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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평점 :
세상 한구석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온 마음으로 차려낸 따뜻한 밥상을 드립니다.
-글속에서-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밥
스무살 빛나던 시절에 교수님이 지나가듯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결국 밥을 먹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밥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노라 하셨다.
밥은 정말 그런 것 같다. 뭔가 먹지 않으면 삶을 지속 할 수 없기 때문에 밥벌이를 하기 위해 일터에 나가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식당사장 장만호>책은 밥벌이를 위해 누군가에게 밥을 내놓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길모퉁이의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투박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책 속 주인공의 일상이 궁금했기에 책장을 쉽게 쉽게 넘겼다. 하지만 책은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남자의 삶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궁지로 몰리면서 가족과의 이별도 감행해야 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했다. 건물들도 모습이 바뀌고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서서히 변해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자전거방 아저씨의 모습이 그랬다. TV속에서 다큐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맛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매운맛, 떫은맛, 비린 맛, 아릿한 맛, 구수한 맛, 청량한 맛, 미끄러운 맛, 얼큰한 맛, 달콤새콤한 맛, 달콤씁쓸한 맛, 톡 쏘는 맛, 그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맛들이 있겠지. 그게 바로 사바세계, 인생의 맛인지도 모른다. 네가 음식을 판다는 것은 세상의 맛,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야. 소태같이 쓴맛을 보았다고 했지? 소태나무는 그 쓴맛이 비교할 데가 없지만 좋은 약으로도 쓰인다. 무릇 음식을 판다면 소태같이 쓴맛을 볼 필요가 있어. 충분히 더 상처를 받고, 더 많이 쓰러져야만,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거야." -책속에서-
나는 절망 뒤에 희망이 온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극복하기 힘든 슬픔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감히 그런 말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평범하게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밥'이 주는 힘을 보았다. 그리고 절망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따뜻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유지된다면 그것이 희망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차려내는 밥이 먹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아프게 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온도가 변하지 않게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밥을 차려내겠노라 결심하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이 대단하고 대단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모퉁이의 작은 식당 사장님으로 사는 삶, 배신당한 사람과 자신의 처지를 견주지 않고 꼿꼿하게 따뜻한 밥한끼 내어놓는게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그의 인생이 빛나보였다.
밥이 가진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냥 대충 한끼 떼우고 말자 식으로 지내왔었다. 하지만 한끼의 밥이 주는 의미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나를 위해 정성으로 밥한끼를 내어준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 문득 그리워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한끼 대접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식당사장 장만호> 이 한권의 책이 따뜻한 밥 한끼의 온기를 그립게 만든다.
**한우리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