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재미있었다’ , ‘유익한 정보가 되었다’ 혹은 ‘지식에 도움이 되었다’ 아니면 ‘감동적이었다’ 등... 신간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살림.2009년)은 바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벨리즈(Belize)라는 나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정도로 우리에게 낯선 국가다. 그 위치 또한 어디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라다. 벨리즈는 중앙 아메리카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바로 밑에 있으며 동쪽으로는 카리브 해에 면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나라는 영어가 공영어이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브라질(프르투갈 어)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벨리즈는 영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필자의 무지가 바로 이곳에서부터 드러난다. 벨리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라 이름이 ‘영국령 온두라스’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말이다. 1973년에야 영국에서 독립했으니 신생국가이다. 인구는 3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세기 전에는 백만 명도 넘는 마야 인이 살았다고 하니,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처럼 백인들에 의해 원 문명이 사라지고 원주민도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벨리즈라는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쓴 책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벨리즈 국토의 3분의 2는 정글로 덮여있다. 정글이라고 하면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아닌가. 그런데 정글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 말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당연히 동식물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나아가 정글 한 복판에 댐을 건설하려고 한다. 댐을 건설하면 그곳 생태계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변한 환경에 적응할 수 없기에 멸종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통 열대 정글이라고 하면 지구상의 어떤 지역보다 동식물의 종수가 많기 마련이다. 특히 이곳에는 특별한 동물이 살고 있다. 이곳에는 주홍마코앵무새를 비롯해 맥, 재규어, 멧돼지 등이 살고 있다. 특히 주홍마코앵무새는 벨리즈에 2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기에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다.
벨리즈는 전력이 부족한 국가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하기에 멕시코에서 전기를 사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전력을 생산할 목적으로 댐을 건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댐을 건설한다면 수몰지역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은 사라지고 만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짐짓 모르는 채 하고 댐건설을 밀어 붙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관련 다국적 기업에 건설을 맡기고 그들과 거래를 통해 불법적인 자금을 만들려는 저의가 숨어있다. 이는 후진국의 전형적인 부패 유형이다. 댐을 건설하려는 장소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빠진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댐을 건설하려는 지역의 지반구조가 안전치 않다는 점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즈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비밀에 붙인 채 강행하려고 한다. 사실 벨리즈에 있어서 국가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관광분야다. 댐을 건설한다면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를 강행하려고 한다.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부패한 정권일수록 반대자에 대해 탄압은 살인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정부의 댐건설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놔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 격인 샤론 마톨라(Sharon Matola)는 비장한 각오로 반대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외롭지는 않았다. 천연자연보호협회와 같은 조직과 많은 언론인 그리고 벨리즈의 지식인들이 그녀를 돕는다.
샤론 마톨라는 미국인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는 1982년 가을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조수로 벨리즈에 온다. 촬영이 끝나고 그녀는 벨리즈에 남는다. 그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냉장고에 남은 약간의 음식과 재규어 한 마리, 스라소니 한 마리, 퓨마 한 마리 그리고 아름다운 새 몇 마리였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나무 막대로 간판을 만든다. 그녀는 간판에 ‘벨리즈 동물원’이라고 적었다. 그렇게 동물원이 시작되었다. 현재 동물원에는 야생동물 125마리가 살고 있고,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7만여 명에 이른다. 이곳은 벨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코스이며 가장 유명한 연구소다.
그녀는 1991년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마야산에 오른다. 그곳에서 본 자연의 풍광에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마치 중앙아메리카 전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노아의 방주 같았어요.”(58쪽) 그녀는 그곳에서 주홍 마코앵무새를 처음으로 본다. 아름답고 귀중한 동물이 사는 그곳에 댐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녀는 댐건설에 반대하며 정부에 맞선다. 정부와 싸우면서 벌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 감동적인 부분은 독자들이 직접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차릴로댐은 2005년11월 정식으로 허가된다. 그렇다면 그녀의 투쟁은 헛된 것인가? 주홍 마코 앵무새의 보금자리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새들은 여전히 살았다.
저자 부르스 바콧은 환경운동 저널리스트로 샤론 바톨라의 댐건설 반대 운동에 동참한다. 그리고 반대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선한 행동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즉 옳은 일을 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이 세상은 전반적으로 공정하고 바르고 지혜로운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뼈아픈 경험을 통해서 그런 교훈을 얻고도 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놀라곤 한다....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470쪽) 그녀의 투쟁은 헛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으며 이렇게 책으로 전세계에 알리지 않았던가.
이 책은 미국에서 2008년 출간되었다. 혹시 그동안 샤론 마톨라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벨리즈 동물원을 찾으니, 마침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에는 이렇게 써있다. “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the best little zoo in the world. ”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어보니 샤론 마톨라는 다행스럽게도 이 작은 동물원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의로운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