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 신라의 피, 한국.한국인을 만들다 춘추
이종욱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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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구성해내는 일이 필요하다. 춘추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13쪽)

신라의 태종무열왕, 우리는 그를 김춘추라고도 부른다. 나당연합군을 결성해서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왕이고, 나아가 삼국통일(삼한통일)의 초석을 이룬 사람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는 승자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거늘 그는 승자이면서도 현재 한국에서 영웅이 아닌 매국노로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춘추 : 신라의 피, 한국·한국인을 만들다>(효형출판.2009년)는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역사적 사실 그대로 평가해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출간된 책이다.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신라의 삼국 통일은 외세를 이용했다는 점과 대동강에서 원산만까지 경계로 한 이남의 땅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보면 필자가 삼국통일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이종욱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손진태는 해방 전 일제와 해방 후 남북한에 진주한 미국과 소련의 군대를 보며 외세를 몰아내고 남북통일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춘추를 외세를 끌어들인 반민족적 행위자의 표상으로 만들어냈다. 반면 광개토왕 등은 외세를 물리친 위인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인은 신라를 부끄럽게 여기는 반면 고구려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416쪽)

즉 김춘추에 대한 손진태의 평가는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깊이 박혀있는 만들어진 역사라는 말이다. 이종욱은 이러한 평가를 ‘모델 2’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모델 1’은 무얼까?

‘모델 1’은 삼국사기의 내용을 토대로 해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고려와 조선 사람들의 평가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당나라 군대의 위엄을 빌려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하고 그 땅을 얻어 군현을 삼았으니, 융성한 시대라 이를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부식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한 승자이고, 또 통일 이후를 ‘융성한 시대’라고 말함으로써 신라의 우월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조선시대에 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해방이후에는 춘추에 대한 평가는 ‘모델 2’처럼 부정적으로 변해버렸다. 즉 춘추는 매국노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러한 ‘모델 2’의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통해 저자는 춘추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고, 이에 ‘모델 3’라는 명칭을 붙였다. ‘모델 3’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저자는 ‘모델 3’에 대해 이렇게 운을 띄운다. “모델 3은 신라인도 모르는 이야기다. 신라인은 춘추가 기획한 삼한통합이 고려 조선은 물론이고 현재 한국,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 문화의 기원을 신라에 두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417쪽)

즉 현대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하는 성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성의 본관을 보면 거의 모두 신라의 지명에서 나왔다. 즉 신라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그대로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음을 말한다. 피정복 국가였던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은 신라의 하층계급으로 전락했고, 점차 도태되었기에 지금 한국에서 백제나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성씨는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춘추는 반민족 행위자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한국인을 만들어준 장본인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모델 2’의 평가에서 보면 춘추가 외세를 빌려 동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 이 평가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동족’, 즉 민족이라는 개념이다. 서로 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라는 절체절명의 운명을 안고 피 튀기게 싸운 삼한의 각 나라는, 동족의식이라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투쟁했다. 그 결과 신라는 삼한통합을 이루었다. 고려, 조선을 지나 현재에 이르는 한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결국 신라의 혈맥과 역사적 유산만이 계승되고, 백제와 고구려의 존재는 역사의 저편 어딘가에 조용히 안장된 것이다. 저자는 춘추를 욕하는 행위는 “조상에게 침을 뱉는 행위”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친다. “춘추에게 민족을 강요하지 말하”고 말이다.

저자의 춘추에 대한 평가의 근본에는 『화랑세기』라는 책이 자리하고 있다. 위작 논란에 빠져있어, 주류 사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책이지만, 이 책에는 신라에 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소수의 학자들만이 『화랑세기』 필사본을 진짜로 보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이종욱 교수는 그 소수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화랑세기』는 신라인 김대문이 쓴 책으로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32명의 전기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 이종욱 교수는 이 책의 필사본을 연구하기 시작해 새로운 신라사를 쓰고 있다. 이 책 <춘 추>는 이종욱 교수의 지난 30여 년에 걸친 신라사 연구의 핵심을 모아 구축한, 새롭고 정확한 신라사 및 김춘추 연구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에 기반을 둔 춘추의 평가는 독자들에게는 아주 새롭다.

저자는 책을 끝내며 이렇게 말한다. “한국사 최고의 위인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춘추를 꼽을 것이다.”(427쪽) 그렇다, 김춘추는 오늘날 우리가 이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는 등 오늘날 한국인을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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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님 2011-10-1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나라의 영웅은 이상하게도 내나라 내민족을 팔아먹은자을 영웅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당연히 김춘추가 이방향에 의뜸이다 그리고 우린 김춘추을 영웅중에 영웅이라
그리 배웠다 그리고 그럭게 하면 그또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땅엔 지금도 김춘추의 계락이 필요한 나라다
우선 남북간의 통일문제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귀가 아프게 김춘추의 계락을 들었다 아니 그수법을 배웠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머리가 나쁘다 배우고도 그걸 실천 몿하니 소귀에 경읽기로 배운 것이다
남북통일 그거 김춘추에게 물어보라 김춘추의답변<야 나는 대국인 고구려도 그냥 주었는대
너희들은 무얼 망설이는가 배운대로 해라 >영웅에 대한 예의을 지키고 그분의 거룩한 뜻을 기리는 마음에서 행하면 되는것이나라
 
숲 생태학 강의 - 경이롭고 역동적인 자연으로의 안내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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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환경’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화두다.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함은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지구 전체 생태계는 파괴되어 가고 있으며, 그 결과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 파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세기 중반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살충제로 인해 새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 이래로 우리는 자연에 대해 새로운 시작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연의 무분별한 파괴는 지속되고 있다. 갯벌을 매립하거나, 댐 건설과 같은 인간의 행동은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는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개발 바이러스’에 깊이 감염되어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생태 경제학자들은 갯벌을 매립해서 개발하는 일보다 이를 보전함으로써 경제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겐 개발만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이를 되돌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자연생태계란 오랜 기간에 걸친 환경의 변화에 동식물들이 적응함으로써 균형이 잡힌 상태이다. 그러나 자연의 파괴로 인해 벌어지는 환경의 변화는 급속하게 이루어진다. 동식물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 제임스 러브록은 자신의 책 <가이아>에서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구도 사람의 몸과 같이 항상성을 지니고 있어 항상 균형으로 나아가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몸도 건강한 면역시스템이 작용해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는 건강하다. 그렇지만 균형이 깨진다면 우리 몸은 병이 든다. 지구는 현재 균형이 지속적으로 깨지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지구는 병이 들어있다. 지구를 균형 있게 만들려는 항상성이 임계치를 지났다는 의미이리라. 이는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고 있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생태학(ecology)'이라고 부른다. 생태학은 “생물과 그 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p.25)이다. 다시 말해 생태학은 생물과 환경이라는 구성요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구는 4분의 3이 물이고 4분의 1이 육지다. 신간 <숲 생태학 강의>(지성사.2009년)는 육지 생태 중에서도 숲 생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공저자인 차윤정, 전승훈은 부부 생태학자로 차윤정 박사는 <신갈나무 투쟁기>,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등 생태에 관한 많은 책을 지은 사람이다.

숲 생태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숲 생태계의 구성을 알아야만 한다. 생태계는 생물 요소와 비생물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생물요소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비생물 요소란 환경을 일컫는 말이다.

숲 생태계에 있어서 생산자는 당연히 식물이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수화물을 생산한다. 식물은 태양빛과 물, 그리고 땅속 영양분을 이용해서 줄기, 가지, 뿌리, 꽃, 열매, 잎을 만든다. 소비자는 스스로 양분을 합성할 수 없기에 생산자인 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식물을 먹는 곤충이나 조류, 일부 포유동물을 일차 소비자라고 한다. 일차 소비자가 식물을 먹는 행위를 초식이라고 부른다. 이차 소비자와 고차 소비자는 일차 소비자를 먹는데 이들은 육식동물들로, 이런 행위를 포식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일차 소비자는 식물이 생산한 조직을 섭취하여 보다 영양가 높은 조직을 만들며, 이들이 만든 지방이나 단백질은 이차 소비자의 먹잇감이 되므로 일차 소비자는 이차 생산자라고도 부른다.

마지막으로 숲 생태계에서 분해자는 청소부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청소는 아니고, 청소한 물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포괄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을 한다. 모든 생물은 당연히 죽는다. 죽은 생물의 시체가 그대로 있다면 우리 주변 모습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분해자는 이러한 생물의 사체를 분해한다. 이 분해자는 낙엽 밑이나 땅속에 있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물들이다. 선충류, 원생동물, 윤충류와 같은 토양 동물과 세균, 방사선균, 곰팡이, 조류 등의 토양 미생물이 대표적인 분해자이다. 이 분해자의 역할로 말미암아 죽은 생물은 분해되고, 식물은 이렇게 생긴 물질을 이용해 살아간다. 숲 생태계는 자연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비생물 요소인 환경에 대해 알아보자. 환경은 생태계의 물질적 환경을 나타내는 위도, 경도, 고도, 기후를 말하는 ‘조건’과 생물에게 이용되는 빛, 물, 영양염류와 같은 ‘자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컨대 숲 생태계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다. 또한 이러한 요소에 의해 숲 생태계는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아직 생태계의 요소 간에 상호작용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 생태학은 이런 의문에 대해 답을 해주고 있다.

숲 속의 초록색 나무나 풀들, 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꽃들과 열매, 새들의 다양한 소리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미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개체 간, 종간, 집단 간에 경쟁과 협력, 기만과 같은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간과 빛, 양분과 같은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가장 일반적인 상호작용의 예이다. 이러한 경쟁은 생물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생물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성을 발달시키거나 저항성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경쟁은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에 <~강의>라고 적혀있다. 대학교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그러다 보니 딱딱한 면이 있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 가면 자연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으리라. 독자들은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뜻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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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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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재미있었다’ , ‘유익한 정보가 되었다’ 혹은 ‘지식에 도움이 되었다’ 아니면 ‘감동적이었다’ 등... 신간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살림.2009년)은 바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벨리즈(Belize)라는 나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정도로 우리에게 낯선 국가다. 그 위치 또한 어디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라다. 벨리즈는 중앙 아메리카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바로 밑에 있으며 동쪽으로는 카리브 해에 면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나라는 영어가 공영어이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브라질(프르투갈 어)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벨리즈는 영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필자의 무지가 바로 이곳에서부터 드러난다. 벨리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라 이름이 ‘영국령 온두라스’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말이다. 1973년에야 영국에서 독립했으니 신생국가이다. 인구는 3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세기 전에는 백만 명도 넘는 마야 인이 살았다고 하니,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처럼 백인들에 의해 원 문명이 사라지고 원주민도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벨리즈라는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쓴 책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벨리즈 국토의 3분의 2는 정글로 덮여있다. 정글이라고 하면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아닌가. 그런데 정글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 말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당연히 동식물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나아가 정글 한 복판에 댐을 건설하려고 한다. 댐을 건설하면 그곳 생태계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변한 환경에 적응할 수 없기에 멸종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통 열대 정글이라고 하면 지구상의 어떤 지역보다 동식물의 종수가 많기 마련이다. 특히 이곳에는 특별한 동물이 살고 있다. 이곳에는 주홍마코앵무새를 비롯해 맥, 재규어, 멧돼지 등이 살고 있다. 특히 주홍마코앵무새는 벨리즈에 2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기에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다.

벨리즈는 전력이 부족한 국가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하기에 멕시코에서 전기를 사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전력을 생산할 목적으로 댐을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댐을 건설한다면 수몰지역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은 사라지고 만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짐짓 모르는 채 하고 댐건설을 밀어 붙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관련 다국적 기업에 건설을 맡기고 그들과 거래를 통해 불법적인 자금을 만들려는 저의가 숨어있다. 이는 후진국의 전형적인 부패 유형이다. 댐을 건설하려는 장소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빠진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댐을 건설하려는 지역의 지반구조가 안전치 않다는 점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즈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비밀에 붙인 채 강행하려고 한다. 사실 벨리즈에 있어서 국가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관광분야다. 댐을 건설한다면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를 강행하려고 한다.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부패한 정권일수록 반대자에 대해 탄압은 살인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정부의 댐건설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놔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 격인 샤론 마톨라(Sharon Matola)는 비장한 각오로 반대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외롭지는 않았다. 천연자연보호협회와 같은 조직과 많은 언론인 그리고 벨리즈의 지식인들이 그녀를 돕는다.

샤론 마톨라는 미국인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는 1982년 가을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조수로 벨리즈에 온다. 촬영이 끝나고 그녀는 벨리즈에 남는다. 그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냉장고에 남은 약간의 음식과 재규어 한 마리, 스라소니 한 마리, 퓨마 한 마리 그리고 아름다운 새 몇 마리였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나무 막대로 간판을 만든다. 그녀는 간판에 ‘벨리즈 동물원’이라고 적었다. 그렇게 동물원이 시작되었다. 현재 동물원에는 야생동물 125마리가 살고 있고,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7만여 명에 이른다. 이곳은 벨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며 가장 유명한 연구소다.

그녀는 1991년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마야산에 오른다. 그곳에서 본 자연의 풍광에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마치 중앙아메리카 전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노아의 방주 같았어요.”(58쪽) 그녀는 그곳에서 주홍 마코앵무새를 처음으로 본다. 아름답고 귀중한 동물이 사는 그곳에 댐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녀는 댐건설에 반대하며 정부에 맞선다. 정부와 싸우면서 벌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 감동적인 부분은 독자들이 직접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차릴로댐은 2005년11월 정식으로 허가된다. 그렇다면 그녀의 투쟁은 헛된 것인가? 주홍 마코 앵무새의 보금자리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새들은 여전히 살았다.

저자 부르스 바콧은 환경운동 저널리스트로 샤론 바톨라의 댐건설 반대 운동에 동참한다. 그리고 반대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선한 행동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즉 옳은 일을 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이 세상은 전반적으로 공정하고 바르고 지혜로운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뼈아픈 경험을 통해서 그런 교훈을 얻고도 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놀라곤 한다....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470쪽) 그녀의 투쟁은 헛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으며 이렇게 책으로 전세계에 알리지 않았던가.

이 책은 미국에서 2008년 출간되었다. 혹시 그동안 샤론 마톨라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벨리즈 동물원을 찾으니, 마침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에는 이렇게 써있다. “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the best little zoo in the world. ”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어보니 샤론 마톨라는 다행스럽게도 이 작은 동물원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의로운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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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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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북위 80도에 위치한 캐나다의 엘스미어 섬에서 화석물고기가 발견된다. 2006년에 틱타일릭(Tiktaalik)으로 명명된다. 이 화석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2009년은 찰스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의 생일인 2월12일을 맞아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는 주요 과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벌여 진화론을 입증할 가장 중요한 화석 7개를 선정했다. 그 중 1위를 차지한 화석이 바로 틱타일릭 화석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지구상에 발견된 수많은 화석 가운에 왜 틱타일릭을 1위로 선정했을까.

시카고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고생물학자인 닐 슈빈(Neil Shubin)이 저술한 신간 <내안의 물고기 (Your Inner Fish)>(김영사.2009년)에 보면 틱타일릭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틱타일릭은 데본기에 살았던 육기어류다. 육기어류는 살덩어리 같은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로, 물에서 사는 어류와 물에 적응한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동물로 여겨진다. 틱타일릭은 언뜻 보기에도 정말 물고기와 사지동물의 중간단계다. 아가미와 비늘이 있는 점은 물고기답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팔이 있는 점은 사지동물답다.”(9쪽)

본문 설명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틱타일릭은 물고기와 사지동물의 중간단계’라는 부분이다. 요컨대 현재 육지에서 살고 있는 동물은 원래 물에서 살았는데, 뭍으로 올라왔다. 화석의 증거에 의하면 어류로 보이는 유스테놉테론은 3억8000만 년 전에 살았고, 양서류로 보이는 아칸토스테가는 3억6500만 년 전의 동물이다. 그렇다면 두 시대 사이에 중간 단계의 화석이 발견된다면 진화의 진행방향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터인데, 그 화석은 발견된 바가 없다. 그런데 그 중간단계인 3억7500만 년 전에 살았던 틱타일릭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였다. 틱타일릭은 이누이트 에스키모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어류와 육상동물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물고기의 머리는 원통형이지만 초기 육상동물의 머리는 악어와 비슷해서 납작하고, 눈이 위에 붙어 있다.....틱타일릭은 물고기처럼 등에 비늘이 있고 물갈퀴가 달린 지느러미가 있다. 하지만 초기 육상동물처럼 머리가 납작하고 목을 지녔다. 또한 갈퀴막이 달린 지느러미 안을 들여다보면 위팔과 아래팔이 있고, 심지어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가지고 있다.”(45쪽)

틱타일릭은 물고기이 특성과 육상동물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틱타일릭은 목을 가지고 있다. 틱타일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일릭은 머리가 어깨와 떨어져 있어서 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러한 목의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그리고 우리 인간도 공유하는 특징이다. 다시 말해 해부학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틱타일릭의 목구조는 우리 인간의 몸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내안의 물고기>가 함축하고 있는 뜻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한 틱타일릭은 어깨, 팔꿈치, 손목이 있었다. 이는 사람의 위팔, 팔뚝, 손목과 동일한 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뼈의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관절구조를 점검한 결과 틱타일릭이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있었다. 틱타일릭은 물에서 살면서 왜 육지동물의 몸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틱타일릭이 살았던 데본기의 환경을 알아야만 한다. 데본기에는 물고기들은 거의 모두가 포식동물이었다. 이 시기의 어떤 물고기들은 길이가 4.9미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그렇다면 틱타일릭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즉 틱타일릭은 살아남기 위해 물 밖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했던 거다. 저자는 “인류와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연결 고리를 드러냈다.”(77쪽)고 틱타일릭 발견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의 관련은 해부학적인 증거에서 뿐만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도 증명된다. 사람의 후각에 관련된 본문의 증거를 살펴보자. “사람의 후각 능력에는 한때 어류, 양서류, 포유류였던 인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 발견하면서부터 였다.”(220쪽)고 저자는 말한다. 후각에 인간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말은 ‘후각 유전자’에 생명 역사의 주요한 국면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표현이다. 후각 유전자에는 물속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유전자와 공기 중의 냄새를 잡아내는 유전자 두 종류가 있다. 따라서 어류의 코 신경세포에는 물에서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포유류와 파충류에게는 공기에서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분포해 있다.

칠성장어나 먹장어와 같은 무악어류는 고등어류나 포유류와 달리 ‘공기’유전자도 ‘물’유전자도 갖고 있지 않다. 대신에 두 종류를 혼합한 형태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어류는 후각 유전자가 두 종류로 갈라지기 전에 등장한 생물인 셈이다. 무악어류는 냄새 유전자 수는 몇 되지 않는다. 후각 유전자 수는 진화를 거치면서 늘어난다. 포유류의 후각 유전자 개수는 1,000개 남짓이다. 그렇다면 후각 유전자들은 어디에서 왔는지가 의문이다. 유전자 구조에 그 대답이 들어있다.

포유류와 무악어류의 후각 유전자를 비교해보면, ‘추가’로 늘어난 유전자들은 모두 하나의 형태가 변형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무악어류의 유전자에 조금씩 변형이 가해지면서 복사된 형태들이었다. 이는 원시 종에 있던 소수의 유전자들이 여러 차례 복제됨으로써 포유류가 무수한 후각 유전자를 거느리게 되었다는 뜻이다.”(223) 사람은 후각 유전자가 1,000개가량 있다. 인간과 영장류는 후각 유전자 수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나 어류로 갈수록 유전자의 차이는 커진다. 요컨대 후각 유전자는 우리의 과거를 말없이 증언하는 목격자다. 우리 코에는 진정한 생명의 계통수가 숨어 있는 셈이다.

우리 몸은 해부학적으로 보았을 때나 유전자 차원에서 살펴보았을 때 과거에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들과 많이 닮아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틱타일릭은 물에서 살던 동물이 지상으로 올라온 확실한 증거를 보여준다. 틱타일릭은 팔이 있고,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발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 당신의 몸을 보라. 당신의 골격에도 그리고 유전자에도 물고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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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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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를 말할 때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요인은 언어 능력이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언어 능력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훨씬 더 정교하다. 일반적으로 볼 때 고등동물일수록 뇌의 용적이 크기에 언어능력도 좋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곤충에 불과한 꿀벌이 언어능력이 있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물론 꿀벌이 인간처럼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사를 동료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놀랍다.

카를 폰 프리쉬는 꿀벌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한 동물행동학자다. 그는 정찰벌이 새로운 꽃밭을 찾았을 경우, 이를 동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춤 언어’ 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수집벌이 꽃이 피어있는 나무를 발견하면, 우선 약간의 꽃꿀을 수확하여 벌집으로 돌아간다. 꽃꿀을 벌집에 있는 일벌에게 넘겨준 후, 수집벌은 다시 먹이를 채취하기 위해 나무와 벌집을 오가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렇게 열 번 정도 왕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빠른 비행노선을 찾아내면 벌은 벌집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벌집에서 약 50~70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꽃밭을 발견했을 때에는 수집벌이 원무(round dance)를 춘다. 원무는 꽃밭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꽃밭이 있다는 사실만을 나타낼 뿐이다. 그러나 꽃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보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꿀벌은 이를 위해 8자 형태로 몸통을 흔드는 꼬리춤(waggle dance)을 춘다. 꼬리춤은 밀원과 직접적인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동료 벌들이 이 춤을 보면 밀원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꿀벌들의 춤을 활용하는 의사소통 체계는 신기하다. 카를 폰 프리슈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정말 많은 관측을 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벌의 습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프리슈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꿀벌은 곤충이다. 그러나 19세기 요하네스 메링은 꿀벌을 척추동물이라고 말했다. 메링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3쪽) 다시 말해 꿀벌 개체는 단순한 곤충에 불과하지만, 꿀벌의 집단은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처럼 기능한다는 의미다. 즉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모튼 윌러는 이러한 형태의 생물체를 “초개체(superorganism)”이라고 명명하였다.

정교한 의사소통 체계와 벌집의 기하학적 완성도, 번식 시스템을 보면 벌에게 초개체라는 명칭은 아주 잘 어울린다.

꿀벌은 매우 밀착해서 삶을 살기에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벌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먼저 벌집은 매우 위생적으로 지어졌다. 얇은 ‘프로폴리스 벽지’는 항박테리아 및 항균작용을 한다. 만약 쥐와 같은 동물이 벌통에 들어왔다가 벌들의 침 공격으로 죽었을 경우, 벌들은 시체를 벌통 밖으로 끌어낼 힘이 없다. 이때 벌들은 동물의 시체에 프로폴리스를 입힌다. 즉 미라를 만들어 꿀벌 군락이 감염되지 않도록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벌들의 이런 행동에 착안했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즉 미라를 최초로 만든 것은 바로 꿀벌이었다.

꿀벌의 생태계에서의 위치를 한 번 살펴보자. 본문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세계의 모든 현화식물의 80퍼센트가 곤충에 의해서 수분이 이루어지는데, 이들 중 약 85퍼센트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과일나무의 경우에는 약 90퍼센트의 꽃이 꿀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꿀벌이 수분을 돕는 현화식물은 약 17만 종에 이른다...지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의 바다가 단 아홉 종의 꿀벌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꿀벌과 식물의 극단적인 수적 불균형은 매우 놀랍다. 이는 곧 꿀벌의 생태가 경쟁자들이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물계의 글로벌화이며 독과점인 것이다.”(66쪽) 꿀벌은 생태계에서 엄청난 일을 하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번역 감수자인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세계 식량생산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꿀벌이 없어지면 식량의 3분의 1이 없어짐을 뜻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수분도 없고, 식물도 없고, 동물도 없고, 인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정도로 꿀벌은 우리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저자인 위르겐 타우츠는 독일에서 바이오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소 산하 꿀벌 연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학자다. 꿀벌을 연구하면서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진 의미도 꿀벌의 생태를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는 많은 사진을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을 담당한 헬가 하일만은 위르겐 타우츠가 근무하고 있는 꿀벌 연구소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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