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더! 쉽게 바로 써먹는 중국어 여행 회화
김소희(차라) 지음, 손예신 감수 / 허니와이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쩐더! 쉽게 바로 써먹는 중국어 여행 회화.

 

 

어릴적 부터 홍콩 무협 영화를 즐겨보며 중국어를 꼭 배우겠노라 마음먹었었다.

대학생이 되어 교양수업에서 중국어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재미있게 느껴져서 꽤 흥미를 느끼기도 했었다.

그 후로 중국앓이는 계속 이어졌고, 겨울방학을 맞아 중국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다.

중국 현지에서 보고 배운 간단한 인사들, 번잡한 시장통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중국사람들,

거리에서 일렬로 줄을 맞춰 춤을 추던 모습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생생하게 남아있다.

 

 

마음으로는 늘 중국어를 담고 있었으나 실제적으로 공부를 해 본 적은 없었는데

올해 초부터 HSK 기초급수 시험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중국여행도 꿈꾸게 되었다.

 

 

중국의 '시안'이라는 곳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아직 시기는 미정이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중국어 여행 회화는 꼭 제대로 알고 가야되겠다 싶어서

이리저리 여행서적을 보고있었는데 [쩐더! 쉽게 바로 써먹는 중국어 여행 회화]를 마주하게 됐다.

 

 

 

 

 

 

나는 여행서적이라고 하면 언어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소개가 먼저라고 생각했었다.

잠깐의 시간동안 봐야할 것이 너무 많다는 욕심이 있기도 했고

간단한 여행 회화라도 배워야겠단 생각을 못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조금만 더 노력해서 여행 회화라도 알 수 있다면

여행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의 주요도시 5 곳을 여행하면서 남긴 언어, 장소, 문화 등에 대한 기록 같았다.

중국이란 나라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간단하지만 중요한 설명들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었다.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폐에 대한 부분은 여행시에 꼭 필요한 정보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중국어에는 성조가 있어서 생소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들 받는다.

책 속에는 여행지에서 많이 사용되어 지는 핵심 문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 가고 싶어요." 혹은 "너무~해요." 같은 표현만 알아두면 낯선 여행지에서 궁금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찾기에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중국의 아침도 우리나라의 아침과 같을까?

다르다.

중국의 아침은 소박하고 간단하다.

중국인들은 아침에 밀가루를 둥글넓적하게 굽거나 지져 만든 빙이나 튀긴 요우티아오,

한국식 찐빵인 빠오즈를 주로 먹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간단하게 요기하기 좋다.

책 속에는 이렇게 여행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접한 현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중국이란 나라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여러가지 표현에 대한 짧은 설명이 나오고 나면,

뒤에는 '정리하기'로 한 번 더 주요 표현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예전에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중국의 어느 도시를 여행하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여행지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여행 회화만 하는데도 중국어를 엄청 잘 하는 것 같이 보였었다.

그사람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여행이 한결 수월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정리하기'데 담긴 표현들은 여행가기에 앞서 외워두면 여행 시 엄청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저자가 여행한 곳을 간단하고 예쁘게 지도로 표시해두었다.

베이징, 칭다오, 상하이, 항저우, 샤먼 다섯 개의 도시 모두 이렇게 지도로 표시해두니

가고 싶은 곳, 가볼만 한 곳 찾기가 한결 수월해진 느낌이었다.

 

 

 

 

 

 

 

 

 

 

중국에는 숫자를 나타내는 수신호가 있는데 특히 물건을 사고 팔때 유용한 것 같다.

단순히 여행회화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이런 '팁'까지 담긴 책이라 훨씬 더 유익한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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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디와 폴리 : 할머니의 생신 잔치 폴디와 폴리
크리스티안 예레미스, 파비안 예레미스 지음, 유진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폴디와 폴리

할머니의 생신 잔치

 

아이가 자주 보는 책이 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에 예쁜 그림이 많은

'창작 동화책'이 그렇다.

아직은 딱히 책편독이라고 할 만큼 책을 가려 읽는 것 같지는 않은데

유독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 취향에 맞게 알록달록한 책 한 권을 만났다.

 

 

 

 

 

 

 

 

 

폴디와 폴리 할머니의 생신 잔치

책의 표지부터 화려한 느낌이다. 책의 제목처럼 할머니의 생신을 맞이 해

잔치를 위해 분주한 펭귄친구들의 모습으로 표지가 채워져 있다.

나는 할머니의 생신과 관련 해 딱히 기억이 없지만

우리 아이는 책의 제목과 동시에 지난 해 할머니의 생신날이 떠오르나 보다.

할머니의 생신을 맞이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나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면서 케이크를 먹었노라며 기억 속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종종 아이 책이건 어른 책이건 읽다보면, 내가 마주했던 지난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거나 앞으로 다가 올 어떤 날을 이미지화 해서 상상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이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고

나 또한 그런 것 같다.

 

 

 

 

 

책의 첫 장을 열면 책 속에 나오는 주요 인물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다.

폴디와 폴리, 고블, 아흔 번 째 생신을 맞은 폴디의 할머니, 에스메랄다 숙모, 찰리 삼촌.

각 페이지마다 숨은 그림 찾기가 펼쳐진다는 흥미로운 글귀도.

 

 

각 페이지 마다 상단에 이렇게 찾아야 하는 대상들이 작게 표시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그림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화사한 색감 가득한 커다란 책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란 정말 흥미롭다.

아이도 나도 열심히 숨은 그림의 대상이 되는 귀여운 펭귄 캐릭터들 찾기에 돌입한다.

처음 책을 볼 때 보다 두번 세번 보니 금새 찾아버리는 아이.

책을 읽을 때, 한 번은 숨은 그림 찾기에 중점을 두고

한 번은 귀여운 펭귄과 함께 생신을 맞은 할머니 잔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읽으니

더 흥미로운 느낌이었다.

 

 

 

 

 

 

책은 각 페이지마다 집 안 곳곳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엌, 거실, 발코니, 다락방, 도서실, ​욕실, 식당, 지하실, 폴디의 방 까지.

각 공간의 특징에 맞게 귀여운 펭귄 친구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다락방에는 왠지 유령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았다.

"엄마 이건 뭐야?"

-"유령=귀신"

 

​할머니는 폴디와 폴리의 도움을 받아 생신 잔치에 입을 원피스, 초록색 스타킹, 분홍색 진주 목걸이, 파란색 목도리,

공작새 깃털이 달린 모자, 빨간색 장갑, 노란색 가방, 보라색 장화, 주황색 외투​를 모두 찾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90번 째 생신 잔치를 치르고 다같이 모여 기념 사진까지 남기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옷을 입은 펭귄'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선인장 옷을 입은 펭귄'이라며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옷을 입은

펭귄들을 찾아보면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폴디와 폴리 할머니의 생신 잔치.

책의 사이즈가 보통 그림책보다 크고 책 속에 담긴 특색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가득해서 '숨은 그림'을 잘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너무나 집중해서 열심히 잘, 찾는 아이의 모습이 참 새롭게 느껴졌다.

유익한 내용이 가득한 글밥이 많은 책들도 물론 좋겠지만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색감과 인물이 더 해진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 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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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드는 달빛 공장 세계 작가 그림책 14
존 로코 지음, 천미나 옮김 / 다림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악몽을 곧잘 꾸는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

[꿈을 만드는 달빛 공장]

어디론가 뛰어가거나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떨어지는 꿈을 꾸고 난 아이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밤 잠자는 시간도 늦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악몽의 두려움을 떨치게 할 수 있을까?

자라는 과정이라는 교과서적인 말은 아이에게 약간의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같기에

책의 힘을 빌려본다.

 

책 속에는 선풍기와 청소기 등 만능수리공인 엘리 트리버클이란 아이가 등장한다.

​기계 수리에 탁월한 엘리는 요즘 밤이 두려워진다.


 

난 좋은 꿈을 못 꿔. 절대로

만능수리공 엘리의 고민은 '악몽'

몇 달 동안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엘리는 꿈 속에서 캄캄하고 우르릉거리는 곳에

홀로 남겨진다.

무언가를 쉴새없이 찾아 헤매며 높은 곳을 향해 올랐다가

다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악몽을 꾸는 것이 두려워 잠을 자고 싶지 않은 엘리는 ​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기계 고치기에 매진한다.

그때, ​

누군가 엘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창가에서 나타난 환하게 빛나는 누군가는 악몽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에게,

달빛가루만 있으면 누구든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달빛 공장이 고장나서 달콤한 꿈을 꿀 수 없으며

만능수리공 엘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속삭인다.

 

달 아저씨와 함께 직접 만든 로켓-헬리콥터를 타고 달빛 공장으로 향하는 엘리.

엘리는 달빛 공장에서 꿈 저장소도 보고 '대자연'님의 벽장 속에서 사라져버린 달빛 가루를

찾기 위해 용기있는 도전을 하게 된다.

달빛 가루가 담긴 상자를 찾지 못하면 모두가 악몽을 꿔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엘리는 상자 더미를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상자를 발견하고 손을 뻗기 시작하자 밑에 있는 상자들이 흔들리고

엘리는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엘리는 달빛 가루가 담긴 빨간 작은 상자를 찾아오게 되고

달 어저씨와 친구들은 기뻐한다.

 

달 아저씨와 엘리는 달빛 가루가 담긴 상자를 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침대로 올라가 달콤한 꿈을 꿀 준비를 한다.

달 아저씨가 자루 속으로 달빛 가루를 찾아 손을 넣었을 때,

남은 달빛 가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망한 달 아저씨와 친구를 뒤로하고 엘리는 편안하고 깊은 잠에 빠져 든다.

꿈 속에서 하늘을 멋지게 날아다니면서 달콤한 꿈을 꾸게 된다.

성공이야! 내가 달빛 공장을 고친 거야!

엘리는 밝게 웃으면서 악몽을 꾸지 않은 지난밤을 생각한다.

 

엘리는 다시 평온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고 책은 마무리 된다.

[꿈을 만드는 달빛 공장]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악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직은 악몽이 주는 두려움이 크지만 엘리처럼 달콤함 꿈을 꿀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책 속에서 엘리는 달빛 가루를 찾지는 못했지만

용기있는 선택과 도전으로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되니까.

책은 엘리처럼 달빛 가루를 찾기 위해 무서움을 참고

언덕을 오르고 어두운 방에 홀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는 악몽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용기'를 내어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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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지나온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굳이 복습하지 않고

다가올 빛나는 순간들을 애써 점치지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삽니다.

오랜만에 무엇인가에 끌리 듯, 서점엘 갔다.

그리고 마주한 책이 바로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몇해 전, 외롭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 읽게 된 책이 [보통의 존재]였는데 이석원 작가의 글들이었다.

그리고 몇해가 지나고 이석원 작가는 그 사이 장편소설을 한 권 출간했고

이번에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을 새롭게 선보였다.

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을 펼쳤을 때 느낌이 통하는 글들이라 판단되어 지면

주저없이 읽게 된다. 그리고 곧 나의 애정하는 서가에 꽂히게 되며 간혹 내가 집어드는 책 중 한 권이 된다.

이석원 작가의 책이 그랬다. 문학적이기라기 보다 일상적인 것.

이해하려 애쓰기 보다 이해되는 글. 뭔가 틀에 박혀있지 않은 날 것의 낯설지만 묘한 매력을 풍기는 느낌.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책을 펼쳐들고는 한참을 빠져 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잔잔한 에세이를 기대 했다면

사실 조금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나이 든 40대 남자의 일기장을 고스란히 옮겨 두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먹고 사는 일의 어떠한 과정이라면 연애는 그 사이에서 맛 볼 수 있는

달달한 디저트 같아 보였다.

그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언제인지 모를 내게도 경험 했던 그런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었다.

지금 뭐해? 바빠? 뭐할래? 등등의 간단한 물음으로 서로를 탐색하던 시간들.

그리고 피어나던 애정이란 몰랑몰랑한 감정들이.

뭐해요?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느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저자가 남자이니 상대방은 여자.

그리고 여자가 정해 준 룰에 맞춰 둘은 연애 아닌 연애를 했고 독자인 나도 그 연애의 끝이

궁금해지게끔 책은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의 마지막이 궁금해져서 책의 앞뒤를 번갈아가며 정신없이 읽어댄건 나뿐일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작은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까.

그럴 때도 나는 서점에 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 서점에 다녀왔다.

그리고 이석원 작가의 글처럼 딱 들고 마주했을 때 생경하지 않을 어떤 책을

찾으려 애썼고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책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돌아왔다.

[보통의 존재]를 읽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었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른 책을 찾아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유쾌하게 때로는 뭔가를 찾듯이 골똘하게 읽은 후에도

책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끔찍하단 기분이 드는 게 아니라

마음이 편안하고 당연한 듯 여겨진다면

그게 바로 진짜 평생 해도 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일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세상은 이십대와 삼십대 그리고 사십대가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잠시 잊고 있었다.

평범한 현실 속에서 그냥 저냥 살아가는 것도 나름대로는 흔들리지 않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며, 잘 할 수 있는 일을

머릿 속에서 지워놓고 살았다.

몇년동안 한권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작가의

지난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소설을 쓰고 난 후 부터 책을 읽지 못했다는 작가의 고백도 와닿았다.

밥벌이를 해야 하는 수단이 '글'이 되었을 때 더이상 책을 읽을 수 없었고

글은 써지지 않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 돈과 관련되어 지면 뭐든 어렵게 가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앞으로 진짜 '글'을 쓰면서 '뭐해요?'라고 묻는 그녀 혹은

다시 다가 올 새로운 인연과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물론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지극히 사적이다 싶을 정도의 적나라한 표현들이 참 유쾌했다.

전혀 뜬금없지 않았고 낯설지도 않았으며 과장되지도 않았다.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으나 단지 너무 궁금하기는 했었던 책.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여러가지 결론들 가운데 하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늘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든 뭔가 처해 진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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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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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내 힘으로 살아야 했던 20대에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밥벌이의 지겨움' 이었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을 읽고 제목 한번 기가 막히다 생각했었는데

그때부터 '밥벌이'가 주는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라면을 끓이며]는 오래전에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바다의 기별]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여진 책이다.

산문집이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것이 전반적이며 화려한 문장이 아닌 담백한 김훈 작가의

문체가 더 먹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글들이 담겨져있다.

 

 

 

책은 라면이라는 저렴하고 배부르며 맛난 보편화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16명의 인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어느 소방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뉴스에 한 줄 담기지도 못한...), 아들에게 이르는 사내의 한 생애에 대한 당부, 흔적없이 사라진 세월호와 고향에 대한 나름의 생각까지. 이 책은 작가의 일상이 담긴 것이기도 하지만 소박한 우리네 일상이 담긴 것도 같고 보잘 것 없이 스쳐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도 담긴 것 같다.

 

제목에 담긴 '라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라면을 먹는 사람들, 라면을 끓이는 방법 등에 대한 글을 보다 보면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먹었던 라면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삶은 쉼 없는 삶이었다. 매일 눈을 뜨면 바다로 나가는 것이 일상이자 유일한 밥벌이였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조업을 떠나고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렁이면 작은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오셨다.

몇마리 잡지 못한 오징어는 라면과 함께 아버지의 주식이 되었고 우리의 맛있는 간식이 되곤 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와 마주보며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는 몇 가닥 라면의 맛은 정지된 화면처럼 그때 그 맛과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든 생각은 그때 그 맛이 지금은 절대 나지 않는 다는 것.

 

 

 

세월호.

어디서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데가 없었다. 뉴스로 보았고 들었고 믿었지만 점점 불신했던 사건이었고 재앙이었고 재난이었다.

책에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 원인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엇갈린 시선들까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부디 왜곡되지만은 않았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에 대한 작가의 당부가 그랬고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도 그랬다.

현실 속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해 문제점을 꼬집는 글과 마주할 때도 그랬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잊혀지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잊혀지는 현실도 서글픈 것 같고.

작가의 레시피대로 라면 스프를 조금 더 덜어내고 파를 듬뿍 올려 라면을 끓여먹어야겠다.

체증이 내려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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