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이 필요할 때.

몇해 전, 결혼 후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했을 때 앞이 막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순간에는 큰일인양 와닿는 것처럼 그땐 그랬었다.

친구도 없고 지리도 낯설고 우연히 집어든 책 속에서 위로를 받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책이 주는 힘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책들과 마주하고 있다.

[소설이 필요할 때]

새로운 책이 나왔다. 제목만으로도 힘이 될 것만 같고 간절함이 느껴졌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고통, 불안 등의 문제에 대해 분류하고 증상에 따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증상에 대한 이해부터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책과 책 속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식이다.

책은 향수병에 걸렸을 때, 현기증이 날 때, 우울할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등의 평범한 일상 속 문제들을 하나씩 분류해놓았다.

또한 책과 독서에 관한 특별한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도 담겨져 있는데 이를테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때, 책이 너무 두꺼워서 독서를 자꾸 미룰 때, 소장 중인 책이 너무 많아 기겁을 할 때, 배우자가 책을 읽지 않을 때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배우자가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남편의 경우 같아 눈에 쏘옥 들어오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책의 끝 부분에 있는 증상을 분류해놓은 페이지에서 증상에 따라 표기해둔 페이지로 찾아보는 식의 즐거움도 있었다. 삼십 대가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가장 크고 두꺼운 소설 베스트 10, 해먹에 누워 읽으면 좋은 소설 베스트 10 등으로 분류해둔 페이지에서는 증상을 분류해놓은 것 보다 더 독서에 대한 의지가 생기게끔 만드는 것 같았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고 세상에는 수많은 소설들이 존재하다는 것만으로도 새삼 놀람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 문득 의학책 같은 느낌도 들었고 수많은 증상들과 소설들을 보면서 책 속에서는 우리의 삶에서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증상도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고 극복해가는 마음과 행동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고 희망을 품고 시련을 극복한다는 생각은 늘 해 왔지만 그것이 세분화 되어 '소설'이라고는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다. 독서치료는 많이 들어보고 접해보았지만 소설로 인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 책과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과 책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수많은 감정들이 절대 혼자만 고민하고 문제시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누구다 다 상처를 받으며 살고 그것을 극복해가기도 하고 절망 속에서 멈춰있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제 책 속에서 마주한 소설들을 한 권씩 만나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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