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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60391195596965.jpg)
가난해진 마음에 눈을 내리게 하는 것.
아무것도 없는 상자에 엄청난 선물을 담게 하는 것.
내가 누군가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건
나 혼자만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_
처음 끌림과 마주했던 2005년의 나는 지금보다 어렸었고 순수했었고 또 무모했었다.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청춘이었고 해야하는 것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의지와 책임에 대한 의미조차 어렵고 구분하지 못했던 철부지였다.
그래서 나는 현실 속에서 힘들었고 때론 울고 싶었고, 떠나고만 싶었다.
떠남에 대한 가슴 떨리는 울렁거림이 몹시도 고팠을 때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다시 5년 새롭게 바뀐 <끌림>과 조우했다.
책과 마주했을 때,
어딘지 모를 낯선 곳에서 흩어진 채 걸려있는 빨래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내 마음도 그곳에서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곳이 물 위의 도시 베니스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았다.
여행에 대해,
떠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함께 두려움만 갖고 있던 나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여행을 통해 마주한 곳,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냄새 나는 고맙고 포근한 인상을 가져다 준 이들...
나는 그 모든 것에 동화되어 갔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는 것도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_
청춘, 열정이라는 말 앞에서 너무도 비겁했던,
어쩌면 겁이 나 주저 앉아버렸는지도 모를 스스로에게
그렇게 위로하면서 나는 책을 읽었었다.
그냥 바닷가에서 내리치는 파도의 온기를 몸에 담듯
온몸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책 속 글귀를 보며 마음으로, 눈으로, 머리로 이해했다.
'그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이 맵다.'
여행은,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며
언젠가 그곳을 꼭 한 번만이라도
다시 밟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키우는 일이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그때 그 기억만으로 눈이 매워지는 일이다.
떠나고 싶었으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던 나는 <끌림> 속에서 함께 걷고 그리워했다.
5년 후 다시 만난 책은 예전처럼 나를 설레게하고 세상을 신비롭게 보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그때와는 달리 모습도 많이 변하고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
아직도 열정을 사랑하지만 '청춘'이란 단어는 그때보다 조금 더 멀어진 것만 같다.
성장했다고 스스로 조금 더 자랐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나는 직장을 옮겼고,
결혼을 했으며 얼마전 엄마가 되었다.
또한 너무나 동경했던 책 속에서 만난 나라베니스라는 도시를 다녀왔고
책을 통해 마음에 담았던 그곳 풍경 중 하나인
누군가 집 앞에 걸어둔 바람에 흩날리는 빨래들과 마주했다.
진한 키스를 나누던 외국인들과 비둘기떼가 묘한 조화를 이루던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을 직접 내 두눈에 담기도 했다.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값진 추억을 만들었고
현재는 눈이 매워질 만큼 그 곳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끌림_
어디론가로 부터 나를 철저히 분리시키고 싶었을 때
무엇인가 미치도록 그리워질 때 내게 다가왔던 책이다.
지금도 이 책 속의 수많은 글귀들에 끌리고
책 안에 담은 풍경에 매료된다.
훌쩍 떠나고 싶으나 여러가지 핑계로 쉽게 갈 수 없는 지금이
아쉽기도 하지만 책 안에 보여지는 풍경들로 만족하려 한다.
떠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기갈 들린 사람처럼 천박해 보여도 좋다.
떠나는 만큼은 닥치는 일들을 받아내기 위해 조금 무모해져도 좋다.
세상은 눈을 맞추기만 해도 눈 속으로 번져들 설렘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기약할 수 없는 '언젠가'라는 단어가 아쉽지만
나는 그 언젠가
떠나는 일에 기갈 들린 사람처럼 천박하게
그렇게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