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다이어리 - 누구에게나 심장이 터지도록 페달을 밟고 싶은 순간이 온다
정태일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필자는 이 책 <바이시클 다이어리>(지식노마드.2008년)의 저자인 정태일을 만난 일이 있다. 모임에서 그를 만났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하였기에 그와 깊은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때 정태일에 대해서 내가 받은 인상은 평범했다. 몸집도 그랬고, 말투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서 범상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 그의 눈빛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애써 그것을 기억에 담아 두려하지 않았었다. 얼마 후 그가 책 출간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곧이어 서점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저자 정태일은 29세의 취업 준비생이었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건만 매번 취업에서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의에 빠져있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멋진 아버지가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또 아버지도 어려웠던 시기에 자전거로 전국여행을 하며 극복한 경험이 있었기에, 저자는 유럽으로 자전거여행을 할 준비를 한다. 이 단계에서 그는 바이크 숍을 경영하고 있는 아버지 친구인 필중이 아저씨를 만난다. 필중이 아저씨는 저자에게 왜 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묻는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유럽까지 가야 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없어요. 하지만 어릴적 제가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면서 세상을 배웠듯이 다시 한 번 세상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출발하기 전 저자는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든 타파해 보려고 이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보다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했던 것을 후회하기보다는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하는 법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유럽 자전거 여행 출사표를 던진다.“ 또 밟고 또 밟아라!”라는 구호로 그는 이 여행에 대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든다. 다른 것 생각할 것 없이, 단순히 페달을 밟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자전거 분해, 조립, 수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체력훈련까지 하고, 자전거 여행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전체적인 일정을 수립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드디어 파리로 향한다.

촘촘히 계획은 수립했지만, 삶이란 것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던가? 오히려 계획한대로 된다면 인생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그의 여행도 실수의 연속이다. 장비의 문제는 차라리 사소해 보인다. 길을 잃고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그는 사람들과 사귄다. 사귄 사람 중 한명인 독일인 바이커인 한프슈텡겔에게 자신의 이름이 ‘태일’이라고 말하자. 그는 ‘빌헬름 텔’의 ‘텔’이라고 알아듣는다. 그 후로 저자는 빌헬름 텔을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다. 이런 따스함이 있는 것이 여행이 아니던가. 어떤 유적지를 방문하고 수려한 경관을 보는 것이 여행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게다가 자전거 여행은 오로지 자신의 근육의 힘만을 이용해서 지역을 샅샅이 돌아다니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자전거 여행은 극히 '미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걷는 여행이 가장 그것에 가깝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봐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는 지웠다. 여기만은 꼭 가야한다는 촌스러운 생각도 지웠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유롭고 싶었고, 그것이 이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 같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그의 페달 여행은 스페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일로 간 그는 일본인 여자 바이커를 만난다. 미유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저자보다 5살이나 어린 여대생인 그녀도 자전거 여행 중이었다. 그녀는 저자에게 자전거 여행을 온 목적을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은 이번 여행을 책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한다. 미유키와 만나면서 저자는 “그래, 지금부터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거야.”라고 결심한다. 결국 저자는 미유키라는 사람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 이 책을 쓴 것이다.

 

저자는 두 달간 2,500킬로미터를 달린다. 자전거 바퀴의 크기로 계산해보니, 700만 번을 페달질을 한 것이다. 그는 무사히 돌아왔고, 여행 3년 후인 2008년 여름 이 책을 출간한다.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여행으로 말미암아 저자는 직장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멋진 책까지 얻었다.

책을 다 읽으니, 모임에서 보았던 그의 눈빛이 기억이 났다. 그의 강한 눈빛은 바로 자신감과 열정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가 바로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경험 때문일 것이다. 다음에 저자를 만나면, ‘빌렐름 텔’이라고 큰 소리로 그를 부르며 정말 거수경례라도 하고 싶고, 또 그에게 열정을 배우고 싶다. 필자가 저자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저자가 자전거 여행 중에 만난 5살이나 나이어린 미유키를 통해서 배웠듯이...

 

나도 유럽에 여행 갔을 때 현지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하루 종일 탄 적이 있었다. 스위스 바젤에서의 일이었는데 그곳에서 자전거는 무료로 빌릴 수가 있었다. 여권을 맡기고 빌린 자전거로 바젤 시내를 이리저리 다녔다. 처음에는 그들의 자전거 문화를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유럽인들은 자전거를 자동차를 동일하게 생각한다. 일반 도로에서 다닐 때에 방향을 바꾸고 싶으면 그쪽의 손을 들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표시해야 하며, 또한 한국에서와 같이 차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주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나도 다시 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과연 갈 수 있을까? 저질러야 한다.

집에 있는 내 자전거를 봤다. 안탄지 일 년은 된 것 같았다. 안장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고, 체인에는 윤활유가 말랐고, 또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는 이 자전거를 일요일에는 바이크 숍에 가서 손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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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7-1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셨군요.
글치 않아도 이번 주 심산 선생님이 이 책 자랑하시면서
어줍잖은 시나리오 붙들고 몇 년씩 썩어 좀비되지 말고
요즘엔 사적인 이야기가 대세니 인디라이팅에 관심 가져보라고 하시더군요.
울 선생님 솔직한게 너무 심한 것 같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