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가 처음 유치원에 간 날 꿈공작소 23
르네 구이슈 글, 악셀 판호프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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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 유치원 가기 싫어."

-"유치원이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데 왜 안가?"

매일 아침이면 당연한 일상 인 것 처럼 유치원에 갈 채비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종종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한다.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고 두달 즈음까지 매일 울던 아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내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다.

<모모가 처음 유치원에 간 날/르네 구이슈/아름다운 사람들>​

<모모가 처음 유치원에 간 날> ​

​처음 이 책의 제목과 마주했을 때, 엄마의 품을 떠나 낯선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생각했다.

유치원에 가기 위해 새로운 가방을 건네 받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담긴 표지에서도 그런 느낌이 났다.


책 속 주인공은 모모는 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유치원에는 아빠와 함께 온 친구도 있었고 모모처럼 엄마와 함께 온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온 부모님들은 유치원 안에 마련되어 있는 다양한 장난감이며 교구들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선생님은 부모님들께 이제 돌아가실 시간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모모는 커다란 소방차를 밀면서 놀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소방차를 세운다.

그리고는 엄마가 먼저 보여준다고 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의 장난감은 부모님들의 차지가 된다.

놀이를 하는 방법도 아이들의 방식이 아닌 부모님들의 마음대로 정해진다.


아이들은 곧 재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유치원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참다못한 모모는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선생님은 호루라기를 찾아서 모모에게 건네주신다.

그리고 모모는 호루라기는 힘껏 세게 분다.


호루라기 소리에 놀란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다 함께 외친다.

"엄마, 아빠 안녕히 가세요."

유치원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인데 모모와 친구들의 부모님 모두 유치원이 좋아졌나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모모처럼 시무룩해졌다가 마지막에는 밝게 웃었다.

책을 덮으면서 아이는 유치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서 울지않고 씩씩하게 지내는 거라고, 부모님들은 집에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치원은 어른들도 마음을 빼앗겨버릴 만큼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게 된 엄마도 유치원에 가게 된 아이도,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한우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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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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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구석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온 마음으로 차려낸 따뜻한 밥상을 드립니다.

 

-글속에서-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

 

 

 

 

스무살 빛나던 시절에 교수님이 지나가듯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결국 밥을 먹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밥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노라 하셨다.

 

 

밥은 정말 그런 것 같다. 뭔가 먹지 않으면 삶을 지속 할 수 없기 때문에 밥벌이를 하기 위해 일터에 나가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식당사장 장만호>책은 밥벌이를 위해 누군가에게 밥을 내놓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길모퉁이의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투박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책 속 주인공의 일상이 궁금했기에 책장을 쉽게 쉽게 넘겼다. 하지만 책은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남자의 삶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궁지로 몰리면서 가족과의 이별도 감행해야 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했다. 건물들도 모습이 바뀌고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서서히 변해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자전거방 아저씨의 모습이 그랬다. TV속에서 다큐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맛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매운맛, 떫은맛, 비린 맛, 아릿한 맛, 구수한 맛, 청량한 맛, 미끄러운 맛, 얼큰한 맛, 달콤새콤한 맛, 달콤씁쓸한 맛, 톡 쏘는 맛, 그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맛들이 있겠지. 그게 바로 사바세계, 인생의 맛인지도 모른다. 네가 음식을 판다는 것은 세상의 맛,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야. 소태같이 쓴맛을 보았다고 했지? 소태나무는 그 쓴맛이 비교할 데가 없지만 좋은 약으로도 쓰인다. 무릇 음식을 판다면 소태같이 쓴맛을 볼 필요가 있어. 충분히 더 상처를 받고, 더 많이 쓰러져야만,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거야." -책속에서-

 

 

 

나는 절망 뒤에 희망이 온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극복하기 힘든 슬픔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감히 그런 말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평범하게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 주는 힘을 보았다. 그리고 절망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따뜻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유지된다면 그것이 희망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차려내는 밥이 먹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아프게 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온도가 변하지 않게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밥을 차려내겠노라 결심하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이 대단하고 대단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모퉁이의 작은 식당 사장님으로 사는 삶, 배신당한 사람과 자신의 처지를 견주지 않고 꼿꼿하게 따뜻한 밥한끼 내어놓는게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그의 인생이 빛나보였다.

 

 

밥이 가진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냥 대충 한끼 떼우고 말자 식으로 지내왔었다. 하지만 한끼의 밥이 주는 의미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나를 위해 정성으로 밥한끼를 내어준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 문득 그리워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한끼 대접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식당사장 장만호> 이 한권의 책이 따뜻한 밥 한끼의 온기를 그립게 만든다.

 

 

 

 

**한우리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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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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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커다란 사람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했고 누구보다 길게 보냈다.

검은 바다 위에서 고된 일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밥을 먹고 부족한 잠을 자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지난한 삶.

누구보다 강해보이고 왜소했지만 커다랗게 보이던 아버지는 내가 성인이 되고나서 부터는 다른 사람같았다. 마치 커다란 사람들 사이에 비좁게 자리하고 있는 작고 약한 사람... 아버지는 늘 그렇듯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계셨지만 어느덧 아버지의 일상이 안타깝게 와닿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던 듯 싶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책의 제목만 보아도 먹먹해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아버지는 어릴 적 내 기억에서 점점 작아져 가고 있기 때문일까.

책은 여든여덟 살이던 해에 병석에 들어 아흔 두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 아니라 책의 저자와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기록같은 것이다.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담겨 있었다.

고령의 아버지가 있었다. 어느 여름날 갑자기 고열이 시작되고 죽음의 과정에 놓이게 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인데 나는 책과 마주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져서 인지.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기가 어려워서 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인지 왜인지 모르겠다.

살 만큼 살았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죽음이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늙은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 죽음은 다른일들과 달리, 우리들 각자가 고독하게 홀로 대면해야 하는 맨 처음이자 마지막인 삶의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면 죽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줄 알았다.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될 줄 알았다.

결국,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려운 경험이자 다시 반복되지 않을 단 한 번 뿐인 경험이라는 것을 나는 또 한번 깨닫는다.

책은 고령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처음 병원에 입원하고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서글픈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느낀 이야기가 있고, 집에서 아버지를 모시기로 결심하면서 겪게 되는 간병제도에 대한 글도 담겨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병'은 정말 무섭다.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갈등, 간병인과 보호자와의 갈등, 의료를 행하는 사람에 대한 갈등, 가족들 사이의 갈등 등등이 일어난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직접적으로 간호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전문 간병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책 속에서 현실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병원에 있을 경우에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기가 수월하지만 집에서 직접 환자를 돌봐야하는 상황에서는 간병인을 구하기 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상당했고 환자를 돌봐야하는 보호자가 받는 정신적은 고통도 환자의 '병' 못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주변의 도움 없이는 소변조차 해결하기 힘든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루가 다르게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저자는 사람의 긴 여로에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아버지를 통해 드러난 죽음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직접적인 고통의 현장이었다고 말한다. 어떤 웅장한 사상으로도, 어떤 창의적인 관념으로도, 어떤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으로도 그 슬프고 추한 몰락의 모습은 가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생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온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마지막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두렵고 아픈 슬픈 기억들을...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아버지는 늘 커다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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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죽음과 순환에 대한 작지만 큰 이야기 도토리숲 그림책 2
대니 파커 글, 매트 오틀리 그림,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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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가 나이 든 거대한 나무에 기대어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이 몰아쳐 어린 나무가 아는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고, 어린 나무는 문득 혼자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자라면서 조금씩 알아 갑니다.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요.

책[나무]에는 커다란 나무 옆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하는 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꼭 엄마 품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처럼 나무는 큰 나무 옆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눈부신 햇살도 받고 때론 비도 맞고 거센 바람과도 맞서면서 계절을 지나 커다란 나무 옆에서 우뚝 서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나무가 사라진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거대한 나무가 힘을 잃고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나무는 혼자다.

 

 

 

혼자 남겨진 나무를 바라보며 텅 빈 공간이 주는 안타까운 마음을 들 즈음, 나무 곁에는 또 다른 작은 생명이

뿌리를 내린다.

커다란 나무 옆에 자신이 자라기 시작했던 것 처럼.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다보면 어른들이 보아도 좋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나무]같은 서정적인 그림이 주를 이루는 그림책들이 그렇다.

책 안에 담긴 글이 많지는 않지만 그림으로, 그리고 짧은 글들이 전해주는 메세지들이 상당한 것 같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잘 설명하고 있는 그림책 같다.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까지의 여정이 나무가 자라는 과정과 닮아있다.

우리도 누군가의 아이였고 누군가의 부모이며, 나의 아이도 훗날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도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 가지 질문]이란 책과 [나무]가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어른들이 보면 좋은 그림책,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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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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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필요할 때.

몇해 전, 결혼 후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했을 때 앞이 막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순간에는 큰일인양 와닿는 것처럼 그땐 그랬었다.

친구도 없고 지리도 낯설고 우연히 집어든 책 속에서 위로를 받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책이 주는 힘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책들과 마주하고 있다.

[소설이 필요할 때]

새로운 책이 나왔다. 제목만으로도 힘이 될 것만 같고 간절함이 느껴졌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고통, 불안 등의 문제에 대해 분류하고 증상에 따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증상에 대한 이해부터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책과 책 속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식이다.

책은 향수병에 걸렸을 때, 현기증이 날 때, 우울할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등의 평범한 일상 속 문제들을 하나씩 분류해놓았다.

또한 책과 독서에 관한 특별한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도 담겨져 있는데 이를테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때, 책이 너무 두꺼워서 독서를 자꾸 미룰 때, 소장 중인 책이 너무 많아 기겁을 할 때, 배우자가 책을 읽지 않을 때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배우자가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남편의 경우 같아 눈에 쏘옥 들어오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책의 끝 부분에 있는 증상을 분류해놓은 페이지에서 증상에 따라 표기해둔 페이지로 찾아보는 식의 즐거움도 있었다. 삼십 대가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가장 크고 두꺼운 소설 베스트 10, 해먹에 누워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등으로 분류해둔 페이지에서는 증상을 분류해놓은 것 보다 더 독서에 대한 의지가 생기게끔 만드는 것 같았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고 세상에는 수많은 소설들이 존재하다는 것만으로도 새삼 놀람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 문득 의학책 같은 느낌도 들었고 수많은 증상들과 소설들을 보면서 책 속에서는 우리의 삶에서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증상도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고 극복해가는 마음과 행동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고 희망을 품고 시련을 극복한다는 생각은 늘 해 왔지만 그것이 세분화 되어 '소설'이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다. 독서치료는 많이 들어보고 접해보았지만 소설로 인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 책과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과 책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수많은 감정들이 절대 혼자만 고민하고 문제시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누구다 다 상처를 받으며 살고 그것을 극복해가기도 하고 절망 속에서 멈춰있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제 책 속에서 마주한 소설들을 한 권씩 만나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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