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라지지 마 - 노모, 2년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의 날들, 개정판
한설희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엄마 사라지지 마

69세 사진작가 딸이 찍고 쓴 93세 엄마의 '마지막 사진첩'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는 나는 종종, '나는 어떤 엄마일까?'하고 생각해본다.

겁이 많고 웃음도 많고 눈물이 많은 엄마, 개구쟁이 같은 엄마,

짜증이 많은 엄마...등등.

그러다 문득 나의 엄마를 떠올려본다.

우리엄마는 예전부터 그냥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내 옆에 있는 '엄마'로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엄마를 살펴본 적이 없었구나 싶었다.

나는 한 번도 엄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구나, 엄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지냈구나 싶었다.

엄마라는 한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관찰을 시작했다.

더 객관화된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것.

69세 사진작가 딸이 93세가 된 엄마의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이 된 [엄마 사라지지 마]

'엄마'라는 어감이 주는 아련함과 '사라지지 마'라는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

책 속에 찍힌 저자의 엄마는 나의 어머니를 떠올려보게 하기도 하고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 여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 같다.

 

주름이 생기고 탄력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고운 모습의 노모.

시간이 흘러 기력이 약해지고

밖에 나가 다니는 것보다 집안에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노모.

​그런 모습과 글을 마주하면서

​'우리엄마도 고왔던 시절이 있었겠지' 하게 된다.

흰머리가 뭔가 모르게 멋스러워 보이고

얼굴에 깊게 팬 주름이 밉지 않고

어딘가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는

누군가의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뭔가 배울 시간도 여력도 없이 자신의 삶을 견뎌 온 엄마.

어린 아이들은 자랐고

엄마의 곁을 떠났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엄마.

엄마는 자신의 삶을 소리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는 줄 알았다.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고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가정을 지켜가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충분히

알게 되었고 지금보다 더 누리지 못한 엄마의 삶이 안쓰러웠다.

나의 엄마는 도시 여자였다. 막내딸로 태어나 곱게 자랐었고 ​

단 한 번도 엄마가 살아왔던 삶을 꿈꾸지 않았노라 했었다.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아이를 키워야 했다고. 그래서 이를 악 물었노라 했었다.

​이제는 아들 딸이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으니 조금은 내려놓고 살겠다 하셨었다.

[엄마 사라지지 마]

책과 마주하면서 무서운 생각이 앞섰다.

​언젠가는 엄마와 긴 이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살아 계실 때 더 잘 해드려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말이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었다.

같은 여자의 인생으로 봤을 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애잔하고 아쉬운 생​을

사는 것만 같았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날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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