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3. 장편독서모임]

장편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책을 반밖에 못 읽고 갔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는 날이라 그렇기도 했고, 책이 확 끌리지 않아서도 그랬다.

철학적 사유의 깊이는 내가 도달하기 힘든 느낌이었고,

갑자기 이마에 번호를 쓴다는 설정이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첨부터 턱턱 걸렸다.
일생을 반복적으로 모범생으로 살던 그레고리우스가 갑자기 떠난다는 설정도 솔직히 와닿지 않았다.
인간은 원래 그럴 수 없는 법이라고, 늘 하던자신의 패턴을 변화시키려면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연히 만난 책의 저자 아마데우를 따라가는 여행에서 낯선 사람의 방문에 단지 아마데우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모두가 호의적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너무 이상했다. 막말로 내가 그러구 다닌다면 몇 명이나 나와 이야기해 줄까 싶기도 하고..

결론은 수 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 때문에 전체적인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는 것.

근데 토론을 해보니 이런 느낌은 나만 받은 거 같았다. 다들 현실에 불만을 느끼면 한 순간에 떠날 수 있다고 믿고 계신 듯했다.
내가 이 작품과 맞지 않는 거겠지.


근데 너무 신기하게, 달과 6펜스의 스트릭스랜드가 가정 다 버리고 떠난 건 너무 그럴 듯 했다는 거. 무슨 차이일까 생각해봤는데, 달과 6펜스에서는 그 변화의 동기가 너무나 명확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주인공의 입이 아니라 제 3자가 전해주는 형식이라 더 신뢰감이 생겼다는 거.

반면, 함께 본 영화는 좋았다. 이마에 번호 쓰는 설정도 없고, 리스본행 열차를 타게 되는 부분도 훨씬 개연성 있고,

책에는 없는 러브라인이 생긴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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