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남녀 이야기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관계가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 여성들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성은 이성 친구에 대하여 성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여성보다 거의 2 배 가까이 더 높았다. 남성은 또한 이성 친구와 성 관계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여성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더 강렬하다.”라고 한 연구에서 발표했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가 상대방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즉 남녀는 이성 친구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그렇기에 갈등이 일어나는데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연인이 되거나 헤어지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첫눈에 끌리는 사랑?

남자들은 첫눈에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일단 성교를 하고 싶어 하기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려고 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남자가 첫눈에 들더라도 남자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끊임없이 남자를 관찰하고 신중하게 그 남자와 짝짓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후에야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남자와 여자가 같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낀 후에 함께 짝짓기에 동의하면 별 갈등도 생기지 않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짝짓기 할 나이에 이른 남자들은 하루에도 수천만 마리의 정자를 생산한다. 반면 여자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만을 생산할 따름이다. 여기에 남녀 간 갈등의 소지가 존재한다. 기본적인 경제학 법칙을 적용해보자. 희소성의 원칙에 의하면 난자의 가치는 정자의 가치에 비해 수십억 아니 수백억 배나 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여자는 임신을 하면 만9개월 동안 아이를 태중에 가지고 있어야 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수유를 해야 하는 등 남자들에 비해 아이에 대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남자와 여자가 짝짓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욕망의 진화 (The evolution of desire)>(사이언스북스.2007년)는 이렇게 남녀 간에 존재하는 엇갈린 욕망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이 책을 1994년 발간하며,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은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 행동이 어떠한 생물학적 기초를 갖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생물학과 인간 행동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이 만나서 생겨난 잡종 분야”라고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사이언스북스.2007년)에서 밝혔다.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 남녀의 사랑, 연애, 섹스, 결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머나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역사를 파헤쳐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성적 욕망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니까 인간의 성적 욕망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상 성이 인간 진화를 이끈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최초로 밝힌 사람은 바로 찰스 다윈이었다. 1859년 <종의 기원>을 통하여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 진화의 주된 동인이라고 발표한다. 하지만 공작을 비롯하여 많은 동물에서 수컷이 보여주는 화려한 모습은 자연선택론으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수컷들의 화려한 외양은 포식자들의 눈에 잘 띄어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었는데, 이런 형질이 진화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다윈은 '성선택(sexual selection)론'을 이끌어 낸다.

진화심리학에서 주된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부분은 바로 성적인 부분이다. 사랑, 연애, 섹스, 욕망에 대해 세밀한 부분까지 그들은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 이런 멋진 책을 펴낸 것이다.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은밀한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