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주변에는 서치(書癡)라고 할 만한 친구가 몇 명 있다. 그들은 당연히 대단한 장서가들이다. 그들의 집에 가보면 책이 이 삼 천 권은 있는 것 같다. 넓은 책장에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 또 부럽기도 하며, 책장 주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책을 그 정도로 모았다고 하면 아주 오랜 기간 그것에 많은 투자를 했다는 단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남한테 보이기 위한 서재라면 보통 전집류가 많은데 이들의 책장에 있는 책들은 모두 단행본이다.


그러나 어떤 친구는 집안 곳곳에 책이 널려 놓는 것도 보았다. 어찌 보면 지저분해 보이고 어느 곳에 책이 있는지 잘 모를 것 같지만 그들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책을 아주 잘 찾아낸다. 그것은 아마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이 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면 이들의 년 간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 이들은 1년에 보통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년 간 100권의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아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년 간 100권의 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독서는 이미 취미생활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끼니를 건너뛰면 허기를 느끼듯이 이들은 책을 안 읽으면 정신적으로 허기가 진다고 하니 이런 사람이 많다면 아마 출판시장은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이런 사람은 아주 소수이다. 2005년의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적 인쇄물 구입 월평균 지출액이 가구당 1만397원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신문구독료를 뺀다면 1년 내내 책 한 권 안사는 집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이들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인가 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조선시대에도 많았다. 조선 시대라면 책을 출판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책을 인쇄할 수 없었을 텐데도 <서재,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포럼.2007년)에 보면 자신의 서재에 엄청난 책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은 집안에 자신의 서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대부분 서재로 사용할 집을 아예 새로 짓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아마 책값도 지금하고 비교해서 대단히 고가였을 것이다. 아마 서재에 있는 책값이 집을 짓는 값보다 오히려 비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서구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이서구는 연암 박지원의 제자였다고 한다. 이서구의 서재에는 마룻대까지 책이 가득 차 있는 것도 모자라 시렁까지 꽉 채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서재에 소완(素玩)이라고 이름을 짓고는 박지원에게 자신의 서재에 글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지원은 이서구에게 책이 많기에 오히려 깨달음을 얻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박지원은 단순히 책을 보고 완상(玩賞, 보고 즐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책을 보고 즐기는 참 방법을 이서구에게 알려주고 있다.

뜻을 밝히는 참 방법이란 마음을 비우고 바깥의 사물을 받아들이고, 사사로운 욕심이나 욕망에서 벗어나 담담하게 대하는 것에 있으므로 책을 완상할 때에도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책을 덮어놓고 많이만 읽는 것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말로, 책을 읽는 목적이 단순히 지식의 습득이 아닌 고매한 인격의 완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나 자신의 그동안 독서습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 선비 30명의 서재에 얽혀있는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정약용, 유성용, 송시열, 김득신 등 선비들의 면면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유명한 분들이다.

“서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선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게 하는 공간이었고,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수양을 통해 태어나는 선비 정신의 산실이며, 동시에 세상의 먼지를 닦아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소중한 씻김의 자리였습니다.”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머리말’이 그대로 내 가슴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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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7-07-2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책을 많이 읽는것과 책을 즐기는 것에는 차이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