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의
손턴 와일더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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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리가 놓이게 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이어지고 비로소 이 쪽과 저 쪽편의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지요. 시대에 따라 그 형태나 재료가 다양하게 변해왔어도 다리의 역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문명의 통로였음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714년 7월 20일 정오, 리마와 쿠스코 사이를 이어주는 프랑스의 성 루이 왕의 이름을 딴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보이던 그 다리가 무너지면서 시작된다.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 페루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자신이 얼마 전에 그 다리를 건넜고, 또 얼마 후에 건널 예정이었는지를 마음속으로 헤아려보았다. 사람들은 쉼 없이 중얼거리며 넋을 잃은 듯한 상태로 우왕좌왕했다. 자신들이 골짜기 아래로 떨어지는 환영을 본 것이다. '-p.30 

다리가 무너지던 그 순간 우연히 다리를 건너던 다섯 사람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게 됩니다. 그 순간 그곳에 있던 프란체스코회 선교사인 주니퍼 수사는 다리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왜 이런 일이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일어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 사고가 이미 예정 된 신의 뜻인지 궁금해진다. 그리하여 그는 다섯 사람의 삶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당시에 리마를 오가던 수천 명의 사람들 가운데 왜 하필 이들만 죽게 되었는지 밝힐 수 있다면 그것이 '순수한 신의 행위’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길이라 믿고 주니퍼 수사는 그들의 살아온 삶을 역추적하여 그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책으로 펴낸다.


정성이 담긴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체의 편지를 사랑하는 외동딸 클라라에게 보낸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은 딸을 몹시도 사랑하지만 정작 클라라는 엄마의 지나친 사랑을 못견뎌 엄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작과 결혼하여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떠난다. 거리 만큼이나 멀어진 딸과의 관계를 대신하여 후작 부인은 일련의 길고 문학적인 편지를 딸에게 보냄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딸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그조차도 딸은 부담스러워 한다. 모녀지간인 그들은 서로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어긋나기만 한 사랑을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후작 부인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페피타는 후작부인의 하녀이자 마지막까지의 괴팍한 부인 곁에 남아 있던 충직한 친구다. 그녀는 고아로 수도원에서 자랐으며 그를 길러 준 원장수녀는 점차 나이가 들자 여지껏 해온 일들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페피타를 후작부인 댁으로 들여 보낸다. 페피타와 후작부인, 원장수녀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 고아로 성장한 페피타가 겪은 어려움들과 이들의 얽힌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본다. 

 

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또 한사람의 청년 에스테반은 자신의 쌍둥이 형제 마누엘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 뒤 알고 지내던 선장의 도움으로 바다로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죽음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쌍둥이는 서로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랑의 상처로 죽음에 이른 형제를 보며 인간이란 완벽히 하나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또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같은 시각, 다리를 건너던 '늙은 어릿광대’라 불리던 피오 아저씨라는 문학에 조예가 깊고 위대한 여배우 카밀라 페리콜을 가르치고 후원하여 그녀를 페루에서 가장 뛰어난 여배우가 되도록 하는데 그의 대부분의 인생을 바친 사람이다. 이제 은퇴한 모험가인 그는 페리콜의 아들 하이메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알게해 주기위해 리마로 가던 중이었다.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 그녀의 아들 돈 하이메, 이들은 스승과 제자이지만 예술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되고. 명예와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맞딱뜨리며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다.


사고를 통해 죽음을 맞이한 다섯 사람의 서로 다른 모습이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본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 할 것이며 다섯 사람의 기억이 지상에서 사라지듯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괜잖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고.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충동은 그런 충동을 만들어낸 사랑에게 돌아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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