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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일기장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얼마 전, 아버님을 따라 절에 갔을 때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아이를 키울때는 무엇보다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엄마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고 부지런하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가 자라는
방향이 달라진다고 하셨다.
말씀도 얼마나 똑부러지게 하시는지, 무엇보다도 나의 내면 상태를 훤히 들여다보고 계시는 듯한 느낌이라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특별한 종교가 있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부터, 절이며 스님은 어렵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집가까이에 절이 있어서 그런지 자주 가던 곳, 자주
보던 사람들로 여겨지곤 했었다.
자라면서 스님은 오랜 시간 수양을 해 온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는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출가 30년 글쓰기 20년
현진 스님의 짧은 문장들이 모여 출간하게 된 [스님의 일기장]
스님의 일기장에는 어떤 글들이 담겨져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오랜 수양을 거쳐 스님이 된 분들의 삶과 생각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보게 된
책이다.
사실은 무한 긍정이었다가도 쉽게 포기하고 상처받기 일쑤인 나의 하루를 스님의 글들로 인해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더랬다.
처음 스님의 글을 접한 건 혜민 스님의 책이었는데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짧은 결심을 하게 된 동기부여가 되었기에 이번에 읽는 책도 나름의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따져보면 세상살이는 주어진 고통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고통이 더 많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스스로 만든 고통
생각은 꼬리를 물어서 나쁜 생각들은 한 없이 이어진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식의 논리도 걱정 앞에서는 앞뒤가 척척 맞아 떨어질때가 있다.
좋지 못한 상태, 불안정한 상태, 아니다고 결론을 정해놓고 좋은 결과를 바래본 적은 없는지 곰곰 생각해보니 원인과 결과가 역시 '나빴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듯 싶었다.
조금은 생각을 달리해봐야지.
조금은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생각의 꼬리를 잘라내야겠다 싶었다.
우리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연을 돌아보는 일이다.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할 행복과
진실을 지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겠다고 헤맨다. 언제나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잊고 지내기 일쑤다. 그래서 남이 가진 것은
크고 화려하게 보이고, 내가 지닌 것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지닌 조건이나 배경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일 수 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안에서 찾지 못하고 밖에서 구하게 되는 불만족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삶은 절대 비교다.
맞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것!
종종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났고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슬프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일이 가득 생겼더랬다.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조금 더 마음을 나누는 일상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생각해본다.
가끔 나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까?" 하고 질문할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좀 밑지는 기분으로 인생을 살면 됩니다."
여기서 밑진다는 것은 좀 손해 보고 살라는 뜻. 누구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니까 서로 아옹다옹 다투고 속이며 경쟁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잘나고 싶으니까 손해 보기 싫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손해 보고 산다고 생각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익 볼 때가 있으면 손해 볼 때가 있고, 바꾸어 손해 본다 생각하면 오히려 이익 볼 때가 있는 것이
세상사라서 그렇다.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스무살과 동시에 부모님의 곁을 떠나왔을 때도 그랬고 길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그런데 그때는 내 이익만 챙긴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해서 내 밥그릇 정도는 내가 챙기자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생각이 짙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적어도 손해는 보지 말아야겠다는 식의 생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읽은 혜민 스님의 글에서 사람들은 내가 해 준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은 쉽게 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손해 본다 생각해도 막상
따지고 보면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고 했었다. 그런데 깊게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조금 손해 봤다고 속상해하는 마음도
내려놓고 이익을 봤다고 불편해하던 마음도 살짝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의 일기장]
어릴 때 친구 일기장 훔쳐보던 생각보다 탈무드 같은 양서를 꺼내보는 느낌이다.
좋은 생각, 좋은 사람, 좋은 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고, 무엇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책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31/pimg_760391195121539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