 아니었냐고 물으셨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한 교회에 다니셨고, 성실함과 일 처리의 탁월함, 다방면의 봉사로 최연소 안수집사에 뽑히셨다. 사람들은 최연소 장로까지 탄탄대로라고 칭찬했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이가 많은데도 몇 년째 안수 집사가 되지 못해 전전긍긍한 누구집사님과 함께 뽑혀서 너무 다행이라고, 아니었음 너무 미안했을 거라는 대화를 나누셨다. 교인들이 선물한 선물 산-이때는 경제 호황기라 정말 선물을 많이 했다-을 하나씩 풀어봤던 것은 내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다.
이랬던 아버지이지만 지식적으로는 끊임 없이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가지셨던 듯 하다. 이 책만 봐도 그렇고, 이 외에도 한의학에도 관심이 있으셔서 어렸을 때 침구, 부항, 뜸세트가 집에 있었고 덕분에 체하거나 모기 물렸을 때 등 요긴하게 쓰였다.

비록 15년밖에 함께 살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이런 아버지의 기질은 고스라니 나에게 있는 거 같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특히나 영성에 관심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그나저나 아버지는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셨을까? 돌어가실 줄 모르고 쿨쿨 자버린 딸의 사랑은 챙겨가셨을까?

-올해는 이 책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1월 1일에 엄마 집에 가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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