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
마르틴 우르반 지음, 김현정 옮김 / 도솔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뇌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인간의 뇌에는 종교적 경험에 관여하는 회로가 분명히 존재하며, 일부 간질 환자들의 경우 이 회로가 과민 행위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라마찬드란은 자신의 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현상을 밝혀낸 것인데, 뇌의 특정부위에서 종교적 경험과 관련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에 대해 의미를 찾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에든 잘 믿는다고 한다. 이런 성향은 유전적인 요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말들을 종합하면, 유일신교에서 말하고 있는 신이 세상과 인간을 만들었으며, 또한 종교도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 인간이 신을 믿는 것은 우리의 뇌 속에 존재하는 믿음에 관련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성향은 유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적절한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잘못된 해석이라도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거대한 일신교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끊임없이 밑음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태양에서부터 각종 동식물에게 까지 영적 능력을 부여하고 이를 숭배해 왔다.
그러나 근대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많은 자연 현상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의문을 해석해 내던 종교의 힘에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이 그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종교의 가르침과 믿음 체계는 서서히 붕궤되고 말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존재하지만, 과학은 끊임없는 의심과 회의를 품고 있는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의 영역은 차츰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나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모두 신이란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도킨스는 무신론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는데, 사실 내가 보기에 무신론 자체도 하나의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믿음체계가 아닌가. 러셀처럼 우리는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조차도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자’가 맞는 다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떤 과학자는 앞으로 50년 이내에 ‘신학’이 없어지리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인간의 뇌에 대해 우리가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신앙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밝혀내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복잡한 뇌의 기능이 쉽게 그 비밀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논쟁은 아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할까?>(도솔.2008년)도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결과와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인 마르틴 우르반은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한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신학자 집안 출신 답게 여러 종교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과학적인 접근 또한 빈틈없어 보인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차이가 나는 인간의 사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고력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무의식에 스며들어 있는 경험들의 총합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합리성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매우 지혜로운 결정 방식이며, 인간이 진화를 거치는 동안 발달한 방식이다.”(34쪽)
저자 또한 신앙이라는 것이 바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요인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책에서 신의 존재나 신앙, 믿음에 대해서 그 근거를 인간의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찾고 있지만, 그렇다고 종교가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이든 믿으려는 인간의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믿고 싶어 하니 말이다. 혹자들은 과학이 신앙을 대체할 수 있다고 까지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인간의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자연의 신비가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이 위대하기는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