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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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갖 대학에 입학한 세내기인 내가 처음 접하게 된 대자보의 시뻘건 글씨로 정갈하게 쓴 '연대'라는 글귀를 떠올린다. 연대보증이니 연대책임 같은TV 뉴스로만 듣던 단어이기에 연대란 그을 본 순간 왠지 불온하고 겁부터 났다. 내 의지와는 달리 붓글씨와 챠트글씨를 좀 쓸 줄 안다는 걸 아는 선배의 부탁으로 선홍빛 페인트로 몇장의 플랜카드와 대자보를 쓰다가 호기심반, 두려움 반으로 소위 학생운동에도 참여해 봤다. 그 후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연대'란 핏빛 글자가 왜 지금은 따뜻함과 그리움으로 기억이 되는건지 나도 잘 몰랐더랬다. '빵과 장미'를 읽기 전에는.    

  

 아이들이 워낙 뉴베리 수상작을 좋아하는 까닭에 한 권씩 사다보니 웬만한 수상작들은 모두 읽어 본 까닭에 이 책 역시 뉴베리 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기에 읽게 되었다. 소설은 작가가 우연히 본 한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회주의자 노동회관에서 서른다섯명의 아이들을 찍은 시진 밑엔"' 빵과 장미 파업'동안 베러에 머문 매세추세츠 주 로렌스의 아이들"이란 글귀가 쓰여있다.  왜 아이들이 머나먼 버몬트 주로 보내져야만 했는지, 그 사연이 궁금했단다. '빵과 장미'라는 슬로건이 생겨난 1912년 미국 메세추세츠 주 로렌스의 역사적인 파업의 현장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아이의 시선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빵을 원했다. 하지만 그저 빵만 필요한게 아니라 장미도 원했던 것처럼, 파업을 통해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로사는 늘 학교에서 일등을 도맡아하는 똑똑한 소녀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근근히 먹고 사는 형편임에도 열심히 공부한는 이유는 배움이 가난을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와 언니가 공장에서 벌어오는 주급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서로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따스한 가족이다.

그러던 어느날, 식구의 생계수단인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로사의 엄마는 공장이 아니라 거리로 나간다. 학교 선생님은 파업이 나쁜 것이라 말하고, 로사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 스럽기만하다. 파업의 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마침내 동네 아이들은 멀리 바몬트와 뉴욕으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 말이 휴가지 파업으로 정신없는 어른들을 대신해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맡아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살뜰히 보살피며 전국에서 모금한 성금을 보테며 그들의 파업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준다.

 

  이 글의 또다른 주인공 제이크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늘 술에 절어 제이크에게 폭행을 일삼고 그의 굽료를 갈취하는 주정꾼 아버지와 산다. 제이크는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도덕질과 거짓을 일삼고 빵 한 조각을 얻기위해 성당의 모금함에 손을 대기도 한다. 그의 유일한 돈벌이인 공장이 파업을 하자 얻어 먹기위해 파업에 동참하며 자신을 감싸주는 사람들을 만나 동료애와 소속감을 느끼지만 형편없는 주급과 공장주의 횡포보다 자신이 벌어온 돈을 모두 빼앗아고 매질까지 하는 아버지가 더 두려웠다. 아버지를 피해 쓰레기 더미에서 잠을 청하려던 제이크를 로사는 자신의 집에 몰래 재워주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로사는 파업의 정당성이나 사회의 문제들은 관심 밖이다. 다만 파업에 참여한 엄마와 언니가 무사하고 파업이 빨리 끝나 공부도 계속 할 수 있기 원했다. 반면 파업을 바라보는 제이크의 시선 또하 남들과는 다르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파업은 그에게 아무 문제가 될수 없음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을 잠시나마  안정된 곳으로 보내자는 위원회의 의견으로 로사는 버몬트 주로 떠나게 되고, 아버지의 주검을 발견하고 두려움에 도망치듯 버몬트 주로 온 제이크를 로사는 오빠라고 거짓말을 하여 노부부의 집에 함께 머물게 된다. 노부부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도 로사는 가족을 걱정하고 그리워한다. 반면, 제이크는 두려움 때문에 그곳 생활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파업이 노동자들의 승리로 끝나고 로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들을 잃고 마음을 닫고 사는 무뚝뚝한 노인과 제이크는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된다.

 

 '배러에서의 휴가'에서 두 아이는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비천한 고아의 스토리는 '올리버 트위스트'난 '레미제라블'를 떠올리게 하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자 용기내어 일어선 사람들과, 그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선의와 연대를 경험하며 두 아이는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미국 산업혁명 당시의 이민 노동자들의 억압과 착취의 삶이 날설지만은 않기에 마음 한켠이 저릿해져 온다. 자기 가슴을 쿵쿵치며 노인이 한 말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유의 싸움은 총으로는 못이기지. 가슴으로 이기는 거야. 이안에 있는 강한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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