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적 읽던 고전 동화들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착한 마음의 선남선녀이며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말로써 이야기를 끝맺는다. 예쁜 일러스트와 아담한 크기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딱 딸아이의 취향에 맞아 이미 다 읽은 내용일지라도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나 또한 아이들 어릴적 머리맡에서 읽어 주던 때를 새록새록 떠올리며 우렁각시마냥 방주인이 없을 틈을타 새롭게 출간된 고전 동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엔 그림형제의 동화가 새로운 형식으로 출판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각색한 행복한 결말의 착한 동화에서 벗어나 그림 형제의 원본에 충실한 번역을 선보인다니 기대를 갖고 신데렐라, 백설 공주, 라푼젤, 황금 머리카락,생명의 물, 홀레 할머니 같은 기존에 알고있던 고전 동화동화를 새로 덧붙여진 원전의 내용과 비교하며 마음은 어느덧 상상의 세계로 주인공들을 만나러 간다. 이 책에는 15편의 아름답고도 섬득한 이야기들은 담고 있어 시종일관 책을 놓을 수 가 없다.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오던 민담을 바탕으로 그림 형제에 의해 쓰여진 동화들은 순화되고 미화시킨 환상의 이야기만은 아니였다.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담겨있고 죄의 댓가를 참혹하리 만치 혹독하게 치룬다. 때론 잔혹한 장면들도 그대로 싣고있다. '신데렐라'에서는 왕자님이 무도회에서 한눈에 반한 아가씨를 찾기위해 집집마다 방문하여 남겨진 유리구두 한 짝의 주인공을 가려내고자 한다. 유리 구두에 발을 맞추기위해 딸들에게 발뒤꿈치를 자르고 바가락을 자르도록 시킨 엄마와 신발에 질퍽한 피를 흘리며 신을 신던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마침내는 새에게 눈을 쪼여 장님이 되고야 만다. 공주님의 키스로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된다는 '개구 왕자'의 동화속 왕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공주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추궁하다 공주가 징그럽다고 바닥에 집어던지는 바람에 다시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니, 왕자는 과연 공주에게 감사하는 마으을 갖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을까. 질투의 화신이며 아마도 서양사에 최초의 외모지상주의자인 '백설 공주'의 계모인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하더니 결국 왕자와 백설공주의 결혼식 날, 뜨겁게 달구어진 쇠 신발을 신고 목숨을 잃을 때까지 춤을 추어야 하는 처참한 벌을 받게 된다. 백마를 탄왕자와 궁에 갇힌 답답한 생활이 자연과 더불어 난쟁이들과 하메한 소박한 삶보다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 그대로 지금껏 알고 있지던 동화속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환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어린 시절 백마탄 왕자님을 꿈꾸며 금발의 바비인형처럼 날씬하고 예뻐지길 소원하며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는 환상에 젖었던 소녀적 상상은 지금은 아련한 추억속 빛바랜 기억에만 자리한다. 아무리 끝이 좀 잔혹하고 섬짓하여도 고전 동화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특별한 매력이 있다. 동화속 이야기와 현실의 간격을 확연히 알아버릴 만큼 부쩍 커버린 딸아이도 현실속에 담지 못하는 꿈과 상상을 동화속 세계에서 만큼은 맘껏 펼치길 바란다. 책꽂이에 빼곡히 꽂힌 예쁘고 아담한 책을 한 손에 들고 꺼내 볼 때마다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한다. 딸의 책꽂이 앞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