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938킬로미터에 달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2004년 이 책<레닌이 있는 풍경>(산책자.2007년)의 저자 이상엽은 여행을 시작한다. 쉬지 않고 달려도 8박9일이 소요되는 거리이고, 서울 부산을 11번 왕복해야 하는 거리이다. 수록된 내용은 그가 2004년부터 2006년 까지 이어진 러시아 여행을 한 번에 이루어진 여행처럼 연결시키고 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열차여행을 선택했을까?

“구름을 딛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날아가는 대신 우리가 살아온 ‘대지’를 몸으로 달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단잠 한 번 자면 도착해버릴 찰라 같은 순간보다 지루해서 어쩔 수 없이 철학자가 되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림’을 기대하기 때문이리라.”(26쪽) 저자는 이렇게 시베리아 횡당철도 여행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빠름’만이 선이고 진리라는 현대적 개념이 그의 여행에는 없다. 철저히 ‘느림’을 즐기는 아나로그 스타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카메라와 아울러 크래식 한 아나로그 카메라 까지도 그의 여행의 품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게다가 느린 여행을 즐기기 위해 그는 큼지막한 책도 몇 권씩 함께 배낭에 넣고 다니고 있다.

 

거의 일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러시아 횡단 여행을 통해서 그가 본 러시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미 현대적 자본주의가 20세기의 공산주의를 대신하고 있건만, 공산주의 사회를 만든 역군인 레닌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의 시신조차도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그의 동상은 러시아 전역에 걸쳐서 아직도 살아있을 당시의 당당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열차 여행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끝이 난다. 하지만 다음 역은 바로 원산이다. 그는 그 열차를 그대로 타고 원산을 통과해 남으로 오길 원하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레닌의 흔적은 그의 발걸음을 배로 돌리게 하고 있다. 러시아 전 지역에서 발견되는 레닌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현실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의 여행의 출발점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이 도시는 표트르 대제가 만든 유럽식 도시이기도 하고,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에 레닌은 이 도시에 있는 핀란드 역에 도착한다. 그것이 붉은 혁명의 시작이었다. 선진국인 서유럽을 닮으려는 노력에서 건설된 새로운 도시가 20세기 내내 철의 장막을 시작하게 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두 번째로 들를 도시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다. 철의 장막이 거치면서 자본주의 물결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인지, 모스크바는 벤츠 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새롭게 등장한 부자(올리가르히,Oligarch)가 돈 자랑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최고급 승용차를 선택했나 보다. 부자가 많으니 그 다음으로 따라오는 것은 바로 미인이다. 모스크바의 여자들은 모두 모델 같다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저자는 이르쿠츠크를 ‘혼혈의 도시’라고 부르고 있다. 러시아 백인인 슬라브족과 원래부터 이 지역에 살던 몽골계통 사람들과의 오랜 생활은 자연스레 혼혈이 생겼을 것이다. 혼혈인들은 보통 예쁘다. 다양성이 아름답게 만드는가 보다.

 

이르쿠츠크 근방에는 흔히 우리 한민족의 고향이라고도 말해지고 있는 ‘바이칼 호수’가 있다. 그곳에서 샤먼의 굿도 보고 우리 민족과의 연관성을 그려보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다. 나도 항상 이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올란우데에서 우리와 아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부랴트인을 만나고, 그는 극동으로 향한다. 하바로브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커가는 중국의 힘을 느낀다. 또한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과 중국에서 넘어간 고려인, 또한 북한에서 벌목공으로 간 북한사람들과 사업차 가있는 남한 사람들까지 그곳에서 공존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모두 다른 국적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레닌의 영향이리라.

그 긴 여행에서 저자는 강력한 러시아의 자본주의 힘도 보았고, 또 공산주의의 짙은 그늘도 경험한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러시아를 육로로 통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그는 배로 돌아온다. 그의 긴 여행에서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러시아의 미녀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레닌의 모습이었다. 레닌은 아직도 러시아인들의 영웅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끔찍한 인물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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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4-1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겠습니다. 화니 오라버니!
저는 도저히 안 되겟더라구요. 숙제에 치이고, 먼저 신청한 이벤트 도서 아직도 못 읽고...
요즘 쓰시는 글은 잘 되가고 계신지요?
궁금합니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